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정진용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안철수의 당'은 창당 이래 최대 위기입니다.
국민의당은 '문준용 제보 조작 파문'을 당원 이유미씨의 단독범행으로 결론짓고 손을 털었습니다. 김관영 진상조사단장은 지난 3일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제보 검증에 실패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조직적으로 증거를 조작할 만큼 파렴치한 정당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또 '윗선 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안 전 대표나 박지원 전 대표가 이준서 전 최고위원과 사건을 공모할 정도로 자주 연락하거나 친분이 깊지 않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핵심 당사자 이씨 없이 진행된 '반쪽 조사'라서 일까요. 조사단은 이씨가 대선 전날 이 전 최고위원에게 "사실대로 말하면 당이 망하는 것이라고 하셔서"라고 말한 카카오톡 내용은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국민의당의 말을 믿는 국민은 많지 않아 보입니다. 4일 쿠키뉴스 의뢰로 조원씨앤아이가 조사,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준용 제보 조작 파문 책임이 당사자보다는 당에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69%에 달했습니다.
'당의 조직적 개입'을 의심하는 주장들도 잇따라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4일 오전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된 조성은 전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은 기자들을 만나 "이런 짓(조작)을 어떻게 했냐고 묻자 이씨가 '이 전 최고위원이 적극적으로 자료를 만들어달라고 해서 못 견뎌서 만들어줬다'고 답했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습니다. 조 전 비대위원은 지난달 24일 이씨로부터 제보 조작 사실을 처음 인지한 인물이죠.
또 이씨는 검찰 조사에서 일관되게 이 전 최고위원이 조작에 개입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의 조사 결과와 정면 배치되는 부분입니다. 검찰도 대선 당시 공명선거추진단의 김성호 수석부단장, 김인원 부단장 등을 무더기로 소환, '윗선' 개입 여부를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습니다.
국민의당은 그야말로 벼랑 끝에 선 형국입니다. 설령 검찰 조사에서 '조직적 개입은 없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해도 말이죠. 당원의 제보 조작을 원내 제3당이자 유력 대선 후보를 낸 공당이 걸러내지 못했다는 건 문제가 있습니다.
'경고등'이 가장 먼저 켜진 곳은 국민의당의 지역 기반, 호남입니다. 여론조사 리얼미터가 지난달 26~30일 전국 성인 25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민의당 호남 지지율은 8.7%로 집계됐습니다. 전주 대비 6.3%p 하락한 수치입니다. 창당 이후 호남 지지율이 한 자릿수로 내려앉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죠. 더 나아가 호남 지역에서는 집단 탈당 움직임 마저 나타나고 있습니다. 4일 국민의당 등에 따르면 황주홍 의원의 지역구인 전남 장흥 김화자 군의원은 최근 탈당계를 제출했습니다. 박홍률 목포시장도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에서 "민심이 좋지 않다. 중앙당에서도 해체설이 나오니 민심을 살피겠다"면서 탈당을 시사했죠. 특히 광주에서는 더불어민주당에 복당 신청을 한 일반 당원이 수십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의 '창업주' 안 전 대표의 대응은 어땠을까요. 그는 자취를 감췄습니다. 현재 자택에 칩거하며 침묵하고 있습니다. 진상조사단을 통해 "대단히 엄중하게 생각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 전부입니다. 당 내부에서는 "입장 표명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사과할 타이밍을 이미 실기한 것 같다"는 아우성이 나오고 있는 상태입니다.
지난 대선에서 안 전 대표가 했던 발언을 복기해볼까요. 안 전 대표는 대선후보 TV 토론에 참석, 아내 김미경 교수의 서울대 특혜 채용 의혹과 관련해 "카이스트 교수가 서울대 교수로 옮긴 게 특혜냐, 권력 실세 아들이 5급 직원으로 채용된 게 특혜냐"면서 "국회에서 두 의혹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유세현장에서는 "권력을 이용해 자식에게 취업 특혜를 주는 상속자들의 나라를 끝장내겠다"고 목소리 높였죠. 검찰이 조사 결과를 발표할 때까지 손 놓고 있는 것이 안 전 대표가 외치던 '새정치'일까요. 국민은 안 전 대표의 사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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