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희 아나운서 ▶ 심유철 기자의 키워드 포착. 오늘도 쿠키뉴스의 심유철 기자와 함께 합니다. 심유철 기자, 안녕하세요.
심유철 기자 ▷ 네. 안녕하세요. 심유철 기자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오늘 제시해 주실 키워드는 무엇인가요?
심유철 기자 ▷ 네. 오늘 제가 제시할 키워드는 대통령 도서관입니다.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으시겠지만, 현재 우리나라에는 세 곳의 대통령 도서관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세 곳 도서관 다 책을 열람하지도, 빌릴 수도 없습니다. 국민의 혈세로 만들어진 대통령 도서관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데요. 어떻게 된 일인지, 자세한 내용 살펴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국민들의 세금으로 지어진 도서관이 그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니, 안타까운데요. 사실 역대 대통령들의 이름을 딴 도서관이 있다는 사실도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심유철 기자, 대통령 도서관이 세 곳이라고요?
심유철 기자 ▷ 네. 두 곳은 이미 개관했고요. 한 곳은 개관 예정인데요. 박정희 도서관, 연세대학교 김대중 도서관, 그리고 개관 예정인 김영삼 기념 도서관입니다. 얼마 전,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포항에 있는 한동대가 기념 도서관 건립을 추진했었지만, 총학생회 등의 반발로 무산되고 말았죠. 그래서 아직 불투명한 상태고요. 이미 완공된 곳은 세 곳입니다. 그 규모만 해도 평균 5484 제곱미터, 약 1659평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건립에 들어간 비용도 어마어마하겠어요. 심유철 기자, 그 비용은 다 어디서 조달했나요?
심유철 기자 ▷ 일단 대통령의 사재와 모금, 기부금 등을 통해 충당하고요. 1/3 정도는 세금의 도움을 받습니다. 그래서 전직 대통령 도서관을 짓는 데, 이미 세금 총 400억 원 가량이 들어갔는데요.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은, 민간단체 등이 기념사업을 추진할 경우, 건립비의 30%를 국고에서 지원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박정희 도서관은 208억 원, 김대중 도서관은 83억 원, 김영삼 도서관은 75억 원을 국고 보조금으로 받았죠.
김민희 아나운서 ▶ 아무리 사재와 기부금을 동원한다 해도 엄청난 세금의 도움을 피할 수 없는 건데요. 문제는, 그렇게 세금을 투자해 지은 대통령 도서관이 현재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거죠?
심유철 기자 ▷ 네. 그렇습니다. 아직 문을 열지 않은 김영삼 도서관을 제외하더라도, 나머지 두 곳은 도서관이라고 부르기도 무색한 실정인데요. 그 이유는, 두 곳 다 이름은 도서관이지만 이상하게도 책이 없기 때문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책이 없는 도서관. 뭔가 이상한데요. 주민등록등본을 떼어주지 않는 주민 자치 센터, 운동할 공간이 없는 공공 체육관. 뭐 이런 느낌이에요. 이미 완공되어 개관한 박정희 도서관과 김대중 도서관에 정말 책이 없나요?
심유철 기자 ▷ 네. 이름은 도서관이지만 책을 열람할 수도, 빌릴 수도 없습니다. 박정희 도서관은 공사가 완료된 지 4년이 지났지만, 도서관과 열람실은 아직도 개관을 준비 중인데요. 현재 이곳은 기념관만 열어, 반쪽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안내도에는 1층 기획 전시 및 전시실, 2층에는 어린이 열람실, 일반 열람실, 3층은 특별 자료 열람실, 전자 자료 코너라고 안내되어 있지만요. 정작 건물 안에 들어가면 열람실은 아무데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열람실 이용을 위해 이곳을 찾은 주민들은 안내표지판만 보고 발걸음을 돌리고 있는 실정이죠.
김민희 아나운서 ▶ 공공 도서관이면 당연히 시민들을 위한 책이 구비되어 있고, 또 빌릴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이렇게 되면 도서관. 이라는 명칭부터 먼저 바꿔야 할 것 같아요. 심유철 기자, 열람실도, 책도 없는데도 도서관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법적인 문제는 없나요?
심유철 기자 ▷ 일반적으로 264㎡ 이상의 사립, 공공 도서관은 도서관법에 따라 60석 이상의 열람석과 3000권 이상의 기본 장서, 300권 이상의 연간증서와 사서 등을 갖춰야 합니다. 그런데 박정희 대통령 도서관은 공공 도서관으로 등록하지 않았고요. 사립 도서관으로만 운영되고 있는데요. 사립 도서관은 관할 지자체에서 운영 지원 및 관리 책임이 없으며, 도서관법에 따른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도 제재할 수 없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 지자체도 책임이 없다.. 그럼 책이 없는 도서관 안에는 대체 무엇이 있나요?
심유철 기자 ▷ 박정희 대통령 기념 도서관 안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 집권 당시 역사적 배경과 고속도로 건설, 새마을 운동, 중화학 공업화 정책 등 그의 업적 위주 전시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사실 도서관이라기보다는 기념관에 가깝죠. 도서 대출과 검색 시스템도 전혀 구비돼 있지 않고 있는 상태라, 도서관 개관에 대한 의지가 전혀 없는 것으로 보는 시민들도 많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앞서 열람실 이용을 위해 찾은 주민들이 발걸음을 돌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하셨는데요. 일단 주민들을 위한 시설이 아닌 건 분명하네요. 그럼 다른 대통령 도서관도 실정은 마찬가지인가요?
심유철 기자 ▷ 네.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김대중 도서관의 경우, 2003년 개관 당시에는 대통령 관련 사료를 열람할 수 있었는데요.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과 관리 문제 2010년께 장서 대부분을 연세대 도서관으로 옮겼고요. 이후 2006년부터는 전시관으로만 운영되고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마찬가지군요. 도서관이 아닌 도서관. 그 이름에 속은 건 결국 우리 국민들이네요.
심유철 기자 ▷ 네. 그렇게 되죠. 특히 박정희 대통령 도서관이 있는 마포구는 공공 도서관 면적 크기가 서울시 25개 구 가운데 23위로 작아, 도서관에 대한 구민의 열망이 큰 곳입니다. 구에 있는 공공 도서관은 단 두 곳인데요. 이마저도 구청이나 동 주민 센터 건물 한 층에 위치한 작은 규모이기 때문이죠.
김민희 아나운서 ▶ 시민들이 필요한 건, 전직 대통령의 업적을 기리는 기념관이 아니라, 도움 되는 책 한 권을 읽고 또 마음 편히 빌려갈 수 있는 곳인데요. 왜 그걸 몰라주는지 모르겠어요. 심유철 기자, 이런 내용들에 대해 도서관 측에서는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는지 궁금해요.
심유철 기자 ▷ 도서관 관계자들은 시민들의 문제 제기에도, 어쩔 수 없다는 반응입니다. 박정희 도서관의 경우, 기념 재단 측이 용지를 매입하겠다고 제안했고요. 서울시는 이를 받아들였지만 시민 단체의 반대로 교착 상태에 빠졌는데요. 그건 용지가 매각되면 공공 도서관 개관 협약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우려한 것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러니까 도서관 측의 문제가 아니라 서울시의 문제라는 거죠?
심유철 기자 ▷ 그렇죠. 박정희 도서관 쪽 사정이 아니라 시의 문제라는 겁니다. 그러니 앞으로 도서관과 열람실이 생길지는 미정일 수밖에 없다는 거죠.
김민희 아나운서 ▶ 네. 그럼 김대중 도서관의 경우는 어떤가요?
심유철 기자 ▷ 김대중 도서관 관계자에 따르면, 김대중 도서관은 원래부터 대통령 재임 중 생산된 문서, 소장품들과 개인 자료를 보관하고 정리하는 미국식 개념의 대통령 도서관이라는 겁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미국식 개념의 대통령 도서관은 뭔가요? 미국의 대통령 도서관들은 뭐가 다른가요?
심유철 기자 ▷ 미국 대통령을 기념하는 첫 도서관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1939년 자신의 공문서, 편지 등을 국가에 기증해 건립됐고요. 1955년에는 대통령 도서관법도 제정됐는데요. 조지 W 부시에 이르기까지 대통령 퇴임을 전후로 도서관을 짓는 게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분명한 건, 한국과 달리 미국의 대통령 도서관은 지역사회의 자랑거리라는 점입니다. 우리나라처럼 애물단지가 아니라는 거죠.
김민희 아나운서 ▶ 미국의 대통령 도서관에도 자신의 공문서나 편지 등을 기증해 건립했으니, 우리나라의 대통령 도서관도 그래야 한다. 이건 좀 아닌 것 같아요. 우리나라에는 도서관이 아니더라도 이미 전직 대통령을 기념하는 곳이 많잖아요.
심유철 기자 ▷ 그럼요. 전직 대통령을 기념할 공간은 이미 포화 상태입니다. 김영삼 대통령 기록 전시관은 경남 거제에 있고요. 김대중 노벨 평화상 기념관은 전남 목포에 있습니다. 또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우, 경북 구미에 생가와 하숙집이 있고요. 기념관인 민족 중흥관도 있습니다. 심지어 그가 단 하룻밤을 묵었다는 울릉도에도 기념관이 있는데요. 이 기념관들은 모두 지자체가 추진한 것으로 국민 입장에서는 이중으로 세금이 나가는 셈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맞아요. 그 세금에 대한 내용 안 짚어볼 수가 없어요. 그런 기념관이나 도서관 모두 국민들의 세금으로 지어지고 또 운영되고 있는 거잖아요. 심지어 다른 사업들도 세금으로 진행 중이죠?
심유철 기자 ▷ 네. 내년인 2017년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태어난 지 100년을 맞이하는 해입니다. 그래서 박정희 탄생 100년을 맞아, 각급 자치 단체가 세금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들이 많은데요. 그 중 지출 내역이 큰 사업 중심으로 몇 개만 살펴보면, 가장 먼저 박정희 생가 복원 사업 286억 원입니다. 이어 박정희 기념 공원 조성으로 297억 원, 그리고 새마을 운동 테마 공원 건설에 785억 원, 또 박정희 기념 도서관에도 208억 원이 쓰일 예정인데요. 이러한 총 14가지 사업에 약 1900억 원이 세금으로 소요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청년실업에 저출산, 초고령화까지. 온갖 사회 문제들이 우리나라를 뒤덮고 있는 상황에 2000억 원에 가까운 세금을 박정희 전 대통령의 탄생 백 년을 위해 사용한다는 건, 진정한 혈세 낭비가 아닌가 싶어요. 이미 세금으로 지어진 두 개의 대통령 도서관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와중에 말이죠.
심유철 기자 ▷ 그렇죠. 그리고 나머지 한 곳인 김영삼 대통령 도서관 역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상도터널을 지나면 바로 김영삼 도서관이 보이는데요. 외관상 보기에 공사는 진작에 끝난 것으로 보이지만, 개관은 깜깜 무소식입니다. 중간에 재원 문제 등으로 완공이 미뤄지는 우여곡절을 겪었고, 그 후에는 운영 주체를 정하지 못해 또 개관이 미뤄지는 덕에 결국 김영삼 전 대통령은 다 지어진 건물을 앞에 두고서도 개관을 보지 못하고 서거했죠. 또 공사비 265억 원 가운데 75억 원이 세금으로 지원됐는데, 이 공사비 일부가 사라져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여러 문제가 많았지만, 아직 개관 전이니 기대를 해봐야겠어요. 김영삼 도서관은 우리가 원하는 도서관이 될 수 있을까요?
심유철 기자 ▷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마지막 소원 중 하나가 바로 주민들을 위한 도서관 건립이었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김영삼 대통령 기념 도서관은 지하 1층부터 2층까지는 김 전 대통령의 생애를 담은 기념관으로 꾸미고, 또 나머지 공간은 주민들을 위한 도서관이 될 예정이긴 합니다. 정치, 인문, 사회과학 분야 서적 1만여 권을 배치 할 계획이고요. 다만, 우리가 원하는 도서관이 될 수 있을지 아닐지, 그 답은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국어사전에서 도서관은, 온갖 종류의 도서, 문서, 기록, 출판물 따위의 자료를 모아 두고 일반이 볼 수 있도록 시설. 이라고 정의되어 있습니다. 거기에는 도서가 포함되어 있죠. 하지만 도서가 없는 도서관을 도서관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저 그들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 부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때가 아닌 가 싶습니다.
심유철 기자 ▷ 네. 사실 누구나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고 싶을 것입니다. 그래서 재임 기간 중 자신이 한 일, 이뤄낸 일을 다 기념하고 싶어하죠. 하지만 착공 이후 20여 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도서관은 준비 중인 실정인 대통령 도서관은 분명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심유철 기자의 키워드 포착.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심유철 기자, 감사합니다.
심유철 기자 ▷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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