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은지 기자] 영화 ‘원더우먼’(감독 패티 젠킨스)는 DC 코믹스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불신을 해소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답은 ‘예스’다.
아마존 전사들의 왕국 데미스키라에서 자라난 공주 다이애나(갤 가돗)는 항상 세상을 지키는 전사가 되고 싶어 한다. 어린아이가 없는 데미스키라에서 다이애나를 소중하게 기르려던 아마존 여왕 히폴리타는 운명에 이끌려 다이애나에게 결국 검을 들도록 허락한다. 그러던 어느 날, 다이애나는 데미스키라에 불시착한 파일럿 트레버 대위(크리스 파인)를 만나고, 평화로운 데미스키라 바깥의 세계가 1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혼돈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다이애나는 그 혼돈의 소용돌이가 전쟁의 신 아레스가 일으킨 것이라고 판단하고, 히폴리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전쟁 속으로 뛰어든다. 선한 인간들이 아레스 때문에 악의에 휩싸여 서로를 공격하는 모습을 본 다이애나는 인간들을 지키고 아레스를 무찌르겠다고 결심한다.
‘원더우먼’은 76년간 인기를 끌어 모았던 DC 코믹스의 동명의 시리즈를 처음으로 영화로 만든 작품이다. 기존 팬들의 기대감이 클 것으로 생각되지만 그간 낮은 평가를 받아온 ‘배트맨 대 수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수어사이드 스쿼드’등 DC 영화에 실망해온 팬들이라면 쉬이 선택하기 어려운 작품이기도 하다. 이에 DC측은 첫 여성 히어로는 여성 감독의 손에서 만들어져야 한다며 패티 젠킨스 감독을 전면에 내세웠다.
서프러제트 운동 초창기인 1918년을 배경으로, 힘과 공존하는 평등의 상징인 원더우먼을 적절히 표현해내려 한 패티 젠킨스의 노력은 군데군데 엿보인다. 극중 원더우먼은 흔히 여성 히어로에게 요구되는 쓸데없는 서비스 장면 없이, 정통 히어로 장르물의 공식대로 자리를 잡아간다. 세상 물정 모르고 오로지 정의만을 추구하는 원더우먼이 가진 순진함은 영화 속 주요 갈등 원인이 되지만, 다이애나의 고집은 길지 않고 시원시원하다. 남성 히어로물이 여태까지 추구해온 ‘아이 캔디’ 공식은 크리스 파인에게도 그대로 적용되지만 불편한 감정을 야기하는 부분은 없다.
최근의 DC 영화들이 시쳇말로 ‘마블 따라가기’에 급급했다지만 ‘원더우먼’은 DC 세계관의 탄탄함과 정통성을 제대로 엿볼 수 있는 영화다. 오랜 수퍼히어로 명가는 마블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제대로 보여줄 DC의 ‘원더우먼’은 오는 31일 개봉한다. 12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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