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 건강톡] “다리길이가 달라요” 하지부동, 어떻게 치료해야 할까

[세브란스 건강톡] “다리길이가 달라요” 하지부동, 어떻게 치료해야 할까

기사승인 2017-04-05 05:00:00

글·이동훈 교수(세브란스병원 소아정형외과)

“골반이 틀어졌어요”, “절룩거려요”, “한쪽 무릎을 굽히고 걸어요” 모두가 좌측과 우측의 다리길이가 다를 때 흔히 호소하는 증상들이다.

사실 우리의 몸은 오른쪽과 왼쪽이 완벽하게 같지는 않다. 눈과 손 크기, 팔 길이 등 어느 것 하나 완벽한 좌우대칭은 드물다. 다리길이도 마찬가지로 좌우 길이가 다른 경우들이 많은데, 인구의 80%가 1cm 이내의 다리길이 차이를 가진다는 연구 보고서도 있다. 

물론 1cm 이내의 다리길이 차이는 정상으로 본다. 정형외과 교과서에서는 다리길이가 2∼2.5cm 이상 차이가 날 때 비로소 치료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하지부동, 어떤 문제가 있을까?

하지부동이 있으면 선 자세에서 골반이 기울어지거나, 한쪽 무릎을 굽히면 더 편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심한 경우 척추가 휘어지고 어깨가 틀어지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실제 하지부동이 있는 사람이 똑바로 서기 위해서는 기울어진 골반과 반대방향으로 허리를 휘어야 하기 때문에 일종의 ‘보상성 척추측만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상태가 지속될 경우 허리, 무릎, 고관절 등에 관절염이 발생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아이들은 나이가 어릴수록 다리길이 차이에 잘 적응하기 때문에 어지간해서는 스스로 느끼는 불편감이 거의 없지만 주로 부모님이 발견해서 데리고 온다. 소아 하지부동의 경우 어른보다 생각할 부분이 많다. 원인이 무엇인지, 다른 문제는 없는지, 현재 뼈 나이가 어느 정도인지, 앞으로 성장이 완료되었을 때 길이차이가 얼마인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 

◇성인 하지부동, 어떻게 치료해야 하나?

교과서에 나오는 하지부동의 치료 설명은 비교적 간단하다. 좌우 다리 길이 차이가 2∼2.5cm 미만 이라면 아무 치료가 필요 없고, 그 이상이면 깔창신발부터 시작해서 차이가 커진다면 수술치료까지 권장한다. 하지만 실제 진료현장에서는 훨씬 더 복잡한 결정과정을 거쳐야 하고, 소위 ‘환자 맞춤형’ 치료가 필요한 분야다. 

우리나라에서는 좌우 3cm 이상 길이차이를 보여 수술치료를 했을 경우에만 의료보험 혜택을 적용시켜 준다. 하지만 실제로는 2cm 미만의 길이 차이에도 불편함을 호소하는 환자도 있다. 또한 입식문화가 보편화된 서양인들은 깔창신발을 잘 맞추면 침대에 올라가기 전까지 불편함 없이 생활할 수 있지만, 한국인들은 귀가하면서 신발을 벗어야 하고 심지어 식당에서도 신발을 벗을 일이 많은 좌식문화권이라 신발치료가 용이하지 않다. 서양에서 만든 치료기준을 그대로 우리에게 적용하기 힘든 이유다. 

실제 치료결정 과정에서는 환자의 불편함이 정말 하지부동 때문에 비롯된 것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단지 엑스레이에서 보이는 길이차이가 아닌 환자가 ‘느끼는’ 길이차이를 찾아서 이것을 치료해야 한다. 신발깔창을 이용한 치료를 할지, 골연장술(사지연장술)을 통해 짧은 다리를 늘릴지, 골단축술로 긴 다리를 줄일지 등 세부 치료 계획을 환자와 상의하여 정한다. 

◇소아 하지부동 치료는 어떻게 하나?

‘소아는 작은 어른이 아니다’라는 말이 여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소아는 성인과 달리 성장하고 있는 아이들이다. 즉, 지금의 다리길이 차이가 성장이 끝날 때까지 유지된다는 보장이 없다. 실제로 대부분은 변한다. 그렇기 때문에 성인처럼 치료 순간의 길이차이만 잘 결정해서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성장이 완료되었을 때 길이차이를 예상해서 치료해야 한다. 

달리 생각해보면 소아는 성장판을 지니고 있어 치료에 유리한 점도 있다. 긴 다리를 짧은 쪽에 맞추려면 성인은 뼈의 일부를 잘라내는 비교적 큰 수술을 해야 한다. 소아는 조그마한 나사로 성장판의 성장속도를 조절하는 소위 ‘성장판 조절나사’로 비교적 쉽게 수술을 시행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매우 간단한 수술이기 때문에 회복기간이 짧고 학교생활에 거의 지장을 주지 않는다. 

그렇지만 소아이기에 ‘키’도 고려해야 한다. 간단하다고 무조건 긴 다리를 짧은 쪽에 맞추면 성장이 완료된 후에도 키가 작아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만약 아이의 예상키가 작다면 긴 다리를 짧게 만드는 방법보다 짧은 다리를 길게 만드는 골연장술(사지연장술)을 고려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골연장술은 ‘성장판 조절나사’에 비해 큰 수술이고 상대적으로 길고 힘든 치료과정이 필요하다는 점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다만 최근 골연장술(사지연장술)이 기술적, 기계적으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더 안전하고 편하게 뼈를 연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박예슬 기자
yes228@kukinews.com
박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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