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정진용 기자] '임을 위한 행진곡'이 18일 9년 만에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제창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2일 업무지시를 통해 5.18 민주화 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 방식으로 부르도록 했다. 제창은 모든 참가자가 의무적으로 노래를 불러야 하지만 합창은 참석자 개인의 선택에 달려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합창에서 제창하는 방식으로 바꾸고, 공식 기념곡으로 지정하겠다고 약속해왔다. 아직 공식 기념곡 지정 공약은 시행되지 않은 셈이다.
공식 기념곡 지정은 제창보다 더 어려운 문제다. 5.18 관련 단체는 지난해 국가보훈처에 '임을 위한 행진곡' 공식 기념곡 지정을 요구했다. 그러나 보훈처는 보도자료를 통해 "애국가도 국가 기념곡으로 지정되지 않았다"면서 법령이나 고시 등 법적 근거가 없어서 불가하다고 밝혔다.
또 기념곡 지정에 대한 보훈단체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 지난해 6월에는 광복회, 상이군경회 등 13개 보훈단체 대표가 당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찾아 기념곡 지정을 두고 항의하기도 했다.
여야의 반응은 엇갈린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17일 국회 브리핑을 통해 "이제 제창을 넘어 공식 기념곡 지정을 추진해야 한다"며 "하루속히 기념곡 지정을 통해 5월 영령의 한을 풀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정의당은 심상정 대표, 노회찬 원내대표가 꾸준히 기념곡 지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국민의당 역시 지난해 기념곡 지정 국회 재결의를 추진하기도 했다.
보수 성향 야권은 기념곡 지정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17일 제창에 대해서 "광주 시민과 유가족이 원하는 대로 제창을 하면 되는 것"이라면서도 기념곡 지정에 대해서는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해 바른정당 의원들과 상의를 해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은 문 대통령의 제창 지시를 "다양한 의견이 있는 사안을 대통령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은 통합과 협치의 정신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 민주화운동 당시 숨진 윤상원씨와 노동현장에서 야학을 운영하다 사망한 후배 박기순씨의 영혼 결혼식을 모티브로 삼은 노래다.
노래를 둘러싼 '제창·합창' 논란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제기됐다. 노래는 지난 1997년 5.18이 정부기념일로 지정되면서 기념식에서 함께 따라 부르게 됐다. 그러나 보수정권이 들어서면서 '임을 위한 행진곡'은 지난 2009년부터 뚜렷한 이유 없이 제창에서 합창으로 변경됐다. 지난 2009년과 2010년에는 본행사가 아닌 식전행사에서 합창으로 불렸고 지난 2011년에는 본행사에 포함됐으나 합창으로만 불려졌다. 이에 5월 3단체(유족회, 부상자회, 구속부상자회)가 지난해 기념식에 불참하며 '반쪽 행사'로 치러지는 등 파행이 거듭됐다.
5.18 민주항쟁기념행사위원회 관계자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제창, 합창 문제를 두고 논란이 되풀이돼왔다"면서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을 상징하는 노래다. 반복되는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의미에서 공식 기념곡 지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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