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정진용 기자] 자유한국당이 '5·18 광주민주화운동'(이하 5·18)에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허위주장을 제기해 빈축을 사고 있다.
정준길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18일 논평을 통해 "헬기 사격을 포함한 발포의 진상과 책임을 밝히는 등 5·18 진상규명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면서도 "유공자 선정절차 및 대상자의 문제점, 북한군 개입 의혹 등 진상규명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까지도 함께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제37주년 5.18 기념식에 참석해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을 거부했다. 정 원내대표는 "국민적 합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권에 협조를 구한 적이 없다"는 이유를 댔다. 정 원내대표는 숙연한 분위기의 다른 참석자들과는 달리 다리를 쭉 뻗는 자세로 앉아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북한군 개입설'은 근거가 없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발포 당사자로 지목된 전두환씨는 이미 지난해 6월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북한군 침투 관련 보고를 받은 적 있냐'는 질문에 "전혀…."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얼마 전 낸 회고록에서는 "일련의 상황들이 지금까지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북한특수군 개입 정황이라는 의심을 낳고 있는 것"이라며 말을 바꿨다.
지난 1월 일부 보수단체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미국 중앙정보국(CIA) 문서 두 건이 공개됐다. 5·18 기념재단이 번역·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 1980년 5월9일로 표기된 미국국가안전보장회의(NSC) 비밀 문건에 "북한이 한국의 정치 불안 상황을 빌미로 어떠한 군사행동도 취하는 기미가 없다"는 대목이 나온다. 또 5·18 직후 6월2일 작성된 극비 등급의 미국국가정보위원회(NIC) 문건에는 "김일성은 남한에 위협이 되는 북한의 행동이 전두환을 돕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북한은 남한의 사태에 결코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담겨 있다.
국방부도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근거를 찾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2013년 국방부는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 조사 결과 보고서 등을 면밀히 검토했으나 5·18 당시 북한군 특수 부대가 개입했다는 내용은 확인할 수 없었다"면서 "국방부는 5·18과 관련한 법률 제정의 목적과 취지,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존중하며 희생자에 대해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덧붙였다.
5·18 민주유공자와 유족, 관련 단체들은 '북한군 개입설' 주장은 사실 무근이며 희생자들의 명예가 훼손됐다고 비판한다. 참사를 직접 목격한 정성수 전남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1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5·18을 '북한이 개입한 폭동'으로 왜곡하는 주장으로 인한 '2차 피해'가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광주의 아픔은 광주 시민만의 아픔이 됐다"면서 "우리를 죽인 집단을 용서하지 못하는 상황을 오히려 지역주의의 원흉으로 몰아가고, 광주 시민은 폭도가 돼버렸다"고 말했다.
이에 5·18에 대한 허위사실을 퍼트리는 행위를 법적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국민의당은 지난해 박지원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대표로 '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여기에는 '신문·방송이나 각종 출판물,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5·18을 비방, 왜곡, 날조하는 행위를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조항 등이 포함됐다. 이 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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