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복직 투쟁기>…“한국산연 공장으로 돌아가며”

<우리 복직 투쟁기>…“한국산연 공장으로 돌아가며”

기사승인 2017-06-08 17:24:53

 

안녕하세요. 금속노조 한국산연지회장 양성모입니다.

정리해고 246, 천막농성 269, 일본 원정투쟁 229.

한국산연 조합원들이 정리해고 철회투쟁을 외치며 쌓아올린 숫자들입니다.

투쟁일자가 3자리 숫자가 되기 전에 공장으로 꼭 돌아가자고 약속했던 조합원들.

약속했던 시간이 훌쩍 지나버린 이제는 16명의 조합원만이 그 뜨거웠던 여름과 차디차게 시린 겨울을 지나 각자마다 마음 한구석에 큰 아픔들을 간직한 채 공장으로 돌아왔습니다.

일본 산켄전기는 그들의 경영실패로 인한 적자와 책임을 한국노동자들의 목숨 값으로 돌파구를 찾고자 불법적이고 일방적인 정리해고를 실시하였습니다.

1997년에도 2010년에도 일본 산켄전기는 한국노동자들을 탄압했고 그들의 이윤만을 위해서 무분별한 불법을 자행했던 기업. 2016년 또다시 그들은 발톱을 드러내고 이빨을 드러내었습니다.

한국산연지회 조합원들의 선택은 투쟁이었습니다.

 

 

이대로 공장에서 쫓겨날 수는 없다. 우리네 청춘이 녹아있는 공장을 지키고, 푸른 금속 깃발아래 한국산연지회를 지켜서 조합원 모두 공장으로 꼭 돌아가자는 약속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약속을 지켜가는 것에는 많은 고통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부모님이 암에 걸려 투병생활을 간호해야하는 조합원, 아이들 학교와 끼니 걱정에 마음 아파하는 조합원, 임신과 출산으로 일정 결합이 어려웠던 조합원, 일본 원정투쟁이 어려워 조합원들에게 미안해했던 조합원, 가정경제의 어려움, 부모형제들의 사직 권유 등 회사와의 투쟁보다 주변 환경의 어려움 때문에 그 고통이 가중되어왔습니다.

또한 현장으로 돌아가고자 했고 그 누구보다도 복직을 원했던 조합원들 우리 동지들이 주변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공장을 떠나야했던 순간들 가슴이 찢어지고 원통함에 울분을 삼켜야했던 순간들.

이기고 싶었고 이겨야 했던 투쟁 인간의 존엄성조차 짓밟는 일본 산켄전기의 만행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었기에 우리는 끝까지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긴 투쟁 속에서 누군가는 한국산연지회의 투쟁에 대해서 이길 수 없는 투쟁이라 단정하기도 하였고, 또 누군가는 한국산연지회의 투쟁은 위로금 투쟁 아니냐는 소리도 들었습니다.

또 누군가는 그만하면 잘 싸웠다 이제는 그만해도 되지 않겠냐고 이야기 하는 이도 있었습니다.

매일매일 힘들게 마음을 다잡고 아침마다 가족을 뒤로 한 채 투쟁의 현장으로 달려 나왔던 우리 동지들에게 이런 말들은 비수로 날아와 가슴을 아프게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한국산연 정리해고를 철회시키기 위해 연대해주셨던 더 많은 동지들을 바라보며 또다시 힘을 내고 입술을 꽉 깨물며 투쟁을 이어나갔습니다.

그중에서도 일본원정투쟁은 이번투쟁의 핵심 투쟁이었음을 아무도 부정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일본투쟁의 시작. 물설고 낯선 생소한 일본 땅에서의 투쟁, 언어 문제, 문화 차이, 가족과의 이별, 쓸쓸함, 숙소 외에는 아무 곳도 갈수 없는 생활, 일본 산켄전기에 대한 분노로 매일 매일 눈물을 머금어야 했던 숙소의 밤.

말로만 떠들었던 일본 원정투쟁이 아닌 몸으로 직접 느꼈던 일본 원정투쟁은 우리가 상상한 것 이상으로 힘든 투쟁의 길이었습니다.

한국산연지회를 도와주시는 일본노동계, 정치계 및 사이타마현 주민들 연대가 무엇인가를 다시금 깨닫게 해주었던 날들이었습니다.

평균연령 60~70세의 노동자들이 일본 산켄전기의 만행을 자신들의 일처럼 느끼고 생각해주시는 것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습니다.

지금은 일본원정단이 귀국을 했으나 그들의 따뜻함은 아직도 가슴에 남아있습니다.

이번 투쟁을 통해서 저 개인적으로도 다시금 일본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들 일본노동자들의 연대, 노력, 관심, 애정, 따뜻함, 노동자들을 아끼는 마음들 모두가 감동이었고 노동자는 하나라는 말을 정말 뼛속 깊이 새길 수 있었던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모든 투쟁을 마무리한 지금의 시점에 처음 투쟁을 시작하려했던 마음이 생각납니다.

잘못도 없이 쫓겨나는 노동자들 억울해서 싸우려고 했지만 두려운 마음이 있었고 이기고 싶은 마음보다 불안한 투쟁 여정이 더 걱정스러웠던 순간들.

 

 

이 모든 것들은 지역의 동지들의 따뜻한 연대가 있었음에 마음을 다잡고 전 조합원이 단결하여 투쟁할 수 있었던 주춧돌이 되었습니다.

지역동지들의 너무도 많은 관심과 연대에 한국산연 조합원들은 입을 모아 감사함을 표현하곤 했습니다.

동지라는 단어의 무게감과 신뢰에 대해 다시금 고개가 숙여집니다.

이제는 일상의 생활로 돌아가야 하는 시점에 와있고 공장을 정상화하고 노동조합을 다시금 정상화하는 노력들을 해야 함에 앞으로의 생활들이 기대가 됩니다.

왕성하게 조합 활동을 했던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현재의 우리가 할 수 있는 활동들을 시작으로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지금껏 한국산연 정리해고 투쟁에 연대하여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투쟁!!

kkang@kukinews.com

강승우 기자
kka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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