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정진용 기자] 19대 대통령선거에서 세대 간 대결 양상이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극복해야 할 과제로 '세대 갈등'이 새롭게 떠올랐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9일 실시한 19대 대선에서 문 대통령은 41.08%의 득표율로 1342만3800표를 얻어 당선됐습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24.03%(785만2849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21.41%(699만8342표)를 각각 얻었습니다. 문 대통령과 2위 홍 후보와의 격차는 557만951표로 역대 최대 표차입니다.
이번 대선의 특징은 영·호남 지역구도가 많이 허물어졌다는 점입니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부산과 울산입니다. 문 대통령은 보수색이 강한 부산과 울산에서 1위를 차지했는데요. 이날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부산에서 38.7%(87만2127표) 득표에 성공했습니다. 홍 후보는 문 대통령에 6.7%p 뒤처진 32.0%(72만484표)에 그쳤습니다. 또 울산에서는 문 대통령이 38.1%(28만3602표)를 득표해 27.5%(20만3602표)를 얻은 홍 후보를 제쳤습니다.
홍 후보는 보수정당 '텃밭' 영남에서 표를 가장 많이 얻었으나 과반 달성에는 실패했습니다. 홍 후보는 경북에서는 48.6%, 대구 45.4%, 경남 37.2%의 득표율을 각각 기록했습니다. 특히 경남의 경우 문 대통령과의 차이는 0.5%p에 불과했습니다. 이는 지난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구·경북에서 80.5%, 부산·울산·경남에서 60.9%의 득표율을 기록한 것과는 대비됩니다.
야권 후보들을 향한 호남 지역주민의 '몰표'도 완화됐습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2년 18대 대선에서는 광주(91.97%), 전남(89.28%), 전북(86.25%)에서 압도적 지지를 얻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19대 대선에서는 문 대통령이 60% 안팎의 득표율을 기록, 쏠림 현상이 상대적으로 덜해졌죠.
지역 갈등이 완화된 대신 세대 갈등은 깊어졌습니다. 전날 투표 종료 직후 발표된 KBS·MBC·SBS 지상파 3사 공동 출구조사(신뢰도 95%. 오차범위 ±0.8%)에 따르면 문 후보는 20~50대 까지는 앞섰고, 홍 후보는 60대 이상에서 독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대와 30대에서 홍 후보는 지지율 한 자릿수를 넘어서지 못했습니다. 20대에서 문 후보 47.6%·홍 후보 8.2%, 30대 문 후보 56.9%·홍 후보 8.6%로 집계됐죠. 40대(문 후보 52.4%·홍 후보 11.5%)와 50대(문 후보 36.9%·홍 후보 26.8%)에서도 문 후보가 홍 후보를 10%p 넘게 앞섰습니다. 60대 이상에서는 전세가 역전됐습니다. 60대의 경우 홍 후보 45.8%·문 후보 24.5%, 70대 이상에서는 홍 후보 50.9%·문 후보 22.3%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세대별 선호하는 후보가 극명하게 갈리는 현상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지난해 10월 불거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온 국민이 함께 분노했습니다. 그러나 그 뒤에 이어진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파면, 구속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온도 차가 극명했습니다. 어버이연합, 엄마부대로 대표되는 극우성향 단체들의 행태는 노인세대를 바라보는 청년세대의 반감을 더욱 부추겼죠. 이는 곧 '촛불 대 태극기'라는 극단적인 분열 양상으로 치달았습니다.
연령별 갈등은 어디에서 시작된 걸까요. 장·노년층의 물질적, 정신적 소외감을 그 원인으로 꼽는 해석이 있습니다. 지난달 2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산하 한국민주주의연구소가 펴낸 보고서 '촛불, 태극기, 그리고 5070세대 공감'은 "5070세대는 전쟁에 대한 공포를 간직하고 있어서 안보문제, 색깔론은 이들을 동원하고 결집시키는 중요한 기제"라면서 장·노년층이 과거에 향수를 간직한 이유로 "현재가 너무 비참하기 때문"이라고 짚었습니다. 보고서는 노인세대가 젊은세대로부터 '퇴물' 취급을 받는 동시에 사회적으로 노인복지, 노후대책이 잘 마련돼있지 않다고 지적하고 제도적 대책 마련을 촉구했죠.
문 대통령은 전날 오후 11시50분 당선이 확정되자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을 찾아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분들도 섬기는 통합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이날 호남 출신의 이낙연 전남지사를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로 내정했죠. '비(非) 영남 총리'를 선택하며 지역통합을 염두에 둔 행보로 읽힙니다. 문 대통령이 말한 '통합'이 지역통합만을 지칭한 것은 아닐 겁니다. 분열과 대립으로 점철된 박근혜 정권의 바통을 이어받은 문 대통령. '통합의 리더십'으로 지역 갈등은 물론 세대 갈등까지 극복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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