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윤민섭 기자] 최근 제3회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을 성료한 라이엇 게임즈가 오는 7월 새로운 국제 대회를 개최한다. 라이벌 지역 간에 다(多)대(多) 대결을 벌이는 ‘리프트 라이벌스’다.
라이엇 게임즈의 새로운 도전은 언제나처럼 창의적이고 기발하다.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이나 월드 챔피언십(롤드컵)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라이벌 대륙과의 경쟁심을 유발하고, 동시에 한 지붕 아래서 치고받는 팀들을 공동체 의식으로 묶는다. 매번 롤드컵 시드를 독식하던 팀들 외에 다양한 팀들을 만나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 빡빡한 대회 일정으로 인한 참가 선수들의 피로 누적 문제다. 리프트 라이벌스는 5개 지역에서 7월3일부터 9일까지, 총 6일에 걸쳐 열린다. 그리고 이 시기는 롤챔스 서머 스플릿의 유일한 휴식주(7월4일~9일)이기도 하다.
한국의 SK텔레콤 T1은 지난 22일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에서 2017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이날 SKT의 미드 라이너 ‘페이커’ 이상혁은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한국에 돌아가면 하루도 쉬지 못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24일 부랴부랴 귀국한 이들은 앞으로 3일간 프로필 촬영 등의 일정을 소화하고, 30일 개막하는 서머 스플릿에 참여할 예정이다.
사실상 재충전과 새 패치 적응 등을 위한 여유를 갖지 못한 채 다음 시즌에 돌입하는 셈이다. 그렇게 5주를 견딘 후에야 일주일의 휴식이 주어진다. 그런데 그 시기에 새로운 대회로 채워넣는다고 한다. 한국은 중국 리그(LPL)와 대만·홍콩·마카오 리그(LMS) 대표팀들과 대만 가오슝에서 진검승부를 펼친다. 라이엇 게임즈는 7월 6일부터 9일까지 대회가 진행될 것이라 공지했지만, 여기에 왕복 비행 일정도 고려해야 한다.
친선 경기가 아닌 지역 대항전이기 때문에 선수들이 느끼는 스트레스 또한 상당할 것이다. 이들이 플래시 울브즈나 월드 엘리트, 또는 에드워드 게이밍에게 졌을 때 ‘국뽕 일발 장전’된 팬들로부터 가해질 비난과 악플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이처럼 국제 대회 참가로 인해 빡빡해지는 일정은 비단 SKT만의 문제가 아니다. 함께 한국 대표로 참여하는 KT, 삼성, MVP는 물론, 그 외 다른 지역팀들에게도 해당되는 얘기다.
가령, 이번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 결승전에서 SKT와 명승부를 연출한 G2 e스포츠는 오는 서머 스플릿 첫 주차에 ‘트릭’ 김강윤과 ‘익스펙트’ 기대한을 투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난 24일 발표했다. 이들에게 부족한 휴식을 갖고, 손목 부상을 치료할 시간을 주기 위해서다.
따라서 G2는 주전 선수 두 명 없이 첫 경기를 치른다. 리그 우승 및 국제 대회 준우승의 대가가 전력 손실이라면 아이러니한 일이다.
현재 많은 프로게이머들이 피로 누적으로 인한 통증을 호소한다. 손목, 팔목, 목, 허리 등 특정 부위의 고통은 이들의 직업병이다. 어떤 선수들은 디스크를 안고 선수생활을 이어가고, 또 어떤 이들은 통증을 견디지 못해 은퇴를 결심하기도 한다.
앞서 말했듯이 이번 리프트 라이벌스의 취지는 몹시 기발하다. e스포츠 문화가 7년에 걸쳐 전 세계에 견고하게 뿌리내린 리그 오브 레전드만이 시도할 수 있는 규모와 성격의 대회다. 하지만 참가 선수의 적절한 휴식과 부상 방지 역시 한 번쯤은 진지하게 논의되어야 할 문제 아닐까. 그게 미래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문화를 더욱 건강하게 만들 토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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