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윤민섭 기자] 스포트라이트가 쏠리면, 자연스레 어둠이 지는 곳도 생긴다. 삼성 갤럭시의 언성 히어로(Unsung Hero) ‘코어장전’ 조용인의 얘기다.
‘난공불락’ 삼성 갤럭시가 지난 6일 MVP를 상대로 시즌 4번째 승리를 거두며 단독 1위를 수성했다.
이들의 강함은 어디에서 오는가. 많은 이들이 미드 라이너 ‘크라운’ 이민호와 탑 라이너 ‘큐베’ 이성진을 일등 공신으로 꼽는다.
이 둘은 4경기 만에 각각 400·300점의 MVP 포인트를 쌓았다. 팀의 쌍끌이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셈이다. 팬들은 두 선수를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치켜세운다.
반면 조용인을 향한 관심은 비교적 적다. 그는 지난 스프링 시즌 35세트에 출장했음에도 MVP를 단 1번도 받지 못했다. 부진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각종 지표들은 그가 SK텔레콤 T1의 ‘울프’ 이재완에 이어 2번째로 빼어난 활약을 했다고 말한다. 조용인은 지난 시즌 리그에서 가장 안정적인 서포터였지만, 역설적으로 가장 공격적인 선수기도 했다.
우선 그는 게임당 1.5데스만 기록해 제일 적게 죽었다. 당시 2위는 SKT의 이재완(1.8)이었고, 3위는 bbq의 ‘토토로’ 은종섭(2.0)이었다.
동시에 팀 내 데미지 비중에서는 13.4%를 기록해 콩두의 ‘구거’ 김도엽(13.5%)에 이어 2번째로 높은 수치를 남겼다.
또 분당 268의 데미지를 가해 이 분야 1위에 올랐다. 2위 롱주의 ‘고릴라’ 강범현(237)과 큰 차이를 벌린 것은 물론, 아프리카의 ‘모글리’ 이재하(265)나 bbq의 ‘블레스’ 최현웅(259) 등 일부 정글러들보다도 많은 데미지를 넣은 셈이었다.
조용인의 전성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그의 활약은 이번 서머 시즌에도 이어지고 있다.
우선 8.5의 K·D·A를 기록 중이다. 이는 진에어의 ‘소환’ 김준영(23.0)과 롱주의 ‘비디디’ 곽보성(11.0)에 이은 전체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평균 킬(1.3)은 서포터 중 가장 높고, 평균 데스(1.0)는 가장 낮다.
팀 내 데미지 비중은 13.3%로 여전하다. 이는 롱주의 정글러 ‘커즈’ 문우찬(12.7%)이나 bbq의 ‘블레스’ 최현웅(12.1%), SKT의 ‘피넛’ 한왕호(11.1%)보다 높은 수치다.
분당 데미지 역시 260으로 락스의 ‘성환’ 윤성환과 에버8의 ‘말랑’ 김근성(이상 258), 락스의 ‘샤이’ 박상면(248), 롱주의 ‘커즈’ 문우찬(230), SKT의 ‘피넛’ 한왕호(198), bbq의 ‘블레스’ 최현웅(197) 등보다 높다. 두 부분 모두 서포터 중 압도적 1위다.
이처럼 좋은 활약을 하고 있지만 올 시즌 역시 MVP 운이 따르지 않고 있다. 조용인은 올 시즌 10세트를 치렀고, 그중 삼성이 이긴 8세트 중 단 1번의 MVP도 가져가지 못했다.
특히 지난 8일 MVP전 2세트에는 모처럼 탐 켄치를 골라 수차례의 슈퍼 세이브를 선보였으나 팀 동료 이성진의 활약에 가려 MVP를 아깝게 놓쳤다.
조용인의 프로게이머 인생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리그 오브 레전드 한국 서비스 초창기 시절부터 ‘아마추어 원거리 딜러 3대장’으로 꼽혔지만, 정작 데뷔 이후에는 빅파일 미라클, 북미 LCS의 디그니타스 등을 전전했을 뿐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
그는 삼성 소속이던 2016년 여름 서포터로 포지션을 변경하면서 커리어의 변환점을 맞았다. 지역대표 선발전을 하드 캐리하며 팀을 롤드컵에 진출시켰고, 이어지는 본선 무대에서도 맹활약을 이어가 팀의 준우승에 공헌했다. 지난 스프링 시즌에는 팀을 정규 시즌 2위에 올리기도 했다.
서있는 위치는 스포트라이트의 중심부에서 궂은일 전문으로 바뀌었지만, 그의 가치는 나날이 치솟고 있다. 어느덧 ‘세계 최고 서포터’ 타이틀을 진지하게 노리는 위치에 섰다. 이제 조용인은 명실상부한 삼성의 ‘코어’다.
yoonminseop@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