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김희선 “난 시청률 30~40% 세대… 첫 회 2%에 상처받기도”

[쿠키인터뷰] 김희선 “난 시청률 30~40% 세대… 첫 회 2%에 상처받기도”

김희선 “난 시청률 30~40% 세대… 첫 회 2%에 상처받기도”

기사승인 2017-08-21 07:00:00


[쿠키뉴스=이준범 기자] 김희선 만큼 ‘시청률의 여왕’이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배우가 있을까. 김희선이 활발히 활동했던 1990년대에 그녀는 비교할만한 배우를 떠올리기 쉽지 않을 정도의 명실상부 톱 배우였다. 김희선이 나오면 기본 시청률 30%가 보장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그랬던 김희선의 이름 옆에 시청률 이야기가 오랜만에 등장했다. 오는 19일 종영을 앞둔 JTBC 금토드라마 ‘품위있는 그녀’를 통해서다.

김희선과 김선아를 앞세운 ‘품위있는 그녀’는 지난 5일 방송된 16회에서 시청률 10.0%(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며 ‘힘쎈여자 도봉순’이 세웠던 JTBC 드라마 역대 최고 시청률을 갈아치웠다. 첫 회 2.0%의 시청률로 시작해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온 결과라 더 놀랍다. 지난 16일 서울 논현로 한 카페에서 만난 김희선은 이처럼 시청률 9%에 흥분하는 것에 처음엔 적응이 안 됐다고 털어놔 웃음을 자아냈다.

“인터뷰 때마다 시청률이 난리라는 얘기를 들었어요. 처음엔 왜 저렇게 난리지 싶었죠. 저는 시청률 30~40% 세대잖아요. 잘 안 나와도 10%에서 시작하던 사람이 첫 회 2%가 나왔으니 얼마나 상처를 받았겠어요. 전 종편 시청률에 대해 전혀 몰랐거든요. 그런데 9%가 나오고 난리가 나니까 내가 전에 활동하던 때랑은 또 다른 문화구나 싶었죠. 처음엔 마음고생을 많이 했는데 지금은 적응됐어요.”


김희선은 연기적으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김희선이 아닌 누군가가 재벌 회장의 둘째 며느리 우아진 역할을 연기하는 모습을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극 중 우아진은 누구보다 차분하고 품위 있는 재벌 며느리지만, 가끔 혼자 있거나 친정집에 가는 장면에선 발랄하게 풀어진 모습도 보여준다. 김희선은 그 장면들을 ‘김희선이 나왔다’고 표현했다.

“드라마에 가끔씩 우아진이 아니라 김희선이 나온 장면이 있어요. 예를 들면 의류회사와 계약하고 나왔을 때 길거리에서 혼자 춤을 추며 좋아하는 장면이 그래요. 백미경 작가가 그 장면을 보고 ‘그건 우아진이 아니라 김희선이야. 너무 놨어’라고 말하기도 하셨죠. 그러면서도 괜찮았다고 잘했다고 하셨어요. 한 번은 제가 너무 간 것 같아서 김윤철 감독님에게 괜찮은지 여쭤봤어요. 그런데 웃으시면서 흔쾌히 오케이 하셨어요. 감독님이 오히려 그런 모습이 인간미 있는 우아진 같아서 더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함께 연기한 김선아와 정상훈과의 호흡에 대한 이야기도 꺼냈다. 과거 드라마에서 잠깐 만났던 김선아와 19년 만에 연기하게 된 소감과 함께 정상훈의 미워할 수 없는 연기를 칭찬했다.


“김선아 언니는 19년 전 MBC ‘세상 끝까지’라는 드라마에서 만난 적이 있어요. 둘 다 신인 때 언니가 제 친구로 잠깐 나왔는데 가까워질 여유가 없었죠. 제가 음악프로 MC도 하고 바쁘게 활동할 때라 배우들과 친해질 기회가 없었거든요. 둘 다 마흔이 넘고 오랜만에 만나니까 여유가 생겼어요. 예전에는 남녀 주인공만 떠도 드라마가 잘됐는데, 요즘엔 모든 사람이 다 살아야 드라마가 잘 되더라고요. 그런 의미에서 정상훈 오빠가 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연기를 정말 잘해줬어요. 만약 다른 사람이 그 연기를 했으면 밉기만 한 안진석이었을 것 같아요. 저도 집에서 드라마를 보면서 항상 ‘난 우아진인데 왜 안진석 편이야?’라고 말해요. 우아진이 한번 용서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연기를 맛깔나게 잘하는 것 같아요.”

김희선과 김선아는 ‘품위있는 그녀’에서 실제와 비슷한 나이 대의 역할을 맡았다. 40대 여성이 주인공으로 활약하는 설정은 그녀들이 좋은 연기를 펼칠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그것이 드라마의 완성도로도 직결됐다. 하지만 한국의 드라마, 영화 제작 환경에서 40대 여배우가 맡을 수 있는 역할은 한정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김희선도 그것에 대한 아쉬움을 털어놨다.

“우리가 설 자리가 많이 없어요. 들어오는 대본수도 많이 줄었고요. 주로 아이 키우는 주부 역할이에요. ‘어머, 저렇게 예쁜 주부가 있어?’ 같은 얘기를 들으면 되지 싶으면서도 그런 시나리오를 받으면 겁이 나요. 읽으면서 우울해지기도 하고요. 난 이런 역할에 한해서만 골라야 하는구나 싶죠. 반응이 좋으면 기분 좋지만, 나름대로 용기내서 했는데 잘 안되면 ‘나이를 먹어서 안 되나 보다’ 싶어 자격지심이 더 생겨요. 그래서 제가 40대 여배우들을 대표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기사를 보면 정말 기분이 좋더라고요.”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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