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정진용 기자] 대선주자들이 내세우는 '세종시 행정수도' 정책이 충청권 민심을 얻기 위한 일회성 공약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을 비롯해 남경필 경기지사,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등 대선후보들이 앞다퉈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만들자'고 주장하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지난 22일 "충청에서 지방분권, 국가균형발전을 완성하겠다"면서 세종시에 국회 본원을 설치하고 행정자치부와 미래창조과학부를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3일 열린 바른정당 충청권 정책토론회에서는 수도이전을 두고 유 의원과 남 지사가 공방을 벌였다. 유 의원은 "수도이전은 지난 2004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판결을 받았기 때문에 결정을 뒤집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세종시의 기능을 어느 정도 보강해주는 차원에서 국회가 가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남 지사는 국회와 청와대, 행정부를 모두 옮기는 방안을 제시하며 "제가 대통령이 되면 수도 이전에 대한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천명했다.
이명박 정부 때부터 '세종시 행정도시 추진'에 일관되게 반대해왔던 정운찬 전 총리도 입장을 돌연 바꿨다. 정 전 총리는 지난 16일 세종시에서 열린 '세종 동반성장 국가혁신포럼' 창립 격려사에서 "총리 시절부터 세종시가 대한민국의 미래라고 생각해 왔다"면서 "국회 분원 설치나 청와대 업무보고를 세종시에 내려와 받는다는 것은 미봉책이다. 청와대, 국회, 대법원을 내려오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시 행정수도' 공약은 '민심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충청권을 공략하려는 정치인들의 '노림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 1992년 14대 대선 이래 충청권에서 최다득표를 한 후보가 대통령 당선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은 공식처럼 굳어지고 있다.
실제로 이명박 전 대통령은 표에 쫓겨 세종시 공약을 내세웠다는 사실을 시인하고 사과했다. 이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부터 "대통령이 되면 '세종시 행정수도' 정책을 축소하지 않고 (9부2처2청 이전 근간의) 원안 그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여러 차례 못을 박았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은 결국 지난 2009년 "국가적 혼란이 오는데 (어떻게 세종시 건설에) 몇십조를 투자하나. 세계 어떤 나라도 수도 분할 한 적이 없다"면서 원안 폐기를 공식화했다. 그는 "처음에는 어정쩡하게 얘기했다가 선거가 다가오니 (표를 의식해) 계속 말이 바뀌더라"면서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기도 하고 후회스럽기도 하다. 지금 원안을 바꾸는 게 국가와 국민에 도움이 되더라도 사회 갈등과 혼란을 가져와 죄송하다"고 말했다.
수도이전이 환심성 공약에 그친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세종시 주민에게 돌아간다. 이미 대선주자들의 발언으로 세종시 부동산시장은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22일 한국감정원, 세종시 등에 따르면 세종시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는 지난해 4월 3.3㎡당 1033만원에서 지난 17일 기준 1106만원으로 1년 만에 7.06%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국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이 4.89% 오른 것과 비교해 높은 수치다. 또한 대선이 끝난 후에도 아파트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에 지난주까지만 해도 하루 평균 수백 건이 넘던 아파트 매물이 최근 자취를 감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오 늘푸른한국당 대표는 지난 21일 "대통령 선거 때만 되면 수도가 이리 간다 저리 간다 마치 엿장수 엿가락처럼 왔다 갔다 한다"고 비판하면서 "수도가 정치적 흥정물이 되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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