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 심리학] 세월호는 안 올리고…매일 머리만 올린 대통령

[이슈 인 심리학] 세월호는 안 올리고…매일 머리만 올린 대통령

기사승인 2017-03-30 06:00:00

박근혜 전 대통령과 관련해 언제나 참인 명제가 하나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올림머리를 한 채 국민 앞에 나선다’는 것이다. 그는 임기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전담 미용사에게 머리 손질을 받았다. 파면당한 이후도 마찬가지다. 오늘은 그 ‘올림머리’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

박 전 대통령의 머리와 미용을 담당하는 정송주, 매주 자매는 매일 아침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 전 대통령 자택으로 출근한다. 이런 모습은 국민의 분노를 부채질 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당일에도 청와대로 미용사를 불러 머리손질을 하는 데 '골든타임'을 허비했다. 국민은 세월호를 3년이나 방치하고 심지어 인양 작업이 한창이던 지난 23일 오전에도 올림머리를 고수한 박 전 대통령의 모습에 허탈감과 분노를 느끼고 있다. 또 세월호 참사를 지켜보며 박 전 대통령의 '7시간 행적'에 의문을 품기 시작한 국민은 촛불을 들고 광장을 가득 메웠다.

태도는 상황에 대한 마음가짐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박 전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소식을 접하고도 올림머리와 화장을 잊지 않았다. 당시 세월호에 대한 박 전 대통령의 마음가짐과 국민의 마음가짐은 전혀 달랐을 것이다. 참사 당일, 박 전 대통령의 태도가 국민의 이해와 공감을 사지 못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박 전 대통령은 왜 매일 ‘올림머리’와 ‘화장’을 하는 것일까. 이러한 모습은 어려서부터 외부로 표출되고 타인에 의해 평가되는 ‘공적인 자아(public ego)’가 강하게 습관화 되어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어려서부터 일찍 정신·신체적 독립을 한 경우 내면과 외면의 간격이 커진다. 기쁨과 슬픔, 편안함과 불편함과 같은 감정들을 모두 가면 속에 억누른 채 단정한 올림머리와 화장을 통해 긍정적인 모습만 보여주려 하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내·외면의 간극은 더욱 커지고, 진짜 내 모습보다 타인을 위해 만들어진 외면이 더 익숙해진다. 

인간은 종종 '편안 지대(comfort zone)’에 빠져 허우적대는 스스로를 목격한다. ‘편안함(comfort)’을 ‘안전(safety)’이라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변하지 않는 내가 익숙해지면 새로운 합리적 생각을 거부하게 된다. 편한 지대에서 '불편한 지대(uncomfort zone)'로 옮겨가고 싶어 하는 마음에게 생각은 늘 협박한다. ‘안 힘들겠어? 마음 아플텐데’ 

이를 박 전 대통령에게 대입해보자. 그는 매일 아침 올림머리와 화장을 해야 스스로 ‘안정감’을 느낀다. 겉모습의 형태를 갖추는데 이미 익숙해져버렸기 때문에 타인이 봤을 때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새로운 행동과 변화된 생각을 할 수 없다. 

생각도 감정도 행동도 타인이 만든 틀에 갇힌 박 전 대통령에게 부탁한다. 오는 4월16일, 세월호 추모제에 참석한 유가족들의 모습을 살펴보길. 3년 넘게 제대로 된 머리손질 한 번 하지 못한 그들과 자신이 얼마나 다른 지 느끼길 바란다. 

이재연(국제문화대학원대학교 상담사회교육전공 교수, 행복한 심리상담연구소 소장)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
민수미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