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유철 기자 ▷ 네. 안녕하세요. 심유철 기자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오늘 제시해 주실 키워드는 무엇인가요?
심유철 기자 ▷ 네. 오늘 제가 제시할 키워드는, 사생활 공개한 위클래스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물론 학교폭력은 한 번의 예방교육이나 상담으로 모든 상황과 원인을 완전히 해결할 수는 없지만, 우리 모두 관심을 갖고 예방 활동을 꾸준히 해 나가야 하는데요. 도움을 주어야 할 교육부가 문제를 일으키다니, 어떻게 된 일인지 살펴봐야겠어요. 먼저 학교폭력에 대해 좀 이야기 나눠볼게요. 심유철 기자, 예전보다 줄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학교 폭력으로 힘들어하는 학생들이 꽤 있죠?
심유철 기자 ▷ 그렇습니다. 교육부에서 우리나라 초, 중, 고등학교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학교폭력 실태 조사 결과, 학교폭력의 피해 경험이 있다는 학생 수를 1학기를 기준으로 비교해 보면요. 2013년 9만 4000명, 2014년 6만 2000명, 2015년 4만 4000명에서 현 2016년에는 3만 9000명으로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제 교사들도 눈에 보이는 학교폭력은 상당히 줄어들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 줄어들고는 있지만, 근절되지는 않고 있어요.
심유철 기자 ▷ 네. 여전히 학교에서는 폭력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고요. 특히 증거가 남지 않는 방식으로 지능화된 새로운 유형의 학교폭력과 괴롭힘이 발생하고 있기도 한 것이 현실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 부분이 더 문제인 것 같은데요. 학교폭력은 주로 어디에서 발생하는지, 또 언제 발생하는지도 알려주세요.
심유철 기자 ▷ 학교폭력이 발생하는 장소로는 교실 안이 35.3%, 복도가 16.5% 등으로, 학생들이 주로 생활하는 학교 안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고요. 학교폭력 발생 시간은 쉬는 시간이 42.0%, 하교 이후가 14.7%, 점심시간이 9.7%, 정규 수업 시간이 7.9% 등의 순이었습니다. 또 가해자 유형은 같은 학교, 같은 학년이 대다수였고요. 같은 학교 다른 학년은 8.8%, 다른 학교 학생은 3.3%였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어떤 이유에서든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이 바로 폭력인데요. 같은 학교, 같은 학년 학생에게 학교 내에서 당했다는 것이 피해자에게는 더 상처가 될 것 같아요.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아무래도 폭력 사실을 밝힐 수 없다는 것일 텐데요. 주위에 피해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경우는 얼마나 되나요?
심유철 기자 ▷ 학교폭력 피해 사실을 주위에 알리거나 신고했다는 응답은 77.6%로, 신고 대상은 가족, 학교, 친구나 선배 순이었습니다. 또 학교폭력을 목격한 후 알리거나 도와줬다는 응답은 73.5%인 반면, 모르는 척 했다는 응답은 25.5%였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 하지만 주위에 알리거나 신고한다고 해서 끝나는 건 아니잖아요. 그에 따른 대책이 필요할 텐데요. 교육부에서는 그와 관련해서 어떤 대책을 내어놓고 있나요?
심유철 기자 ▷ 교육부가 꼽은 주요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은 고성능 CCTV 확충 및 지자체 통합관제센터 연계, 학생보호인력 증원, 학생들의 공감, 소통, 배려 등의 역량을 함양하는 어울림 프로그램과 또래활동 중심 어깨동무학교 확대 운영을 통한 학교별 학교폭력 예방 역량 강화 등입니다. 또 위(Wee) 프로젝트를 통해 학교폭력, 학교부적응 등 위기학생에 대한 집중상담 및 심리치료기관 연계 서비스 강화 등을 통해 학교폭력에 대처하고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 대책 중 하나가 바로 위 프로젝트인데요. 위 프로젝트에 대해 좀 더 알려주세요.
심유철 기자 ▷ Wee 프로젝트는 학생들의 적응력 향상을 위한 다양하고 전문적인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데요. 고위기 학생뿐만 아니라 고민이 있거나 및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반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 이용 가능하고요. Wee 프로젝트는 크게 Wee 클래스, Wee 센터, Wee 스쿨로 체계가 구축되어 있습니다. Wee 클래스는 잠재적 위기 학생에 관한 학교생활 적응을 도와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데요. 단위학교 내 상담실을 설치, 운영하여 문제 발생 가능성을 초기에 진단하고 대처하는 역할을 하고요. Wee 센터는 시, 도교육청과 지역 교육 지원청 단위에 상담실을 설치하여 심층적인 심리 진단 및 평가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또 Wee스쿨은 장기위탁교육기관으로, 고위기 학생의 장기간 교육 및 치유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 그 중 학생 사생활 공개로 문제가 된 프로젝트가 바로 위클래스인데요. 심기자, 이제 그 내용 좀 풀어볼게요. 어떤 일이 있었던 건가요?
심유철 기자 ▷ 경계성 지능아. 즉 자폐 3급인 19세 이 모 군은 2014년 학교폭력을 당했지만, 지난해 가해학생과 같은 고등학교로 진학했습니다. 그리고 이군의 어머니 윤 모 씨는 이들을 분리해 달라며 2년이 지난 지금까지 학교를 상대로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는데요. 당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는 전학은 과하다는 결정을 내렸고, 이후 윤 씨가 제기한 재심청구도 기각됐습니다. 그래서 현재 윤 씨는 경기도 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를 상대로 행정 심판을 진행 중이고요. 그 과정에서 열린 첫 번째 재판에서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죠.
김민희 아나운서 ▶ 전체적으로 좀 이상하네요. 학교폭력을 당했다면 당연히 가해자와 분리가 되어야 할 텐데. 왜 받아들여지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재판에서 어머니가 알게 된 충격적인 사실은 무엇인가요?
심유철 기자 ▷ 학교 측이 이군이 겪고 있는 수면 장애, 우울증, 정서 불안 등의 증상이 학교폭력으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취지의 위클래스 상담일지를 기타 증빙 자료로 법원에 제출한 것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피해자의 위클래스 상담일지가 재판에서 공개된 건가요?
심유철 기자 ▷ 그렇습니다. 피해자 측은 상담 내용을 학교가 활용할 수 있다고 고지를 받은 적도, 동의를 한 적도 없으며, 이럴 줄 알았으면 절대 위클래스에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는데요. 결국 학교가 위클래스 상담 내용을 임의대로 활용해, 학생은 물론 학부모까지 피해를 입고 있게 된 거죠.
김민희 아나운서 ▶ 위클래스 상담 내용을 학교가 활용할 수 있다고 고지를 받은 적도, 동의를 한 적도 없는데 공개되었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요? 심기자, 원래 상담 내용은 비밀이 보장되거나, 활용하게 되더라도 미리 본인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은데. 아닌가요? 원래 어떤가요?
심유철 기자 ▷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2013년 발행한 위프로젝트 책자에는, 상담실에서의 이야기는 비밀과 안전을 절대 보장합니다. 라고 쓰여 있습니다. 또 많은 학교들 역시 위클래스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가정 통신문에, 비밀 보장은 당연하니 모든 고민을 털어놔도 된다, 상담 내용은 철저하게 비밀이 보장된다고 안내하고 있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 비밀 보장이 가능하다. 고민을 털어놔라. 종용해놓고 왜 재판 과정에서 그 내용을 공개한 건가요?
심유철 기자 ▷ 법은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학교폭력 예방법 제14조 2항은, 전문 상담교사는 학교의 장 및 자치위원회의 요구가 있는 때에는 학교 폭력에 관련된 피해학생 및 가해학생과의 상담 결과를 보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요. 거기서 문제는 그 학교 폭력에 관련된. 이라는 문구의 의미가 정확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결국 학생의 사생활까지 공개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죠.
김민희 아나운서 ▶ 애매한 문구가 문제군요. 그럼 아이와의 상담 내용은 대체 어디까지 공개가 가능한 건가요?
심유철 기자 ▷ 공개할 상담 내용의 한계는 상담자의 재량에 달려있습니다. 2012년 교육과학기술부의 위클래스 운영 가이드에 따르면, 교사나 학부모, 학생부가 의뢰한 비자발적 상담은 상담자가 비밀 유지 한계를 결정한다고 안내하고 있는데요. 위클래스 상담은 비자발적 상담이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피해를 당한 아이들이 스스로 상담실 문을 두드리기가 쉽지 않죠. 결과적으로 비자발적 상담이 많을 수밖에 없는데요. 꼭 그렇게 상담 내용을 외부로 알려야 했을까요?
심유철 기자 ▷ 모든 경우 그런다면 문제가 되겠죠. 하지만 내담자가 미성년자인 학생이기 때문에, 외부로 알려져야 할 상담 내용이 있는 것도 사실이긴 합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반대로 외부로 알려져야 할 상담 내용이 있다고요? 그건 어떤 경우인가요?
심유철 기자 ▷ 성범죄와 연관된 경우인데요. 얼마 전 논란이 됐던 부산 학교 전담 경찰관과 여고생 간의 부적절한 관계는, 해당 학생이 위클래스 상담사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으며 알려졌거든요. 만약 상담 내용이 비밀로 부쳐져 밝혀지지 않았더라면, 그런 사실은 외부로 알려지지 않았겠죠.
김민희 아나운서 ▶ 그렇게 예외의 경우도 있긴 하지만, 일단 위클래스 상담사와 학교에 전적으로 상담 내용에 대한 재량권이 있다는 점은 문제인 것 같아요. 언제든지 학생들의 비밀스러운 사생활이 공개될 수 있으니까요. 상담 내용을 외부로 알릴 때, 당사자에게 미리 물어보기는 하나요?
심유철 기자 ▷ 아니요. 위클래스 상담사가 내담자에게 상담 내용이 공개될 수 있다고 알리고, 또 그에 대한 동의를 받을 법적 규정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럼 어느 부분에 대해 동의를 받나요?
심유철 기자 ▷ 매 학기 초 가정통신문을 일괄 발송, 프로그램을 설명하고 참여 여부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서명을 동의서 형식으로 받고 있는데요. 위클래스 상담에 동의하며, 상담자를 믿고 상담 활동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의 가정 통신문이기 때문에, 대부분 별 의심 없이 서명을 합니다. 상담사가 가정 통신문에 비밀보호의 한계를 명시할 의무가 없으니, 그 내용은 없죠.
김민희 아나운서 ▶ 결국 정작 알려야 할 중요한 내용은 빠져있는 셈이네요. 교육부가 만든 프로젝트가 가지고 있는 치명적인 오류, 이거 바로잡아야 하지 않을까요?
심유철 기자 ▷ 취재 결과, 경기도 교육청 학생 생활 안전 담당 관계자는 위클래스 상담사가 비밀 보장 한계를 가정 통신문에 적어야 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절차상의 문제는 없다고 밝혔는데요. 하지만 앞으로 의무화 할 필요성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앞으로 의무화할 필요성은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미 사생활 공개는 되어버렸어요. 그럼 이런 상황에 대해 책임은 누가 지나요?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받은 상처가 클 텐데요.
심유철 기자 ▷ 원래 그 내용은 학교장의 책임입니다. 설령 위클래스 상담사가 원치 않더라도, 학교의 장 및 자치위원회가 상담 내용 제출을 요구하면 이를 거절하기는 힘든 것이 사실인데요. 상담사는 학교에 소속돼있고, 교육부가 아니라 학교장이 직접 채용하기 때문이죠.
김민희 아나운서 ▶ 쉽게 말하면 직장 상사가 하라는 대로 했을 뿐이라는 건데요. 공개를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부산 여고생 사건처럼 필요한 경우도 있으니 그 내용을 정확히 고지해야 한다는 법 개정이 필요할 것 같아요.
심유철 기자 ▷ 그렇죠. 상담사가 학부모와 학생에게 상담 내용이 공개돼 학교가 활용할 수 있음을 알리는 것을 법제화해야 합니다. 또 학교폭력이 발생할 시 학생들에게 위클래스가 아닌 다른 외부 상담 기관에서도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선택권을 주는 방안으로 개선되는 것이 좋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 네. 학교폭력을 근본적으로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발생한 학교폭력에 대해서는, 조기에 발견해서 해결해 주는 것이 더 중요한데요. 그런 문제 해결을 위해 도입된 위클래스가 피해 학생과 그 가족들에게 사생활 공개로 또 다른 상처를 주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키워드 포착 마칩니다. 심유철 기자, 오늘도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심유철 기자 ▷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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