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심유철 기자] 삼성 등 대기업에서 592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 측이 공소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박 전 대통령 측은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첫 번째 공판준비기일에서 수사 기록을 다 검토하지 못한 점을 전제로 검찰이 주장한 혐의 내용을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 유영하 변호사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 기록이 12만 쪽이 넘어 현재 복사 중”이라며 “기록 등사를 다 마친 뒤 18개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을 나눠서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 변호사는 이어 “검찰이 작성한 공소장 내용 중 불명확한 점들이 있다”며 “검찰 측에서 명확히 밝혀달라”고 해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직권남용·강요 피해자가 기업체 대표인지 법인인지, 롯데에서 70억원을 추가 출연받아 제3자 뇌물수수로 박 전 대통령이 기소된 사안에서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은 공범에서 왜 배제됐는지 등이다.
유 변호사는 또 “삼성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후원금을 낸 것이 그룹에 대한 불이익을 우려해서인지 혹은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 작업 지원을 기대해서인지 불분명하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과 함께 기소된 최순실(61·구속기소)씨 측도 대기업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2기)는 최씨가 롯데에서 하남 체육시설 건립 비용 명목으로 70억원을 받았고, SK에 해외전지훈련 사업 등 명목으로 89억원을 요구한 것에 대해 제3자 뇌물 혐의를 추가 적용했다.
이에 최씨 측 변호인은 “롯데에서 70억원을 받은 것은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됐는데, 특검 수사를 넘겨받은 특수본 2기가 특별한 사정변경도 없이 다시 기소했다”며 “이는 명백한 공소권 남용이자 이중 기소”라고 말했다. 이어 “뇌물과 직권남용·강요 혐의는 동시에 성립할 수 없다. 강요죄의 피해자인 롯데는 범죄자로 변했다”며 “직권남용과 강요, 뇌물 중 한 가지는 무죄인 만큼 피고인이 한쪽에 집중할 수 있게 소송지휘를 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최씨 측 변호인은 또 “최씨는 박 전 대통령과 범죄를 공모한 사실이 없다”면서 “뇌물죄의 구성요건인 대가성, 부정한 청탁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을 비롯해 구속 피고인들의 구속 기한 만료를 감안해 사건을 신속하게 심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오는 16일 공판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열고 오는 23일부터 정식 심리를 시작할 계획이다.
정식 재판에서는 피고인들이 모두 법정에 출석해야 한다. 이에 정식 재판에서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국정농단 사태 이후 처음으로 얼굴을 마주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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