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랑 10장 넘겨준 ‘박근혜 정부’…기록물 무단파기시 10년 이하 징역

달랑 10장 넘겨준 ‘박근혜 정부’…기록물 무단파기시 10년 이하 징역

기사승인 2017-05-16 13:11:14

[쿠키뉴스=정진용 기자] 박근혜 정부가 청와대 문서를 대거 파쇄한 정황이 드러나며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4일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정부로부터 인수 받은 자료는 청와대 총무비서관실이 넘겨받은 100여쪽 짜리 보고서와 10장짜리 현황 보고서가 전부였다. 이마저도 청와대의 업무분류, 경조사 처리에 관한 것으로 사드 배치 등 중요 현안과 관련한 자료는 없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인터뷰를 통해 "원래 전·현 정권이 인수인계 팀을 짜고 각 실별로 어디까지 남길 건지 협의를 한다"면서 "하지만 이번엔 자료가 하나도 (남은 게) 없다"고 토로했다.

컴퓨터마저도 깨끗이 비어 있었다. 청와대의 전자보고 시스템인 '위민시스템'에도 메일과 공지사항, 회의실 예약 등 단순 자료만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근혜 정부가 이처럼 적은 자료를 남긴 배경에는 '퇴근 시 모든 문서 파쇄'라는 청와대 내부 규정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 관계자는 지난 12일 "이 규정이 만들어진 게 이명박 정부인지, 박근혜 정부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더불어민주당 측은 박근혜 정부가 지난 3월 전자기록물 934만 건을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함에 따라 그밖에 자료를 일부 파쇄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기록물 무단 파기가 사실이라면 이는 법에 저촉되는 행위다.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제14조(무단파기·반출 등의 금지)는 누구든지 무단으로 대통령기록물을 파기·손상·은닉·멸실 또는 유출하거나 국회로 반출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반시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5일 브리핑을 통해 "지난해 청와대 비품구입 목록에 파쇄기 26대가 기재돼 있었다"며 "박근혜 정부가 정권교체를 예상해 주요 사안을 은폐하고자 자료를 모두 파쇄했다면 이는 기록물관리법에 따라 범죄행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록물 파기에 관여하거나 묵인한 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범법행위의 책임은 한광옥 전 비서실장과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져야 한다"면서 "그들이 직접 개입하거나 묵인하지 않았다면 기록물 무단 파기는 일어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전우용 역사학자는 SNS를 통해 "회고록 쓰려고 '기록물 사본'을 가져간 고(故)노무현 전 대통령 더러 '기록물 도둑놈'이라고 했던 자들이 기록물을 '토막살해'했다"면서 "감추는 자가 범인이다. 청와대 기록물을 다 폐기하고 껍데기만 남긴 자들은 국정을 운영한 게 아니라 국민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른 것"이라고 규탄했다.

지난 2008년 여당이었던 한나라당은 퇴임 후 회고록 집필을 위해 기록물 사본을 가져간 고 노 전 대통령을 향해 "법을 위반해가며 국가 기록을 슬쩍했다"고 비난했다.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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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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