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정진용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됐다. 전직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는 것은 노태우·전두환·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네 번째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23분 청사에 도착해 에쿠스 8206 차량에서 내렸다. 감색 코트 차림의 박 전 대통령은 약 20m 떨어진 포토라인으로 이동해 웃는 표정으로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고만 말하고 청사 안으로 사라졌다. 박 전 대통령의 입장표명은 채 6초도 걸리지 않았다.
취재진이 '검찰 수사가 불공정했다고 생각하시나' '특별검사팀의 대면조사를 왜 거부했나' 등의 질문을 던졌으나 박 전 대통령은 대답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와 직권남용, 공무상 비밀누설 등 13개 범죄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부터 경영권 승계 작업을 돕는 대가로 298억원 상당의 뇌물수수 혐의를 집중적으로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전직 대통령 조사가 대검찰청이 아닌 서울중앙지검에서 이뤄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날 미리 신청한 언론사 기자들을 제외하고 일반인들의 청사 출입을 일절 통제했다. 검찰은 전날 20일 오후 9시까지 청사 내 주차된 차량과 인원 전원이 퇴거할 것으로 요청했다. 이날 반포대로 쪽인 청사 서문이 폐쇄되고 동문만 개방됐다. 취재진을 상대로 한 개인 소지품 검사와 금속 탐지기를 이용한 몸수색도 이뤄졌다.
박 전 대통령의 검찰 수사는 서울중앙지검 10층 1001호에서 이뤄진다. 박 전 대통령의 검찰 조사에는 유영하, 정장현 변호사가 입회한다. 그러나 변호인이 일체 답변할 수 없다는 원칙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이 한웅재(47·연수원 28기) 형사9부장검사, 이원석(48·사법연수원 27기) 특수1부장검사의 '송곳 질문'에 어떤 답변을 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날 박 전 대통령 측 손범규 변호사는 "유 변호사가 나뭇잎까지 자세히 볼 수 있게 변론 준비를 하고 다른 변호인은 숲을 볼 수 있게 변론을 준비하고 있다"며 "예상 질문을 뽑아내 답변 준비하는 데 가장 큰 노력을 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날 중앙지검 인근 교대역~서초역~서초경찰서로 이어지는 도로에는 경찰 차량 수십 대가 대기했다. 경찰은 중앙지검 인근에만 경찰 24개 중대 1920여명의 병력을 배치했다.
jjy4791@kukinews.com/ 사진=박효상 기자 tina@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