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이하늬로 사는 것? 쉽지 않아요”

[쿠키인터뷰] “이하늬로 사는 것? 쉽지 않아요”

기사승인 2017-06-08 17:34:35

[쿠키뉴스=인세현 기자] 배우 이하늬에게 이하늬로 사는 소감을 묻자 그는 단번에 “쉽지 않다”고 답했다. 게으른 생활을 힘들어하는 성격 탓이다. 이하늬는 “가만히 있지 못 한다. 시골에 가서도 땅을 파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이며 웃음을 보였다. 하지만 이런 성격 덕분에 다방면에서 활약을 펼치는 배우가 된 것도 사실이다.

인터뷰를 위해 서울 팔판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하늬는 ‘역적’을 촬영하며 “눈이 쌓이는 고통을 알았다”고 털어놨다. 무거운 가채와 가슴을 옥죄는 의상 때문에 살짝만 건드려도 고통이 찾아 와 진통제를 먹지 않으면 잠을 이루지 못 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하늬는 ‘역적’을 통해 복합적인 감정을 배웠다고 밝혔다. 육체적인 고통이 뒤따랐지만, 장녹수를 연기하는 내내 행복했다는 것.

“모든 드라마 그렇겠지만 ‘역적’은 제작진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작품이에요. 현장의 분위기를 스태프가 만드는 건데, 제 간이라도 꺼내서 연기하고 싶을 정도로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 주셨어요. 이번 작품에서 예뻐졌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제가 예뻐진 게 아니라, 모든 스태프가 사력을 다해 아름다운 장녹수를 만들어 주신 거죠. 배우 혼자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앞서 몇 번이나 고사했던 사극, 그중에서도 기생 역할을 맡은 것은 ‘역적’을 만드는 제작진에 대한 신뢰가 큰 덕분이었다. 이하늬는 ‘역적’의 연출을 맡은 김진만 감독과 대본을 집필한 황진영 작가를 만나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 결과 단순한 요부 장녹수가 아닌 탄탄한 서사 위에서 움직이는 예인 장녹수가 탄생했다. 더불어 연기에 대한 생각이 바뀐 것도 ‘역적’에 출연한 계기가 됐다.

“예전에는 연기를 정말 잘하고 싶다는 진지함이 컸어요. 진정한 연기를 위해서는 저에게 배고픔을 남겨 둬야 한다고 생각했죠. 사실 그동안 기생 역할을 고사했던 또 다른 이유가 있어요. 가야금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제 선생님의 선생님이 전통문화를 지켜내기 위해 고생하셨던 부분을 알고 있거든요. 그런 면에서 고민이 있었죠. 하지만 ‘역적’에서 장녹수는 예인으로 그려졌고 절대권력을 갖기까지의 과정도 매력적으로 전개 됐어요.”

대표적인 미용 방송 중 하나인 ‘겟 잇 뷰티’의 진행자이기도 한 이하늬는 “대중문화를 하는 사람인 동시에 한국 전통문화를 전공한 사람으로서 책임감이 있다”고 고백했다. 한국 전통문화의 아름다움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다는 것. 이하늬는 “자국 문화에 대한 자존감이 높을수록 뿌리가 깊어지고 그만큼 특별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현대사회에서 개성을 되찾는 것은 뿌리로 돌아가는 것”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역적’을 마친 이하늬는 올해 여러 편의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하늬는 “이제 조금 놀아도 될 것 같다”고 말하면서도 곧 “서예와 민화를 배우고 싶다”는 또 다른 열정을 드러냈다. 이처럼 끊임없이 움직이고 주변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이하늬의 힘은 어디서 비롯될까. 이를 묻자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제가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라서 더 노력해요. 에너지가 강해서 분노, 우울, 화, 열등감 같은 안 좋은 기운도 세요. 그런 걸 얼마나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느냐가 제 삶의 화두예요. 좋은 사람이 되지 않고 좋은 배우가 되긴 힘들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극도로 정제된 삶을 살되 아티스트로서의 자유로움은 무한대로 열어두고 싶어요.”

inout@kukinews.com / 사진=박태현 기자

인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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