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정진용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구속됐고 세월호는 인양됐다. 단식, 도보순례, 천막 농성까지. 생때같은 자식을 잃은 유가족은 지난 3년여의 세월 동안 안 해본 것이 없다. 그런 유가족에게 일부 정치인은 위로의 말을 건네기는커녕 모멸감을 안겼다. 거침없이 막말을 퍼붓던 그들은 선거철이 다가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진도 팽목항을 찾았다. 세월호 진상규명을 방해하고 유가족을 모욕하고 허위사실을 퍼트린 '금배지'들을 기억하는 것은 남은 국민의 몫이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던 정치인의 발언을 정리했다.
▲ 세월호 유가족 향해 '시체장사' '거지근성'
김순례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2015년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거론하며 '시체장사' '거지근성' 등의 막말이 담긴 글을 SNS로 공유했다. 당시 대한약사회 부회장이었던 김 의원은 전국 16개 시도약사회 부회장, 세계약사연맹 참가자 등이 소속된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 "도대체 이들(참사 희생자들)이 국가를 위해 전쟁터를 싸우다 희생됐는가"라고 반문하며 "의사상자! 현재 국가 유공자가 받는 연금액의 240배까지 받을 수 있는 대우라 한다. 이러니 '시체장사'라는 말이 나올 만도 하다"고 적힌 글을 공유했다. 김 의원이 공유한 글에는 유가족들을 향해 '비겁한 거지 근성'이라고 비난한 부분도 있었다.
막말 논란에도 김 의원은 지난해 새누리당 4.13 총선 비례대표에서 당선 안정권인 15번을 받고 당선됐다. 이후 김 의원은 해당 발언에 대해 "내가 직접 말한 것은 아니"라면서 "(나는) 사실 세월호 현장에서 137일간 봉사하고 헌신한 사람"이라고 발뺌했다.
▲ "어디 뭐 노숙자들 있는 그런…"
세월호 유가족은 '노숙자'에 비유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김태흠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2014년 8월1일 당시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19일째 단식 농성 중이던 유가족들에 대해 "국회에서 저렇게 있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어디 뭐 노숙자들 있는 그런…"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7.30 재보궐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뒤 오만해진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논란이 일자 김 의원은 "유가족들이 뙤약볕 밑에서 농성하면서 줄 매달고 빨래 내걸고 하는 모습이 안타까워서 한 표현"이라는 아리송한 해명을 내놓았다.
또 김 의원은 지난해 9월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1년 반 동안 활동하면서 국가 예산 150억원을 썼는데 국민이 납득할만한 새로운 내용이 안 나왔다"면서 특조위 활동 연장에 반대했다.
▲ "세월호를 인양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방법"
"아이들은 가슴에 묻자"는 발언으로 유가족의 가슴에 못을 박은 이도 있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세월호 인양 작업이 한창이던 지난 2014년 11월 "(세월호 인양은) 돈과 시간이 너무 많이 들고 추가희생자가 생길 수 있다"면서 "세월호를 인양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는 지난 2015년 4월 자신의 SNS를 통해서도 "세월호 선체는 인양하지 맙시다. 괜히 사람만 또 다칩니다"라면서 "대신 사고해역을 추념 공원으로 만듭시다. 아이들은 가슴에 묻는 겁니다"라고 일관된 주장을 펼쳤다.
김 의원은 세월호가 바다 위로 모습을 드러낸 지난 23일 돌연 태도를 바꿨다. 김 의원은 같은 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세월호 인양을 두고 "이제는 차라리 잘 됐다"면서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사회적 비용을 치러왔나"라고 발언했다.
▲ "민간잠수사 일당 100만원, 시신 1구 수습 시 500만원"
유가족으로 모자라 자발적으로 나선 민간 잠수사 역시 국회의원의 '막말'을 피하지 못했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은 청와대 대변인을 맡았던 지난 2014년 4월24일, 기자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실종자 수색 및 구조작업에 참여한 민간 잠수사의 일당은 100만원, 시신 1구 수습 시 500만원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해난 구조업체 '언딘' 관계자는 "얼토당토않은 모욕적인 말이다. 일당이 얼마인 줄도 모른다"면서 "구두계약만 한 상태여서 아직 자비를 털어 수색하고 있다. 시신을 가지고 거래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논란이 커지자 민 의원은 "잠수사들이 마지막 한 명을 수습할 때까지 최선을 다해주길 바라고 또 가능하다면 정부가 인센티브를 통해서라도 격려해주길 바란다는 뜻"이라며 어정쩡한 해명을 내놓았다. 민 의원은 참사 당일 오전 청와대의 공식 첫 브리핑을 하면서도 "난리 났다"고 말하며 웃음을 터트리는 모습이 뒤늦게 알려져 홍역을 치렀다.
▲ "세월호 유가족 대책위, 사실상 좌파 대변"
한국 정치의 단골 메뉴인 진영 논리 마저 등장했다.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세월호 유가족에 '좌파' 딱지를 붙였다. 하 의원은 지난 2014년 9월29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초·재선 개혁모임 '아침소리'에 참석해 "세월호 유가족 대책위(대책위)는 대표, 대변인 등의 꼭 필요한 정도만 남기고 해산하는 게 좋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대책위가 그동안 유족들을 대변하는 게 아니고 사실상 좌파를 대변한다는 이미지가 강했다"고 주장했다. 하 의원은 '유민 아빠' 김영오씨가 박 전 대통령을 향해 욕설을 하고, 일부 유가족이 택시기사를 폭행한 사건을 언급하며 "대책위가 국민의 동정심을 앗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 의원의 '좌파 이름 붙이기'는 계속됐다. 그는 자신의 SNS에 세월호 참사로 단식을 하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를 향해서 "점점 좌파의 극단으로 가는 것 같아 안타깝네요"라고 비난했다.
▲ "단식은 죽을 각오로 해야 돼"
안홍준 자유한국당 의원은 세월호 유가족의 단식농성에 대해 "제대로 했으면 실려 갔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해 물의를 빚었다. 안 의원은 지난 2014년 8월 국회에서 열린 황우여 당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질의가 나오자 동료 의원에게 "제대로 단식을 하면 그 시간을 견딜 수 있어? 벌써 실려 가야 되는 거 아냐?"라면서 "단식은 죽을 각오로 해야 돼. 병원에 실려가도록.... 적당히 해봐야..."라고 말했다. 이 모습은 언론사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다. 해당 발언이 논란이 되자 안 의원은 결국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가족을 폄훼할 의도는 아니었다"면서도 "기자들도 귓속말한 걸 왜곡되게 보도하는 점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하며 '적반하장'격의 태도를 보였다.
당시 유가족을 돌보던 이보라 서울시동부병원 내과 과장은 "의사이신 안 의원이 '단식을 제대로 한 거냐' 하시면 25일 단식한 '유민 아빠'가 정말 죽어 나가는 꼴을 보겠다는 뜻인가"라고 비판했다. 안 의원은 지난 2015년 4월 국회에서 열린 '세월호 선체의 온전한 인양을 촉구하는 결의안' 표결에서도 반대표를 던졌다.
▲ "세월호 발목 잡혀 한국 경제 풍전등화"→"하루빨리 배가 인양되길"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세월호 참사에 대한 평가를 바꾼 의원도 있다.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이 대표적이다. 김 의원은 지난 2014년 8월 "세월호특별법으로 인한 국회 파행으로 민생 경제법안 통과가 지체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 의원은 느닷없이 한국 경제 침체 원인으로 세월호를 지목하고 "세월호에 발목이 잡혀 한국 경제가 풍전등화 위기에 놓였다" "경제 활성화의 새싹이 시들 수 있다"는 발언을 연달아 쏟아냈다. 김 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배후조종세력이 유족들에게 잘못된 논리를 입력한다"면서 '외부세력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위해 힘써달라고 무릎 꿇고 애원하는 유가족 앞에서 매몰차게 자동차 문을 닫아버린 전력도 있다.
김 의원의 태도는 선거철이 다가오자 표변했다. 그는 지난해 4.13 총선을 앞두고 경기 안산에서 유세를 하며 "어린 학생과 피해당한 사람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에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또 김 의원은 대권 도전 의사를 밝힌 지난해 8월, 팽목항을 찾아 "하루빨리 배가 인양돼 바다에 남은 분들이 가족 품에 돌아가시기를 간절하게 기원한다"며 자기 모순적 행동과 발언으로 국민을 갸우뚱하게 했다.
jjy4791@kukinews.com/ 그래픽=이승희 기자 aga445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