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정진용 기자] 이른바 '정윤회 문건'을 직접 작성한 당사자 박관천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경정이 입을 열었다.
26일 방송된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에서는 박 전 경정의 인터뷰가 공개됐다.
박 전 경정은 검찰 조사에서 "우리나라 권력서열 1위는 최순실, 2위는 정윤회, 박근혜 전 대통령은 3위에 불과하다"고 말한 인물이다. 또한 비선 실세의 국정개입을 담은 '정윤회 문건'을 박 전 대통령은 '찌라시'로 규정했지만 대부분 현실이 됐다.
해당 문건에는 "이정현(당시 청와대 홍보수석) 근본도 없는 놈이 VIP 믿고 설친다" "김덕중 국세청장이 일을 제대로 못 한다"는 등의 말이 적혀있었다. 실제로 이정현 당시 홍보수석은 자리에서 물러났고 김덕중 당시 국세청장도 7개월 뒤 돌연 퇴임했다.
박 전 경정은 "저 역시 지금 이렇게 국민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이런 국정 운영에 대해 한때나마 대통령을 모시고 근무한 사람으로서 일말의 책임이 있다고 느꼈다"면서 "왜 이런 사태까지 왔는지 한 번 되짚어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면서 인터뷰에 응한 이유를 설명했다.
박 전 경정은 '정윤회 문건' 속에 등장하는 '십상시'라는 표현에 대해 "주변에 떠도는 말을 그대로 옮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십상시' 모임은 최순실씨의 전 남편 정윤회씨가 박근혜 정부의 '문고리 3인방'에 속한 정호성, 이재만, 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을 자주 만나 국정을 논한 일을 말한다.
박 전 경정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할배'로, 박 전 대통령은 '할매'라고 표현했다. 그는 "나는 상사의 지시로 '십상시 문건'을 작성했는데, 어느 날 '할배(김 전 비서실장)의 뜻'이라며 나보고 청와대에서 나가라고 했다. 이것은 '할매(박 전 대통령)'의 뜻이기도 하다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참 황당했다"고 덧붙였다.
박 전 경정은 '정윤회 문건'을 작성한 뒤 좌천인사를 당했다. 그는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실 인사과로 발령받았지만 취소됐고, 서울경찰청 정보부서 인사발령도 취소됐다. 결국, 박 전 경정은 서울의 한 경찰서로 보내졌다.
박 전 경정은 "이재만과 안봉근을 구속해야 한다. 당시 이들의 위세는 김 전 비서실장조차 컨트롤할 수 없을 정도였다"면서 "이들 수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제가 그들의) 감춰진 비리를 공개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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