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삼성 무풍에어컨’ 비밀 품은 광주서 제조업 미래 엿보다

[르포] ‘삼성 무풍에어컨’ 비밀 품은 광주서 제조업 미래 엿보다

기사승인 2017-04-19 13:18:16


[쿠키뉴스=김정우 기자] 포근한 봄 날씨가 이어지는 가운데 삼성전자 에어컨 생산의 본거지인 광주공장 2캠퍼스(공장)은 예년보다 다소 일찍 바빠졌다.

광주광역시에 위치한 이곳 사업장은 국내 시판되는 삼성 스탠딩에어컨과 공기청정기 생산을 맡고 있다. 현재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처음 선보인 ‘무풍에어컨’과 공기청정기 ‘블루스카이’ 생산이 한창이다.

이곳은 본격적인 더위 시작에 앞서 밀려드는 생산 주문에 맞춰 지난달부터 풀가동에 들어갔으며 이달부터는 주말까지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다. 무풍에어컨은 지난해 1월 출시된 후 누적 판매량 35만대를 돌파했다. 공기청정기 역시 지난해 1분기 대비 올해 같은 기간 생산량이 2배 이상 증가해 당분간 분주한 모습이 이어질 예정이다.

무풍에어컨이 조립되는 공장에 들어서자 작업 인원과 로봇이 바삐 움직이는 장면이 펼쳐졌다. 쉴 새 없이 진행되는 작업에도 과거 컨베이어 벨트 방식 공장과 달리 여유 있는 공간과 탁 트인 시야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삼성 광주공장은 한 줄로 늘어선 사람들과 로봇이 한 가지 작업만을 반복하는 컨베이어 벨트 방식이 아닌 구역별 별개의 작업이 이뤄지는 ‘모듈러 셀’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한다. 2013년부터 이 방식을 도입해 현재 6개 생산라인 14개 셀에서 제품을 생산하며 컨베이어 벨트 방식 대비 작업 공간도 약 30% 여유가 생겼다. 또 천정에 매달려 있던 장비 대부분이 바닥에 위치하면서 시각적 안정감과 개방감이 더해졌다.

모듈러 셀 방식은 ‘4차 산업혁명’의 단골 주제 중 하나인 ‘스마트 공장’의 기본적인 형태다. 선형으로 이뤄지는 컨베이어벨트 방식과 달리 특정 작업 단계에 오류가 발생해도 전체 라인이 멈추지 않고 독립 공간인 셀에서 외부 방해를 최소화 한 상태로 작업이 진행된다는 점도 장점이다.

특히 각 셀의 작업자들은 해당 공정의 품질을 책임지고 이들의 작업·관리 현황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돼 있다. 삼성전자가 이를 두고 ‘장인 정신’을 언급하는 것도 과거 공장 작업자들이 하나의 거대 기계 부품처럼 제품을 생산해 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납득할 수 있었다.

작업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면 로봇 팔이 부품의 코드를 확인하고 셀에 투입하는 모습부터 3D 스캐너가 약 5초마다 에어컨 한 대씩을 검사해내는 모습, 카메라로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고 나사를 조이는 로봇, 특정 구역 바닥 이물질을 청소하는 로봇 청소기까지 스마트 공장에 어울리는 요소가 가득하다. 다만 로봇뿐 아니라 사람들도 함께 호흡을 맞추며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는 점이 이채롭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매 15초마다 무풍에어컨이 한 대씩 생산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셀 방식 공정 전환 이후 과거 대비 생산효율을 25% 높아지고 불량률은 50%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곳에서 만들어지는 무풍에어컨은 사람 피부에 직접 바람이 닿지 않는다는 개념으로 주목을 받은 제품이다. 핵심은 직경이 1mm에 불과한 13만5000개 미세 구멍(마이크로홀)을 통해 냉기를 내보내는 바람으로 느껴지지 않도록 한 것이다.

이 같은 미세 공정은 광주공장 3캠퍼스 정밀금형개발센터가 책임진다. 제품을 외관 부품 등을 찍어내기 위한 금형을 설계하고 만들어내는 곳으로 2010년 약 2만5000㎡의 부지에 지상 2층 규모로 건립됐다.



삼성전자가 ‘국내 최고의 금형 연구 시설’이라고 공언하는 이곳은 가공·사출·프레스 관련 다양한 종류의 최첨단 금형 장비를 갖추고 전 공정 자동화를 통해 24시간 무인 가동이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고품질·단납기 금형을 제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존 프레스 금형 기술로 구현이 어려운 무풍에어컨의 마이크로홀 구현을 위해 삼성전자는 금형의 공차가 머리카락 두께의 20분의 1인 0.005mm를 유지할 수 있는 가공 기술을 확보하고 수백개의 펀치가 고속 타공으로 파손 없이 13만5000개 미세 구멍을 찍어내는 프레스 기술을 개발했다.

2캠퍼스 조립 공장이 모듈러 셀 방식으로 공정 효율화를 달성했다면 3캠퍼스의 금형개발센터는 제품 경쟁력 확보를 위한 원천 기술을 구현해내는 기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는 가운데 산업의 근간인 제조업에서 이처럼 활발하게 돌아가는 현장이 있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라고 자평했다.

tajo@kukinews.com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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