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포착] 근로기준법 사각지대

[키워드포착] 근로기준법 사각지대

기사승인 2017-05-11 16:50:38


김민희 아나운서 ▶ 키워드를 통해 여러 가지 사회 문제를 짚어보는 키워드 포착. 오늘도 쿠키뉴스의 심유철 기자와 함께 합니다. 심유철 기자, 어서 오세요.

심유철 기자 ▷ 네. 안녕하세요. 심유철 기자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오늘 제시해 주실 키워드는 무엇인가요?

심유철 기자 ▷ 네. 오늘 제가 제시할 키워드는, 근로 기준법 사각지대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근로 기준법은 말 그대로 근로자들을 위한 기준을 정해준 법이잖아요. 그런데 거기에도 사각지대가 있군요. 오늘 자세히 살펴봐야겠어요. 심유철 기자, 원래 근로 기준법의 정확한 정의가 뭔가요?

심유철 기자 ▷ 근로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하여 근로 조건의 최저 기준을 정한 법을 말합니다. 근로 기준법이 정한 근로 조건은 최저 기준이므로, 그 기준을 이유로 근로 조건을 저하시킬 수는 없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 내용도 알려주세요. 구체적으로 어떤 기준이 정해져 있는 건지요.

심유철 기자 ▷ 대략적인 부분을 알려드리면, 일단 근로 계약서에 근로 조건을 명시해야 하고,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을 하지 못합니다. 1주일의 근로 시간은 휴게 시간을 제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으며. 1년 동안 8할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 대하여는 15일의 연차 유급 휴가를 주어야 하고요. 여자와 소년의 근로는 특별하게 보호됩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런데 그 기준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 있는 거죠. 어떤 경우인지 알려주세요.

심유철 기자 ▷ 한 직장인의 상황을 들어 알려드릴게요. 30대 직장인 정모씨는 주 5일 근무가 아닌 6일 근무를 합니다. 하루에 12시간씩 일하고, 일요일에도 나오는 날도 많습니다. 사장의 지시에 따라 매일 퇴근 시간이 달라지고요. 그 직장 사장은 정씨를 비롯한 동료들을 정당한 사유 없이 자를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그 직장, 합법일까요 불법일까요? 놀랍게도, 그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그 모든 일은 합법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저도 근로 기준법 내용을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냥 들어도 그 회사는 전방위적으로 근로기준법을 위반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합법이라고요?

심유철 기자 ▷ 네.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는 경영입니다. 직원에게 하루 12시간 근무를 강요하고, 연장 근로 수당도 주지 않지만 근로 기준법에는 위배되지 않는 이 회사의 비밀은 바로 4명이 근무하는 것인데요. 우리 근로 기준법은 적용 범위를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이라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죠. 

김민희 아나운서 ▶ 그럼 5명 미만의 사람들이 근무하는 회사는요? 어떻게 되나요?

심유철 기자 ▷ 5명 미만 사업 또는 사업장의 경우에는 대통령령에 따라 일부 규정만 적용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모든 사업장에 일괄적으로 법을 적용할 경우, 영세 사업장은 경영 악화를 피하기 어렵다는 주장을 수용한 결과죠.

김민희 아나운서 ▶ 대통령령에 따라 일부 규정만 적용받도록 한다는 건 무슨 말인가요? 그 부분에 대해서 자세히 알려주셔야 할 것 같아요. 

심유철 기자 ▷ 네. 대통령령에 따르면, 5인 미만 사업 또는 사업장은 근로 조건 위반으로 근로 계약이 해제됐을 경우 귀향 여비를 지급해야 한다는 제19조 제2항,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를 제한한 제23조 제1항, 해고 사유 서면 통지를 규정한 제27조, 휴업 수당 지급을 명시한 제46조, 법정 근로 시간과 연장 근로 시간을 정한 제50조와 제53조, 가산 임금과 연차 유급 휴가 조항이 있는 제56조와 제60조 등을 적용받지 않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러니까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귀향 여비도 받을 수 없고,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를 당할 수도 있고, 해고 사유를 서면으로 통보받을 수도 없고, 휴업 수당, 가산 임금, 연차 유급 휴가 모두 받을 수 없다는 건데요. 그 내용, 하나하나 자세히 살펴볼게요. 일단 법정 근로 시간이 보장되지 않는 거죠?

심유철 기자 ▷ 네. 근로 기준법에 따르면 법정 근로 시간은 주당 40시간, 1일 근로 시간을 8시간으로 제한합니다. 연장 근로를 할 경우, 통상 임금 100분의 50 이상을 가산 지급하도록 정해두었고요. 그러나 영세 사업장은 무제한 연장 근로가 허용되고요. 또 연장, 야간, 휴일 근로 등 초과 근로를 하더라도 가산 수당이 주어지지 않습니다. 결국 영세 사업장 근로자들은 적은 임금을 받으며 격무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죠.

김민희 아나운서 ▶ 돈은 적게 받고, 일하는 시간은 오히려 더 많고, 그리고 유급 휴가도 해당되지 않는 거죠?

심유철 기자 ▷ 네. 앞서 알아본 것처럼 1년간 80퍼센트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는 15일의 유급 휴가도 주도록 규정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그 기준도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해고 통보는요? 정말 정당한 사유 없이도 사장이 임의대로 그냥 해고할 수 있는 건가요?

심유철 기자 ▷ 그 부분이 가장 문제입니다. 사업주가 정당한 사유 없이 해고를 통보할 수 있는 건데요. 30일 전에만 근로자에게 통보하면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습니다. 그렇게 되면, 근로자는 노동 위원회에 부당 해고 구제 신청조차 할 수가 없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 어느 날 갑자기 아무 이유 없이 한 달 후에 그만두라고 하면, 정말 억울할 것 같아요. 

심유철 기자 ▷ 네. 그래서 4인 이하 사업장에 근무하는 근로자들의 경우, 휴가를 받지 못하고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어도 불이익이 염려되어, 근로 조건 개선을 요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당일 야간 근로를 요구해도,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만약, 근로 조건 요구를 했다가 그대로 해고당할 수도 있으니까요.

김민희 아나운서 ▶ 네. 근로 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 5인 이하 사업장의 상황을 살펴봤는데요. 전체적으로 봤을 때, 너무 열악한 근로 조건인 것 같아요. 

심유철 기자 ▷ 그렇습니다. 2015년 정규직 근로자 기준, 5인 미만 사업장에 종사하는 이의 총 근로 시간은 한 달에 190.4시간으로, 타 사업장 근로자에 비해 많았는데요. 반면 월 임금 총액은 202만 4000원으로 가장 낮았습니다. 결국 일은 많이 하고, 돈은 적게 받는 구조인 셈이죠.

김민희 아나운서 ▶ 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근로 기준법의 모든 내용이 다 적용 안 되는 건 아니죠? 반대로, 5인 미만의 사업장에 적용되는 기준은 어떤 내용들이 있나요?

심유철 기자 ▷ 4인 이하 영세 사업장에는 근로 계약서 작성 의무, 퇴직금 지급 등 일부 기준만 적용됩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정말 일부네요. 우리나라에 대기업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런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일하는 근로자들이 많죠?

심유철 기자 ▷ 네. 지난 2014년을 기준으로 볼 때, 근로자가 5인 미만인 영세 사업장은 전체 사업장의 63%에 달했습니다. 그러니까 전체 근로자 1602만 7236명 중 309만 2665명이 영세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셈인데요. 편의점, 카페, 주유소, PC방 등 소상공업종과 일부 IT업체 및 치과 기공소, 출판사 등 소기업이 대표적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대한민국의 많은 근로자들이 영세 사업장에서 일하며, 근로자의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고 있지 못하는 건데요. 심유철 기자, 근로 기준법을 근로자 수에 상관없이 모든 사업장에 똑같이 적용할 수는 없는 건가요?

심유철 기자 ▷ 근로 기준법을 모든 사업장에 적용하도록 개정하자는 논의는, 사실 꽤 오랜 기간 지속됐습니다. 지난 1989년 근로 기준법 개정 당시, 5인 미만 사업장에도 대통령령에 의해 근로 기준법이 적용될 수 있도록 했었지만, 정부가 시행령 개정을 진행하지 않아 무산됐었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 정부가 시행령 개정을 진행하지 않아 그대로 무산된 채, 30여년이 흐른 건데요. 그와는 또 다르게 논의가 된 적은 없나요?

심유철 기자 ▷ 국가 인권 위원회가 근로 기준법 확대 적용을 권한 적도 있습니다. 2008년 국가 인권 위원회는 고용 노동부 장관에게, 근로 기준법 확대 적용 계획을 구체적으로 수립해 법 규정으로 명문화할 것. 그리고 1일 8시간 근로와 연장, 야간, 휴일 근로 시 가산 임금 적용을 제안한 적이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2008년 국가인권위원회의 개정 권고가 있었지만, 확대 적용이 되지 않은 거죠?

심유철 기자 ▷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또 앞서 19대 국회에서 5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 적용하는 근로 기준법이 개정 발의됐지만, 세부적인 사항에서 합의를 보지 못해 폐기됐고요. 20대 국회에서도 개정 논의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근로 기준법 개정이 꽤 오래 논의된 것은 사실이지만, 지지부진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건데요. 근로 기준법을 5인 미만 사업장에까지 확대하는 안이 매 국회마다 논의 테이블에 올라왔음에도 불구하고 처리가 늦어지는 이유. 그건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심유철 기자 ▷ 그 이유는 영세 사업장이 상황에 따라 근로 기준법을 선별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배려한 제정 당시 의도와 달리, 현장에서는 이를 악용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또 재계 반발과 영세 사업장 연쇄 도산 우려, 일손이 부족한 관계 부처의 난색 등이 맞물리면서 개정 움직임은 번번이 좌절됐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 하지만 꼭 필요해 보이는데요. 이제 그 근로 기준법 확대 개정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알아볼게요. 심유철 기자, 지금은 5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되고 있는 근로 기준법이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어야 하는 이유. 무엇인가요? 

심유철 기자 ▷ 현재 영세 업체 근로자들은 열악한 근로 조건을 인식하더라도 해고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문제를 제기하지 못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근로 기준법을 통해 최소한의 근로 조건을 보장해야, 그런 근로자들을 보호해줄 수 있겠죠. 실질적으로 근로 기준법 보호가 필요한 근로자들은 대부분 영세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 하지만, 현행 근로 기준법이 모든 사업장에 적용될 경우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분들도 있죠?

심유철 기자 ▷ 네. 그렇습니다. 특히 영세 업체를 운영하는 사업주들은 근로 기준법이 5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될 시 발생할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는데요. 일단 연장, 야간, 휴일 가산 수당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가장 높습니다. 24시간 영업을 하는 식당이나 카페, PC방, 주유소 등 소상공업종과 적은 인력으로 납부 기한을 맞춰야 하는 소기업 등은 야간과 휴일에도 직원의 노동력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김민희 아나운서 ▶ 인건비에 대한 부분을 무시할 수 없군요.

심유철 기자 ▷ 그렇죠. 한 예로 주유업계를 보면요. 영세 주유 업체들은 현재도 인건비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라서요. 5인 이상 사업장과 동일하게 적용될 경우, 인건비로 인한 출혈이 커진다는 겁니다. 근로 시간이 주당 40시간으로 제한 될 경우, 사업장 규모 대비 인건비 부담이 높아져, 결국 폐업률이 높아질 거라는 의견도 있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 그도 그렇네요. 자영업 폐업률이 높은 상황에서 인건비 부담까지 높아지면, 부담이 될 수 있으니까요.

심유철 기자 ▷ 네. 요즘 자영업 상황을 살펴보면, 창업 후 2년을 견디지 못 하는 소기업, 소상공인이 대부분인데요. 이들에게 일반적인 근로 기준을 요구하는 것은 경영상 큰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하지만 근로 기준법 사각지대에 놓인 근로자들을 보호해주어야 하는 것도 맞잖아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근로 기준법 확대 적용에 대해서 의견이 계속 엇갈리고 있네요.

심유철 기자 ▷ 네. 지금 알아본 것처럼 영세기업들에게는 부담일 수 있지만, 다수의 사업장이 연장, 야간, 휴일 근로를 예정하고 가산 수당을 포괄적으로 지급하는 포괄적 임금제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근로 기준법이 확대된다 하더라도 임금 문제로 인해 위태로워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거든요. 

김민희 아나운서 ▶ 그럼 근로자와 영세 사업주. 양쪽 모두를 고려한 방법은 없을까요?

심유철 기자 ▷ 일단 현행 법률처럼 사업장 규모에 따라 노동자를 근로 기준법에서 배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으니까요. 거기에서 일부 예외 조항을 두거나, 특정 업종에는 근로 시간을 다르게 적용하는 등, 새로운 방안 마련이 필요합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대한민국에는 헌법으로 명시된 근로 기준법이 있습니다. 하지만 4인 이하 사업장에 근무하는 근로자들은 그 해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데요. 근로자와 사업주 모두를 고려한, 보다 효율적인 법 개정이 필요해보입니다. 심유철 기자의 키워드 포착.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심기자, 오늘도 감사합니다.

심유철 기자 ▷ 네. 감사합니다.

tladbcjf@kukinews.com
심유철 기자
tladbcjf@kukinews.com
심유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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