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 인간의 원초적 예술행위

도예, 인간의 원초적 예술행위

기사승인 2017-03-31 12:29:14

 

[쿠키뉴스 봉화=김희정 기자] 바깥세상의 소란도 미처 닿지 않을 것 같은 고장 경북 봉화군.

이곳에는 푸르른 꿈을 빚는 도예가 반현호가 있다.

이십대 초반 청년 반현호의 마음에 예술이 들어왔다. 미술, 음악 등 분야를 넘나드는 그의 관심 중 하나는 도예였다. 하지만 도예의 길이 온전한 자신의 길이 될 줄 그때는 몰랐다.

“경북 울진에서 군대생활을 했습니다. 휴가 때 울진과 서울을 오가는데 청량리역에서 기차를 타면 분천역에서 내려야 했습니다. 부대에서 가장 가까운 역이 분천역이었죠.”

 

 

“그때 봉화의 자연을 보고 마음먹었습니다. ‘오십대가 되면 이곳에 터를 잡고 내 삶을 꾸려가야겠다. 그때도 도예에 관심은 있었지만 그게 제 길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이십여 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들어선 도예의 길.

그는 2002년에 일본 오사카에서 ‘2002년 한·일 도예클럽 교류전’을 열고 경인미술관에서 ‘단국 도예 30년전’을 여는 등 활발하게 활동 하는 가운데 2003년에 처음으로 개인전을 열었다. ‘사각발 제작에 관한 연구’를 주제로 논문을 발표하고 전시회도 열었다.

꿈이 현실이 되고 현실은 더 큰 꿈을 꾸는 밑거름이 됐다.

◆ 봇물처럼 터져 나온 창작의 열정
전통도예를 배웠지만 그것만 고집할 수 없었다. 그의 마음엔 창작의 물결이 넘쳐났다.

“유약 없이 불길과 연기와 재가 흙으로 빚은 도자기에 스며들어 안착하고, 흙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빛깔을 드러나게 하는 무유소성에 집중했습니다. 더불어 흙과 옻의 만남, 흙과 금의 만남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작품을 완성해나갔습니다.”

실제로 그가 운영하는 봉화도예연구소에서는 거친 표면의 달항아리와 노천소성을 한 도자기, 다양한 빛깔의 다기세트 등을 볼 수 있다.

 

겉에는 옻칠을 하고 안에 금박을 입힌 다기세트는 그 빛깔부터 예사롭지 않다. 또 겉에 옻칠을 하고 안에 진주를 입힌 찻잔은 은은하면서 기품이 있어 보인다. 둥근 도자기 겉면을 깎아 비대칭의 면과 선을 만들어 낸 작품은 도자기에 대한 생각을 넓혀준다.

“도자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은 현재의 작업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나가는 것입니다. 과거와 현재의 융합이 미래를 여는 열쇠입니다.”

그의 작업실 입구에 표면이 검게 그을린 것 같은 도자기 두 점도 눈길을 끈다. 노천소성으로 만든 작품이다. 선사시대에 땅에 얕은 구덩이를 파고 불을 지펴서 도자기를 굽던 방식을 노천소성이라고 한다. 선사시대의 방식으로 만든 도자기 두 점, 그 표면에선 깊게 흡수된 현재의 연기와 재의 흔적을 읽을 수 있다. 

그는 ‘흙으로 빚는 행위는 인간의 원초적 예술행위이다’, ‘도예작업에서 얻는 기쁨은 만들면서부터 시작된다’ 는 말을 자주했다. 그에게 도예란 원초적인 예술행위이면서 사람의 마음을 기쁘게 만드는 것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도예작업을 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물론,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의 마음에도 그 말은 유효한 셈이다.

◆ 사람들과 함께 빚어가는 꿈
그가 봉화도예연구소를 만들고 둥지를 튼 지 10년이 넘었다. 그는 봉화도예연구소에서 도예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그의 꿈을 더욱 소중하게 꾸미고 있다.

“도예는 사람의 마음을 담는 작업입니다. 그 작업에 전문가와 비전문가, 프로와 아마추어, 작가와 일반인이 따로 있을 수 없지요.”

이십대에 막연하게 품었던 꿈이 현실이 됐고 꿈꾸던 공간에서 그는 사람들과 함께 더 큰 꿈을 빚어나가고 있다.


 
“봉화, 영주, 태백 등 주변 지역에서 도예를 배우고 싶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도예강습을 합니다. 각자 작업할 재료를 구입하는데 드는 비용만 받습니다. 도예를 배우고 자신의 작품을 직접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행복을 찾습니다.”

지난 2015년 3월 서울 가나아트스페이스에서 ‘제6회 봉화도예연구소 장작가마 판매전’을 열었다. 봉화도예연구소를 만든 그와 봉화도예연구소 회원들이 참가한 전시회였다.

찻사발, 달항아리 등 전통적인 작품과 함께 금장을 한 화기, 칠보·전사접시, 조명등, 촛대, 장승 등 사람의 개성이 고스란히 드러난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다는 평을 받았다.

불꽃같은 마음으로 푸른 꿈을 품을 나이. 이십대 초반에 그는 분천역을 보며 오십대가 되면 이런 곳에 둥지를 틀고 새로운 삶을 살아나가겠다고 스스로에게 약속했다.

그리고 오십이 넘은 그는 꿈꾸던 곳에서 소중한 사람들과 꿈을 빚으며 살고 있다.

shine@kukinews.com

김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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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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