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정진용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한반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에 대한 비용 10억 달러(1조1301억원)을 한국이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 정치권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8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측 윤관석 공보단장은 논평을 통해 "구(舊)여권과 국방부는 사드 배치 결정 과정에서 양국 간 어떤 협의와 합의가 있었는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면서 "언론보도대로라면 사드배치 결정은 처음부터 중대한 결함이 있었음이 분명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 단장은 "양국간 긴밀한 협의 없이 한국의 일방적인 비용 부담을 요구하거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를 주장하는 것이 동맹 정신에 부합하는지도 생각해볼 문제"라며 "다시 강조하지만 사드 배치 문제는 차기 정부로 넘겨야 한다.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야간에 기습작전하듯 진행되고 있는 사드 배치 작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의당은 "중국 정부의 간접적 경제 보복보다 더 뻔뻔하고 노골적인 책임 전가"라고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한창민 정의당 선대위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을 통해 "(사드 배치는) 정통성 없는 박근혜 정권이 국민의 동의도 거치지 않고 멋대로 결정한 일"이라면서 "미국은 대단한 은혜라도 베푸는 양 말하지만, 철저히 자국의 이익만을 위한 패권적 형태다. 대한민국은 위험과 비용을 수반한 사드가 필요 없다"고 규탄했다.
국민의당도 "사드 배치와 운영·유지비용은 한미 간 애초 합의한 바에 따라 미국이 전액 부담해야 한다"면서 "만약 한미 정부 간 이면합의가 있었다면 이는 국민을 속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손금주 국민의당 대변인은 이어 한미 FTA에 대해서도 "재협상 혹은 종결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한다"고 덧붙였다.
범보수진영은 다소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지상욱 바른정당 대변인 단장은 사드 비용 분담 요구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이 사실이라면 기존의 합의를 벗어난 것으로서 국가 간 신의의 문제"라면서도 "유승민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이 점에 대해 분명히 얘기하고 협력을 이끌어 낼 것이다. 이런 문제로 한미 양국 간의 신뢰가 훼손되거나 사드 반대세력이 목소리를 높이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은 "홍준표 후보가 이끄는 정부가 들어선다면 전혀 염려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김명연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주한미군 철수 등 한미동맹이 급속히 와해될 수 있는 좌파 정부 탄생을 우려해서 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면서 "홍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과 당당히 협상해 대한민국의 국익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대통령 후보"라고 강조했다.
다만 김 대변인은 "사드 배치 비용은 SOFA(주한미군지위협정) 규정에 따라 우리 정부는 부지·기반시설 등을 제공하고 사드 체계 전개 및 운영유지 비요은 미국이 부담한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고 덧붙였다.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