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사병이 소뇌손상으로 이어져 ‘어지럼증’ 유발한다

열사병이 소뇌손상으로 이어져 ‘어지럼증’ 유발한다

기사승인 2017-08-07 15:21:46
[쿠키뉴스=송병기 기자] 최근 높은 기온과 습도로 인해 열사병(head illness)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열사병이 ‘지연성 소뇌손상’으로 어지럼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확인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김지수 교수 연구팀은 열사병 환자 진료를 통해 열사병이 발현 된 후에 나타나는 장기적 증상과 질환을 파악하고, 그 원인에 대해 확인하고자 환자 케이스를 분석한 결과, 열사병이 ‘지연성 소뇌손상’으로 어리럼증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7일 밝혔다.

열사병은 과도하게 높은 온도의 환경에 노출됐지만, 신체에서 발생한 열이 제대로 배출되지 않을 때 발생하는 질환이다. 경미한 탈진, 두통, 어지럼증에서부터 다발성 장기손상과 중추신경 기능이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증세를 보일 수 있고,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또 열사병으로 인해 신체 심부온도가 40℃를 넘을 경우 몸의 온도조절기능이 소실돼 심각한 장기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고열, 의식 장애, 덥고 건조한 피부와 같은 열사병의 급성기 증상들과 발병기전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었지만, 급성기 증상들이 회복된 후에 발생하는 장기적 합병증이나 질환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지나가서나 간과하는 경향이 있었다.

연구팀 분석 결과 증상이 경미한 열사병의 경우에도 초기 증상이 회복된 후 일주일 정도 지난 시점에 ‘어지럼증’이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연구팀은 전정기능검사를 통해 어지럼증이 발생하게 된 원인이 ‘지연성 소뇌손상’이라는 사실을 규명했다. 

김지수 교수는 “열사병 환자가 발생한 경우, 우선은 체온을 빠른 시간 내에 떨어뜨려야 심각한 뇌 손상을 피할 수 있기 때문에 응급처치가 매우 중요하다”며 “열사병으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어지럼증 증상을 간과하고 넘어갈 것이 아니라, 정밀한 검사 및 평가를 통해 소뇌의 평형기능에 이상은 없는지, 지연성 뇌손상이 발생하지는 않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지수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열사병 환자에게서 장기적 소뇌손상이 확인된 만큼, 향후 지연성 소뇌손상을 예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후속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열사병으로 인해 뇌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의식 수준 저하, 이상 행동 및 판단력 저하를 보이거나 심하면 혼수상태에 빠질 수 있다. 소뇌의 기능 이상이 제일 먼저 나타날 수 있는데, 몸의 중심을 잡지 못하거나 손발을 정밀하게 움직이지 못하고 떨리듯이 움직이는 현상을 보일 수 있다. 

따라서 열사병과 같은 온열질환 환자의 경우 초기 증상이 회복되더라도 면밀한 경과 관찰이 필요하다. 특히 어지럼증이 다시 발생할 경우 전문의 진료를 통해 소뇌의 손상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편, 연구는 분당서울대병원 김지수 교수(책임저자), 고대안산병원 정일억 교수(1저자), 부산대학교병원 최서영 교수(공동저자) 등 어지럼증 전문의들의 협동연구로 진행됐다. 연구 결과는 신경학 분야의 저명학술지인 ‘신경학저널(Journal of Neurology)’에 게재됐다.

songbk@kukinews.com
송병기 기자
songbk@kukinews.com
송병기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