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카드] ‘한탕주의’로 물든 평창올림픽 숙박 특수, 어디서 잘못됐나

[옐로카드] ‘한탕주의’로 물든 평창올림픽 숙박 특수, 어디서 잘못됐나

기사승인 2017-08-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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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이다니엘 기자] 평창 동계올림픽 숙박요금이 한탕주의로 요동치고 있다. 강릉시 등 올림픽 개최도시가 숙박요금 자율희망요금제를 도입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애초에 강제성이 없는데다가 이미 수많은 숙박시설이 예약을 마친 터라 ‘보여주기식 행정’의 전형으로 비판받고 있다.

커뮤니티 사이트 사이에서 나돌던 한 캡처 사진은 괴담으로 내몰릴 정도로 터무니없었다. 해당 사진은 8평 남짓의 숙박시설의 하루 숙박요금이 2인실 200만원, 4인실 450만원, 6인실 600만원으로 표기돼있다.

올림픽을 폄훼하기 위한 조작론이 대두됐지만 결론은 ‘팩트’였다. 더 놀라운 사실은 해당 숙박시설의 예약이 마감됐다는 거다. 

평창올림픽 조직위는 대회기간 5성급 호텔의 적정가를 33~59만원으로 제시했다. 3성급은 22~42만원 수준이다. 

그러나 이는 도시 변두리 모텔 값만도 못하다는 게 현지의 시각이다. 한 지역 언론은 “강릉 B모텔은 비성수기 요금 5~6만원, 성수기 요금 9~15만원을 책정하고 있지만 올림픽 개최기간 숙박요금을 90만원에 내놓았다”고 보도했다.

또 다른 매체는 “대회 조직위와 시·도가 생각하는 숙박요금과 업체가 제시하는 요금은 최소 50만 원 이상의 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평창, 강릉, 정선 등 개최도시들은 기간 한정 아파트 임대 상품까지 나올 정도로 극심한 숙박대란을 겪고 있다.

강원도청에 따르면 평창올림픽 기간 숙박 추정 인원은 하루 6만 명에 달한다. 그러나 평창 등 경기장 인근 도시의 호텔·콘도 수용 인원은 1만3000명에 불과하다. 개최 도시 모텔·민박 등이 총동원된다 해도 4만7000여 명을 수용하긴 힘들다. 

사실상 속초, 원주 등 주변 지역에서 묵어야 하는 실정인데, 내외국인이 뒤섞여있는 혼잡한 상황에서 적잖은 교통 대란까지 예상돼 우려만 가중된다.

숙박중개사이트 ‘부킹닷컴’으로 직접 검색해봤다. 동계올림픽의 꽃이라 할 수 있는 피겨 스케이팅과 선전이 기대되는 쇼트트랙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가 열리는 강릉 아이스 아레나를 기점으로 대회당일 숙박 시설을 조회했다. 

이미 대회장 인근 숙박시설은 마감된 상태였고, 경기장에서 2km가량 떨어져있는 가장 저렴한 게스트하우스 1박 이용료가 40만 원이었다. 평균적으로 50~60만원 대에 가격이 형성돼있는데, 이 마저도 마감이 임박했다. 호텔, 모텔 등 시설은 진즉 예약이 끝난 상태다.

개최지에 거주 중이라는 이들은 해당 숙박시설이 평소 숙박 어플 활용 시 3~4만원 남짓의 금액으로 묵을 수 있다고 증언했다.

강릉 한 주민은 “여름 성수기에도 이렇진 않다”면서 혀를 찼다. 그는 “올림픽 관리자라는 사람들이 와서 설명을 했지만, 우리가 듣기엔 숙박대책이 없어 양해를 구하는 걸로밖에 안 보였다”고 증언했다.

강릉시는 이와 같은 문제점들을 개선하고자 지역 내 숙박업소의 실질적 올림픽 숙박 희망요금을 전면 조사한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는 8월 중 ‘강릉 숙박시설 공실 정보 안내시스템’을 통해 공개된다. 강릉시는 업소별 희망요금이 전면에 걸리면 자연스레 책정된 숙박요금 내에서 경쟁이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조치가 실효성 없는 ‘뒷북 행정’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미 호가를 훨씬 웃도는 금액으로 예약을 마친 숙박업체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숙박요금을 강제할 제도적 수단도 없다.

한 숙박업자는 “수요가 많아 공급가가 비싸지는 건 자연스러운 거 아닌가”라면서 “이제 와서 가격을 조정한다고 해도 이미 ‘상한가 예약’이 끝난 상태”라고 귀띔했다.

이어 “숙박 대란은 이미 시·도에서 충분히 예상을 한 사항이다. 여태껏 대책을 안 세워놓고 예약이 다 끝난 다음에 적정가를 공개하면 누가 지키려 하겠나”라고 일갈했다.

숙박 대란은 예고된 문제다. 그러나 조직위와 시·도의 반응은 더뎠다. 어쩌면 다른 논란이 원채 많아 이를 미처 챙길 여력이 없었던 걸지도 모른다. 어쨌든 시간은 대회 개막을 향해 가고 있다.

dne@kukinews.com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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