[쿠키뉴스=정진용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제18대 대통령으로 취임해 자택을 떠나면서 동네 주민으로부터 진돗개를 선물 받은 것은 '잘 연출된 기획'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자택 앞에서 진돗개 2마리를 안고 환하게 웃는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17일 동아일보는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이하 위원회) 관계자의 부탁을 받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주민이 박 전 대통령에게 생후 2개월 된 진돗개 한 쌍을 선물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해당 매체에 따르면 당시 위원회 내부에서 "호남 출신 주민이 전남 진도에서 태어난 진돗개를 영남 출신 대통령에게 선물하면 좋은 그림이 나올 것 같다"는 제안이 나왔다. 위원회 관계자가 호남 출신 주민 A씨에게 이런 뜻을 알리자 그도 "나도 국민 통합을 바란다"며 동참했다.
이후 A씨는 진도에 사는 지인을 통해 진돗개 한 쌍을 직접 구하고 비용도 냈다. 취임식 날 오전 진돗개를 박 전 대통령 자택으로 가져갈 때는 강남구의 간부가 도와준 것으로 전해졌다.
동아일보는 당시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박 전 대통령은 '주민들께서 선물로 주셨다'고 말했지만, 정확히 하면 '위원회의 부탁을 받아 주민들께서 선물로 주셨다'라는 표현이 맞다"고 보도했다.
청와대는 2013년 3월 '새로운 희망'이라는 뜻을 담아 진돗개 암컷에게는 '새롬이', 수컷에게는 '희망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그러나 지난해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태블릿PC에서 '진돗개.hwp' 파일이 발견됐고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박 전 대통령이 최씨의 의견을 구해 진돗개의 이름을 지은 사실을 확인했다.
박 전 대통령은 페이스북 등 SNS에 반려견의 사진을 올리는 등 '친근한 이미지'를 만드는 데 활용했다. 박 전 대통령은 새롬이와 희망이가 지난 2015년 8월 새끼 5마리를 낳자 페이스북을 통해 이름을 공모하거나 "청와대 실세는 진돗개", "출근할 때마다 반겨준다"고 자주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 12일 청와대를 떠나면서 새롬이와 희망이, 그리고 새끼 7마리를 남기고 갔다. 이에 지난 13일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은 박 전 대통령을 동물 유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으며 동물권단체 '케어'는 진돗개를 입양하겠다고 나섰다.
한편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경호실 관저부에 '진돗개 혈통을 잘 보존하고 관리해 달라'고 지시하고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새롬이와 희망이, 새끼 2마리는 '한국진도개혈통보존협회' 등으로 옮겨졌고 나머지 5마리는 분양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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