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 ‘강의실 음료 테러’ 사건…환경미화원 인권 무시 언제까지?

경희대 ‘강의실 음료 테러’ 사건…환경미화원 인권 무시 언제까지?

기사승인 2017-07-03 16:47:47

[쿠키뉴스=심유철 기자] 한 대학교 학생이 환경미화원에게 '갑질'을 해 논란이다.

지난 1일 경희대학교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대나무숲’에 한 학생이 교내 환경미화원에게 들은 이야기를 올렸다. 

자신을 경희대 학생이라고 소개한 작성자 A씨는 이날 학교에서 점심 식사를 마친 뒤 다음 수업 전까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청운관 빈 강의실에 있었다. 잠시 후, 빈 강의실을 청소하기 위해 들어온 환경미화원은 A씨에게 “강의실을 대여했느냐”고 물었다. 학칙상 대여하지 않은 강의실은 이용할 수 없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A씨는 환경미화원에게 사과하고 다른 장소로 이동하려 했다.

환경미화원의 하소연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A씨는 “환경미화원은 강의실을 나가려는 저에게 전날 있었던 일을 털어놓기 시작했다”며 말을 이어나갔다. A씨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환경미화원은 같은 건물 빈 강의실에 있는 한 학생을 발견했다. 그는 이 학생에게 “예약하지 않고 강의실을 사용하는 것은 안 된다”며 “자리를 비워달라”고 요청했다. 이 학생은 기분이 상한 듯 강의실을 빠져나갔다. 학생이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뽑아 마시는 것을 본 뒤 다른 곳을 청소하고 돌아온 환경 미화원은 아연실색했다. 책상과 바닥에 음료수가 엎질러져 있었기 때문이다.  

환경미화원은 “CCTV 확인을 통해 해당 학생을 찾아봤느냐”는 A씨의 질문에 “학생을 찾아 처벌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앞서 ‘경희대 패륜녀’ 사건이 경희대에서 발생했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약자에 속하는 환경미화원을 낮춰보는 사회적 인식이 여전한 것 같아 화가 난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경희대 관계자는 “경희대 페이스북 ‘대나무숲’에 올라온 글의 사실 확인이 되지 않았다”며 “사실이라면 구체적인 정황을 파악한 뒤에 입장을 내놓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희대에서는 지난 2010년 5월13일 한 여학생이 휴게실을 청소하는 환경미화원에게 “이 우유 치워라. 환경미화원 하는 일이 뭐냐, 이런 거 치우는 것 아니냐” “이거 치우고 꺼지세요” 등 모욕적인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학교 측은 일주일 뒤 학내 게시판에 글을 올려 “해당 학생이 환경미화원을 만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렸다”며 “해당 학생에 대한 징계는 기준에 맞게 처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tladbcjf@kukinews.com

심유철 기자
tladbcjf@kukinews.com
심유철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