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준범 기자] 올해 처음으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는 ‘택시운전사’(감독 장훈)였습니다. 역대 19번째, 한국 영화로는 15번째 1000만명 영화 등극이라는 이면에도 ‘택시운전사’에는 다양한 의미가 숨어 있습니다.
1000만 관객을 기록한 역대 영화들과 다른 ‘택시운전사’만의 가장 큰 특징은 조용한 흥행에 성공했다는 점입니다. 한 주 앞서 개봉한 영화 ‘군함도’가 각종 논란에 시달리며 기대만 못한 성적을 거둔 것과 대조됩니다.
‘군함도’는 올해 첫 1000만 영화에 등극할 가능성이 높은 작품으로 거론됐습니다. 전작 ‘베테랑’에서 1000만 영화를 기록한 류승완 감독에 대한 믿음과 배우 황정민, 송중기, 소지섭, 이정현으로 이어지는 출연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역사 소재까지 흥행 작품이 갖춰야 할 요소를 두루 갖췄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군함도’는 스크린 독과점 논란, 역사 왜곡 논란, 친일 논란 등을 겪으며 655만491명(20일 영진위 통합전산망 기준)의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습니다. 각종 논란이 영화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을 심어줬기 때문이죠.
그에 비해 ‘택시운전사’는 별다른 논란 없이 1000만 명의 관객을 모으는 데 성공했습니다. ‘군함도’가 2000개의 스크린수로 질타 받은 것과 큰 차이 없는 1900개 이상의 스크린에서 개봉했음에도 ‘택시운전사’는 논란을 피해갔습니다. 또 ‘군함도’와 마찬가지로 ‘택시운전사’ 역시 역사를 다루고 있지만 왜곡 논란을 겪지 않았죠. 덕분에 ‘군함도’ 대신 ‘택시운전사’를 선택한 관객이 많았고, ‘청년경찰’, ‘혹성탈출: 종의 전쟁’의 개봉에도 ‘택시운전사’는 한 번도 박스오피스 1위를 놓치지 않으며 흥행을 이어가는 데 성공했습니다.
‘택시운전사’는 5.18 광주 민주화 항쟁을 다룬 영화로 가장 높은 흥행 성적을 기록한 영화가 됐습니다. 그동안 1996년 ‘꽃잎’, 2000년 ‘박하사탕’, 2007년 ‘화려한 휴가’, 2012년 ‘26년’ 등 김영삼 전 대통령의 문민정부가 들어선 이후 매 정부마다 한 편씩 1980년 광주를 다룬 영화가 제작됐습니다. 하지만 ‘화려한 휴가’가 685만5433명을 기록했을 뿐 모두 저조한 성적을 거두는 데 그쳤죠. ‘택시운전사’는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화려한 휴가’의 기록을 깨고 가장 많은 관객이 관람한 5.18 소재 영화로 남게 됐습니다.
주연을 맡은 배우 송강호에게도 ‘택시운전사’는 의미 있는 영화로 남을 전망입니다. ‘택시운전사’는 2006년 ‘괴물’, 2013년 ‘변호인’에 이어 송강호의 세 번째 1000만 영화가 됐습니다. 주연으로 1000만 영화를 세 편이나 탄생시킨 배우는 송강호가 최초입니다. 송강호는 극 중 10만원을 주겠다는 독일 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취만)의 말에 그를 태우고 광주에 갔다가 1980년 5월 광주의 실상을 목격하는 택시운전사 김만섭 역을 맡았습니다. 오랜만에 소시민 역할을 맡은 송강호의 연기에 관객들이 공감하며 흥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또 정치권에서 관심을 가진 영화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지난 6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택시운전사’ 관람을 인증한 데 이어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3일 당선 후 처음으로 영화관을 찾았습니다. 故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의 아내 에델트라우트 브람슈테트 여사, 송강호와 함께 영화를 감상한 문 대통령은 “아직 광주의 진실이 다 규명되지 못했고 이것은 우리에게 남은 과제”라고 말하며 5.18의 의미를 되새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