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정진용 기자] 유승민 의원이 28일 바른정당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보수후보 단일화, 그리고 '본게임' 격인 대통령 선거까지 나아가기 위해 유 의원이 명확히 규명해야 할 의혹들을 정리했다.
▲ "최순실 알았다면 내가 바로잡았을 것"
'원조친박' 유 의원은 정말 '비선실세' 최순실씨를 몰랐을까. 유 의원은 지난 2005년 1월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 내정된 것을 계기로 인연을 맺었다. 이후 같은 해 10월까지 비서실장을 맡았다.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도 박근혜 캠프에서 활약하며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원칙과 신뢰의 리더십을 갖춘 정치인"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이 시기는 박 전 대통령이 최씨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던 시기와 겹친다.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 측에 따르면 최씨는 장씨에게 지난 2004년 총선 당시 '젊은 유권자를 끌어들일 만한 선거전략을 생각해보라'고 지시했다. 이에 장씨는 박 전 대통령의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개설·운영했다. 또 최씨는 지난 2007년 '육영재단 폭력사태'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유 의원은 최씨의 국정농단을 알았을 것이라는 의혹에 대해 '야당의 음해'라고 일축했다. 유 의원은 "최근 야당 일각에서 최씨와 저를 엮으려고 여러 거친 말들을 뱉어내고 있다. 야당이 드디어 유승민 죽이기를 시작하는구나 느꼈다"면서 "박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10개월 정도 한 이후 지금까지 11년 동안 살아있는 최정상의 권력에 맞서 당에서 유일하게 할 말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과거 최씨가 뒤에서 그런 농단을 부리는 줄 알았다면 그때 바로잡았을 것"이라며 "당시에는 최씨를 '최태민 딸, 정윤회 부인'이라는 정도밖에 몰랐다"고 거듭 부인했다. 그러나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는 "아니 박 대통령 옆에 최씨가 있는 걸 모르는 사람이 어딨습니까. 다 알았지"라며 "그걸 몰랐다고 하면 거짓말"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 대학생 딸, 2억원 가까운 재산…"용돈 모았다"→"딸 이름으로 예금통장"
유 의원은 대학생인 딸 유담(23)씨의 2억원에 가까운 재산 형성 경위로 곤욕을 치렀다. 유 의원은 딸의 재산에 대해 처음에는 '용돈을 모은 것' 이라고 주장했으나, 자녀 명의 계좌를 자신의 '차명계좌'로 이용한 사실을 인정했다. 유 의원은 지난 2015년 선거관리위원회에 유담씨 명의 재산을 총 2억6803만원으로 신고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7983만원이 감소한 1억8819만으로 신고했다. 무직의 대학생이 2억원 가까운 돈을 가지고 있고 상속세는 한 푼도 내지 않은 사실이 알려지자 '금수저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유 의원 측은 "유담씨의 조부모가 입학이나 졸업 등 특별한 일이 있을 때 주신 돈을 저축해 모은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의혹이 수그러들지 않자 유 의원은 지난달 22일 전북 전주에서 열린 기자협회 주최 토론회에서 "딸의 예금 1억8000만원은 용돈이 아니고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저에게) 그때그때 주신 것을 모아 놓은 것"이라며 "직계가족끼리 차명이 허용될 때였다"고 해명했다. 또 "(예금통장을) 딸 이름으로 해놓은 것은 제 불찰이며 2700만원의 증여세를 냈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가족 간 차명 거래를 통해 자신의 재산을 축소 신고했다고 인정한 셈이다. 이뿐만 아니다. 유 의원의 아들 유훈동(35)씨 역시 지난 2013년 1~2년차 직장인일 당시 재산을 3억2318만원으로 신고했다. 또 올해까지 꾸준히 1억원이 넘는 예금을 보유하고 있다.
▲ 강점 혹은 약점, '합리적 보수'
'합리적 보수'는 유 의원의 디딤돌일까 아니면 걸림돌일까. 유 의원의 경제 '좌클릭'이 오히려 당 지지기반인 영남권 집토끼의 등을 돌리게 하고 있다. 경제학 박사를 거쳐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원에 몸담은 유 의원은 경제 분야에서만큼은 좌측 깜박이를 키며 외연을 확장시켜 왔다. 유 의원은 지난 2015년 4월8일 국회 원내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거나 '가진 자가 더 많은 세금을 낸다는 원칙에서 법인세는 성역이 될 수 없다'고 역설했다. 그는 당시 기존 보수 노선에 대한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유 의원의 '제 3노선'은 보수층에서 홀대를 받았다. 전원책 변호사는 지난 1월 JTBC 신년토론에서 유 의원을 향해 "좌파적 사고에 젖어있다"면서 "정의당 당원으로 활동해야 한다"고 맹공했다. 또 야당과 차별성을 두는 데 실패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영남권에서 유 의원의 애매한 색깔은 약점으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유 의원은 스스로 '대구 적자'를 내세우지만 대구, 경북(TK)에서 홍준표 경남지사에 지지율이 밀린다. 또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등을 돌리고 탄핵에 앞장섰다는 이유로 유 의원을 따라다니는 '배신자' 꼬리표도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유 의원에게는 '학자로서의 양심'이 남아있다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이다. 정치공학적으로 또는 정치력을 이용해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에 본인이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때로는 과도한 공약을 내놓을 필요도 있고 '정치쇼'를 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故) 노무현 대통령이 '그렇다고 제 마누라를 버리란 말이냐'고 말한 것처럼 화끈한 화법을 구사해야 한다. 정치의 절반 이상이 말"이라면서 "유 의원이 때로는 뻔뻔하게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대구·경북 민심이 '배신자' 낙인을 찍은 것은 엄밀히 말하면 유 의원의 문제가 아닌 민심의 문제다. 아직도 박 전 대통령의 그림자가 남아있다는 증거"라면서 "지지율이 낮다고 해서 유 의원이 TK 민심에 맞추다보면 본인의 정체성이 흔들린다. 지금껏 해왔던 것처럼 정도를 걷다보면 유 의원의 '반골'(反骨) 이미지를 확실히 유권자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