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 현장체험]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하루

[일일 현장체험]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하루

기사승인 2017-04-03 05:00:00

[쿠키뉴스=박예슬 기자] 아이가 부모의 품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지내게 되는 공간이 바로 어린이집이다. 집을 떠나 처음으로 맞이하는 곳. 이곳에서 아이들은 다양한 활동과 교육, 보살핌을 받으면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리고 여러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소통하는 방법과 사회성을 기른다. 

다시 말해 보육교사는 엄마와 아빠를 대신해 아이들을 돌보고, 가르치며, 개인의 성장과 더불어 사회와 소통하는 법을 알려주는 직업이다. 아이들과 가장 가까이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보육교사의 하루는 어떨까. 지난달 29일 기자가 서울 마포 삼성리버웰어린이집을 찾아가 직접 체험해보았다.

◇활기차게 맞이하기. 어린 아이들은 울음 달래주기부터

오전 8시40분. 기자가 어린이집을 방문했을 때 이미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맞이할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각자 앞치마를 두르고 교실 곳곳을 점검하고 체크한다. 아침 당직을 맡은 선생님은 7시30분부터 출근해 대기해야 한다. 부모님 중에서도 일찍 출근하는 경우가 있어 8시 전에도 아이를 맡기러 오기 때문이다.

다른 선생님들이 출근해 아이들을 맞이하는 동안, 9시경이 되면 아침 당직 선생님은 통학차량에 올라 차량을 이용하는 아이들을 태우러 길을 나선다. 아이를 데리고 나온 부모님과 인사를 하고, 아이를 반갑게 맞이해주면서 차량에 태워준다. “안녕? 오늘은 울지도 않고 씩씩하네. 멋지다!” 부모님과 떨어진 아이가 긴장하거나 울지 않도록 신나는 동요를 들려주고 말도 걸어주면서 아이를 안심시켜주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기자는 만 4세반을 맡았다. 아이가 등원하면 아이의 기분 상태와 건강 상태를 체크해주고 반갑게 인사하며 맞이해준다. 가져온 가방에서 개인 물통을 꺼내 물통자리에 두게 하고, 스스로 자신의 겉옷과 가방을 정리해서 자신의 사물함에 넣도록 알려준다. 그 다음 화장실에 가서 손을 깨끗이 씻게 하고, 비누로 잘 씻었는지 점검한 후 자리에 바르게 앉도록 지도해준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시간이 걸리긴 해도 곧잘 따라한다. 하지만 비교적 어린 아이들이 있는 만 1세~3세반에서는 한동안 울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담당 선생님은 자연스럽게 아이를 안아들며 다독이기 시작한다. “어린 친구들은 부모님이랑 떨어지면서 바로 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얼마 동안은 진정 시간이 필요해요. 특히 3월은 이제 막 아이들이 새롭게 어린이집에 오게 되는 시기라 적응기거든요. 충분히 달래준 후에 일정을 시작해줘야 해요.”

아이들이 모두 등원하고 나면 10시 정도가 된다. 오전 간식 시간이다. 각자 자유놀이를 즐기던 아이들에게 놀이를 멈추고 각자 놀잇감을 정리하도록 한다. 정리를 한 아이들은 손을 씻고 자리에 앉게 한다. 구운 식빵과 우유 한 컵씩을 아이들에게 나눠준다. 포크를 사용해서 먹을 수 있도록 지도하고, 아이가 잘 먹는지 더 먹고 싶어 하는지 등을 계속 체크해준다. 간식을 다 먹은 후에는 각자 그릇과 컵을 정리하도록 하고, 입에 음식이 묻어 있으면 스스로 닦을 수 있도록 해준다.

◇놓을 수 없는 긴장의 끈…한시도 눈을 떼면 안 된다

그 다음은 본격적인 교구놀이 시간이다. 실내에서 각자 하고 싶은 놀이를 자유롭게 선택해서 활동하는 것. 종이접기, 색칠놀이, 블록 쌓기, 책읽기, 퍼즐 맞추기 등 아이들은 다양한 놀이를 즐긴다. 하지만 선생님들은 본격적으로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시간이기도 하다. 자신의 놀이를 다른 친구와 공유하고 싶어 하는 아이도 있고, 혼자 자신만의 놀이를 즐기는 아이도 있다. 또 반면에 다른 친구의 놀이를 탐내하는 아이도 있고, 방해하고 싶어 하는 아이도 있다. 이렇다보니 아이들은 마찰은 순식간에 발생된다.

한 아이는 친구가 갖고 있는 테이프를 자신도 쓰고 싶은데, 친구가 주지 않자 기분이 안 좋아졌다. 어떤 아이는 친구가 만든 탑을 망가트리는 바람에 울음을 터트린다. 또 다른 아이는 친구가 옆에서 놀리는 바람에 시비가 붙어 다투기도 한다. 이럴 땐 선생님이 각자 아이들의 입장을 듣고 의견을 조율해줘야 한다. 서로가 감정이 상하지 않도록 양보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장애는 아니지만 그 경계선에 있는 아이들도 종종 있어요. 그 아이의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다른 아이들에게 문제가 될 수도 있는데 모든 부분을 담당 교사가 감당해야 해요. 누군가 다치면 교사 책임인데다, CCTV가 설치돼 있으니 훈육하는 것도 조심스러워요. 부모님들 입장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특수교육 전담반이 있거나 치료센터로 연계되는 부분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교구놀이가 끝나면 야외활동을 나간다. 다행히 이날은 햇빛도 따뜻하고 미세먼지 수준이 보통인 날이라 야외활동을 즐기기에 좋은 날씨였다. 아이들을 나란히 줄을 서게 하고 어린이집 근처를 한 바퀴 돌면서 현미경으로 자연 관찰을 하게 한다. 이때 아이들이 돌발행동을 하지 않도록 주의 깊게 봐야 한다. 혼자 줄을 이탈해서 다른 곳으로 가려하거나, 갑자기 차도 쪽으로 가거나, 위험한 물건을 줍거나 만지지 않도록 예의주시해야 한다. 때문에 실내에서 보다 긴장은 배가 된다. 놀이터에서 노는 시간도 갖는다. 이때도 아이들이 사이좋게 놀이기구를 나눠 타는지, 위험하게 놀고 있진 않은지, 다치진 않았는지 등을 계속 체크해야 한다.

점심시간이 찾아왔다. 화장실에서 각자 볼일을 보게 하고 손을 씻은 후 각자 가져온 도시락을 준비하게 한다. 오늘의 점심 메뉴로는 채소볶음밥과 숭늉, 감자샐러드, 유아김치, 딸기가 나왔다. 선생님과 기자는 각자 아이들의 도시락에 음식을 적당한 양씩 배급해준다. 아이들이 골고루 잘 먹도록 지도해주고 선생님도 아이들 곁에서 틈틈이 식사를 한다. 그나마 만 4세반은 나은 편이다. 영아반은 밥 먹는 걸 일일이 챙겨줘야 하다보니 선생님들은 제때 점심을 못 챙겨먹는 경우도 있다.

◇적응 못하는 아이들은 잘 보듬어주고 단련시켜줘야

오늘 특별활동 시간은 영어 배우기다. 영어 선생님이 오시면 모두 자리에 모여앉아서 영어 수업을 받는다. 선생님이 알려주는 단어를 배우고, 질문에 대답하고, 교재를 통해 복습하면서 영어를 배운다. 단 아직 적응기라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다. 그런 아이들은 다른 친구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따로 다른 책상에서 조용히 책을 읽도록 지도해준다.

특별활동이 끝나면 2시부터 낮잠 및 휴식 시간이다. 화장실을 다녀와 손을 씻도록 하고, 각자 개인 이불과 베개를 자리에 펼치도록 한다. 선생님은 조명을 끄고 잔잔한 클래식 음악을 틀어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이때 잠을 잘 못 이루는 아이들은 선생님이 곁에 앉아서 다정하게 아이를 달래면서 잠을 재워준다. 마치 엄마가 아이를 재우듯이 머리도 쓰다듬어 주고, 손도 잡아주고 하다보면 아이는 점차 안정을 찾고 휴식을 즐긴다.

휴식시간이 끝나면 정리정돈 후 오후 간식을 먹는다. 꿀떡을 먹기 좋게 나눠주고 더 먹고 싶어 하는 아이들에겐 더 주기도 한다. 간식 시간 후에는 자유 활동이 이어진다. 그러는 동안 선생님은 남자 아이들은 싸우지 않고 사이좋게 자유 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해주고, 여자 아이들은 머리를 빗어주고 다시 깔끔하게 묶어준다.

그러다보면 3시쯤부터 맞춤반 아이들의 부모님이 찾아오기 시작한다. 부모님이 오면 개인 물통과 물품을 정리하고 하원 지도를 해준다. 특히 이때부터는 나머지 아이들을 잘 돌봐주는 게 중요하다. 아이가 엄마를 보고 싶어 할 때마다 아이를 다독이고 잘 버티게 해주는 것도 선생님의 몫이다.

“부모님이 누르는 초인종 소리만 나면 아이들이 크게 반응하기 시작해요. 맞춤반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가다 보면 남은 (종일반) 아이들의 심리는 점점 불안해지거든요. 부모님이 평소보다 조금만 더 늦게 와도 아이들은 많이 불안해해요. 맞춤형 보육의 취지는 물론 좋지만, 정작 아이들의 마음은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워요.”

◇아이들은 모두 집에 갔지만…불이 꺼지지 않는 그곳

5시가 되면 남은 아이들은 모두 통합반에 모인다. 이곳에서 저녁 당직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맡아 돌보게 되는 것. 다른 선생님들은 이때부터 교실과 화장실 청소를 시작한다. 청소기를 돌리고, 책상과 의자를 닦고, 교구들을 정리하면서 내일 다시 올 아이들을 위해 깨끗한 환경을 만들어 놓는다. 그리고 나면 보육일지, 계획안, 발달일지 등을 작성해야 한다. 도저히 시간이 없을 때는 주말에 짬을 내서 쓰기도 한다고.

저녁 7시 정도가 돼서야 마지막 아이가 하원을 했다. 선생님들은 유치원과 다르게 어린이집은 수업을 준비할 시간조차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결근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본인이 아프면 큰일 난다. 개인 건강관리는 필수다. 정말 바쁠 때는 화장실도 못 다녀오는 경우도 있고, 중요한 전화를 못 받기도 한다.

김점숙 원장은 “교사 한 명당 15명의 아이들을 돌보는 건 정말 버거운 일이다. 8시간 근무하라고 하지만 사실상 우리는 12시간 동안 보육을 하고 있다. 또한 무상보육도 아니라 차액보육료도 내고 있다”며, “따라서 보육료가 현실화 돼야 하고, 아동대 교사 비율도 줄여야 한다. 추가 4시간의 비용을 지원받아서 교사들에게 드리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건 인식개선이다. 우리 선생님들은 정말 열심히 일하는데 가끔씩 언론에서 안 좋은 사건이 나올 때마다 사기가 저하된다. 보육교사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싶은데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며, 무엇보다 보육교사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yes228@kukinews.com

박예슬 기자
yes228@kukinews.com
박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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