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정진용 기자] 19대 대선 후보 2차 TV 토론 이후 정의당 내에서 집단 탈당 움직임이 일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의 참여정부 비판이 지나치다는 여론이 형성되면서다.
심 후보는 19일 열린 2차 TV 토론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공약을 맹공했다.
심 후보는 "민주당은 지난 10년간 새누리당 정권을 향해 ‘복지 공약 후퇴는 대국민 사기다,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비판했는데, 문 후보 복지 공약에 증세 계획은 전혀 없다. 지난 선거에서 13조7000억정도 증세계획이 포함돼있는데, 지금은 그것도 없다. 박근혜 정부 따라가는 거 아닌가"라고 하자 문 후보는 "제가 증세 정책 말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심 후보는 "제가 다 검토하고 왔다. 10대 공약을 제출했는데 주말 사이 문 후보의 공약이 대폭 후퇴했다"며 공세를 이어갔다.
문 후보가 "정책을 만들어 가는 과정인데 삭감했다고 말하면 어떻게 하나"라고 반박하자 심 후보는 "문 후보는 그렇게 말하면 안 된다. 지난 5년간 준비하셨는데 지금 또 수정하면 되겠나"라며 "제가 정치인이 돼서 가장 아픈 말이 '사기꾼 말을 믿지 정치인 말을 믿나'다. 자신 없는 공약은 내지 말아야 한다"고 비난했다.
심 후보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를 두고도 문 후보의 '전략적 모호성'을 비판했다.
심 후보가 "사드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발언은 평론가의 언어지, 정치 지도자의 언어가 아니"라고 말하자 문 후보는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사드배치 카드가 다음 정부로 넘어가고 있어, 미국, 중국과 충분한 외교적 합의하고, 안보와 국익을 지켜내는 합리적 결정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심 후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미국이나 중국 등 주변국에게 전략적 모호성은 이중플레이로 받아들여진다"며 "문재인 후보께서 이쪽저쪽 눈치보는 외교자세는 강대국의 먹잇감되기 제일 좋은 태도"라고 맹비난했다.
방송 이후 온라인상에서는 심 후보가 지난 17일 SNS에 직접 올린 글이 문 후보의 입장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의견이 나왔다. 심 후보는 같은 날 "사드는 아직 작전 배치되지 않았다. 차기 정부가 다시 따져보고 결정해야 한다"면서 "제가 차기 정부를 구성한다면 사드 효용성을 꼼꼼히 따지고 문제가 있다면 배치를 철회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또 심 후보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에 비해 문 후보에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네티즌은 "홍 후보는 겨우 설거지로 까면서 왜 팩트가 틀린 걸로 문 후보를 공격하느냐"는 글을 올렸다.
정의당 온라인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심 후보에 대한 비판과 지지 글이 동시에 쏟아졌다. "대선 토론 실망이다" "공격할 곳은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지 민주당이 아니다"는 의견과 "타당 후보를 비판했다고 탈당하는 게 제정신인가" "심 후보가 토론을 제일 잘했다" "진보끼리는 공격하면 안 되나"는 반응이 엇갈렸다.
한 네티즌은 "우리나라 진보정당이 성장할 토대가 언제 마련되었나. 민주정부 10년이지 않나. 그 정권이 없었으면 지금의 정의당이 있었겠나"라며 "정의당이 꿈꾸는 세상을 만들려면 지금 민주당의 편에 서야 한다. 이명박·박근혜 심판은 오간 데 없는 대선으로 만들지 말라. 제발 (나무 말고) 숲을 보라"는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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