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노미정 기자] 지난해 신용카드 불법복제로 인한 피해액이 9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수치상으로는 5년 전보다 12.5%(12억원) 감소했지만 피해금액 자체만 보면 여전히 상당한 수준이다. BC카드는 지난해 피해액이 가장 많았고, 하나카드는 지난 5년간 피해액이 가장 크게 늘었다.
10일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를 보면, 전업 카드사 8곳의 지난해 불법복제로 인한 피해액은 총 91억원에 달했다. 지난 2012년(104억원) 보다는 12.3%(12억원) 줄어든 수치다.
연도별 피해금액은 2013년 98억원, 2014년 94억원, 2015년 100억원으로 상당한 수준이다.
카드사별로는 BC카드의 피해액이 22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신한카드(17억원), 하나카드(15억원), KB국민카드(14억원), 우리카드(10억원), 롯데카드(6억원), 삼성카드(5억원), 현대카드(2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카드사별 5년간 피해액 증감률을 보면 8개사 중 하나카드만 유일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카드는 2012년 8억원에서 2016년 15억원으로 5년새 87.5%(70억원)이나 대폭 늘었다.
반면 나머지 7개사는 5년 동안 피해액이 줄거나 동일한 수준을 보였다. 현대카드는 83.3%(10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삼성카드(28.6%), 비씨카드(21.4%), 우리카드(9.1%), KB국민카드(6.7%) 순이었다. 롯데(6억원)·신한(17억원)카드는 2012년과 동일한 액수로 집계됐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2015년, 2016년 피해액은 통합 전 외환카드에서 발생한 피해금액까지 합쳐진 거라 타사보다 규모가 크게 잡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타사의 경우 카드 불법복제건 중 회사가 취소한 것은 제외하고 해결 못한 손실건만 보고했는데 본사는 사건 처리 전 발생한 최초 자료를 제출했다”면서 “실제 손실 본 것만 따지면 2015년 피해액은 16억6000만원, 2016년 피해액은 10억원으로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피해액이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된 BC카드 관계자는 “본 사는 타 카드사의 승인·결제를 대행하는 업무 특성상 국내 카드 승인건의 4분의 1을 처리하고 있다”면서 “이런 이유로 피해규모가 크게 잡힌 것 같은데 일반 카드사와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건 맞지 않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런 업계의 해명과 달리 전문가들은 미흡한 개인정보 보완 시스템을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한다.
카드사별 피해액 및 증감률이 차에 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FDS 등 보완시스템 운영 능력의 차이”를 들어 설명했다. 그는 “피해액이 크거나 대폭 증가한 카드사들을 보면 후발주자인 경우가 많다”며 “아무래도 경험 많은 대형사 보다 시스템 운영 능력이 부족하고 사고유형 파악 및 대처 노하우가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도 “신용카드의 해외 사용량 증가와 연관 있는 것 같다. 해외의 카드 가맹점 중에선 해킹에 취약한 마크네틱 단말기를 사용하는 곳이 꽤 있기 때문이다”면서도 “국내에서도 보완에 강한 IC단말기 교체작업이 아직 진행중이긴 하다”고 밝혔다.
박용진 의원은 평소와 다른 이상 구매 패턴을 사전에 감지해 카드 복제에 따른 부정 거래를 방지하는 FDS의 부실한 기능을 지적했다. 그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 해킹 등 카드 불법 복제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카드사 FDS도 인공지능(AI)를 적용하고 있지만 피해규모가 매년 100억원에 육박한다”면서 “카드사들이 FDS를 통합 운영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윤철환 팀장(소비자정의센터)은 “카드 한 장에 개인정보와 결제관련 정보가 다 들어있는데 이게 주민번호와 매칭돼 더 큰 피해를 양산하고 있다”면서 “피해가 발생했을 때 개인 보다 카드사, 금융당국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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