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정진용 기자] '제대로 된 검증'은 먼 이야기일까요. 정권이 바뀌었지만 국회 풍경은 여전합니다. 후보자의 자질 검증 보다는 망신주기에 가까운 인사청문회 말이죠.
청문회에 임하는 국회의원들의 무책임한 태도가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4일부터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를 시작으로한 청문회는 7일 3명의 후보자를 동시에 겨냥하며 인사 검증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그 주인공입니다.
인사청문회는 '삼권 분립' 정신을 기초로 합니다. 즉 국민을 대신해 청문회장에 앉은 국회의원은 후보자의 도덕성과 정책 능력을 검증하는 데 역할을 다 해야하죠. 그러나 청문회를 지켜보노라면, 그들이 이같은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근거 없는 허위 주장과 인신공격이 난무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2일 열린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청문회를 볼까요. 이날 김 후보자는 자동차를 탔다는 이유로 고개를 숙여야 했습니다.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은 김 후보자를 향해 "지하철 타고 다닌다더니 왜 국회 주차장에 차가 주차돼있냐"고 물었습니다. 이에 김 후보자는 "40대까지는 지하철을 타고 다녔는데 지금은 나이 먹어서 차 타고 다닌다. 죄송하다"라고 사과했습니다. 정 의원 역시 본인의 황당한 질문에 민망함을 느꼈나 봅니다. 그는 "이런 것까지 질문해서 죄송하다"고 덧붙였죠.
또 있습니다. 지난 4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자유한국당 의원 몇 명은 청문회 휴식시간에 김 후보자에게 직접 찾아가 '개인적으로 미안하다'고 털어놨습니다. 또 "너무한다"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지적에 "나도 난감하다. 당에서 시켜서 하는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국민에서 당으로 청문회의 주인이 바뀐 셈입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이주영 자유한국당 의원은 7일 강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편향된 매체라는 비판을 받는 인터넷언론사 '미디어워치'를 "신뢰성 있는 논문 표절 심사 기관"이라고 주장해 실소를 자아냈습니다. 또 여당 의원들을 향해 "검증을 하려는 건지 치어리더를 하려는 건지 모르겠다"며 불호령을 내리던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은 다른 의원의 질의 시간을 틈타 잠을 자기도 했죠.
시민들은 청문회 본질을 흐리는 의원들에게 문자를 보내 항의했습니다. 이들의 반응은 어땠을까요. 네, 예상가능하듯 비판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문자 폭탄'에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야권의 태도에 일침을 가했습니다. 노 원내대표는 지난달 30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우리는 야당이니까 무조건 생채기 내자'는 식의 후진국 정치는 탈피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문자 폭탄에 대해 "개인의 명예가 상처를 받을 수 있지만 일단 공공의 역할에 자신의 몸을 던졌다면 각오해야 한다. 문자를 많이 받아서 손해 보는 건 배터리가 빨리 닳는 정도"라고 꼬집었습니다.
국가와 국민보다 중요한 당의 이익이 있을 수 있을까요. 야당의 명분 없는 공세는 후보자 검증에 걸림돌이 될 뿐입니다. 연간 1억3800만원의 세비를 받고 불체포특권, 면책특권 등 일일이 꼽을 수 없이 많은 특혜를 누리는 20대 국회의원. 국민의 문자 폭탄을 '집단린치', 왕따에 비유하며 불평하기 전에 자신이 '권리에 걸맞은 책임'을 행사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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