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한·미 FTA 협상, 칼자루 누가 쥘까…시험대 오른 文 정부

[친절한 쿡기자] 한·미 FTA 협상, 칼자루 누가 쥘까…시험대 오른 文 정부

한·미 FTA 협상, 칼자루 누가 쥘까…시험대 오른 文 정부

기사승인 2017-08-22 15:49:18

[쿠키뉴스=심유철 기자] 한국과 미국 통상당국이 2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여부를 논의하고 있습니다. 미 당국이 지난달 12일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에 ‘특별 공동위원회를 열어 한미 FTA 개정·수정 가능성을 검토하자’고 요청한 데 따른 것입니다. 

미 무역대표부(USTR)가 한미 FTA 개정 필요성을 주장하게 된 배경은 이렇습니다. 미국이 우리나라와 무역을 하면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이유인데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부터 한미 FTA를 ‘끔찍한 거래’라며 재협상을 공언해 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2일(현지시각) 프랑스로 향하는 기내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은 한국과 나쁜 거래를 하고 있다”며 “우리는 한국을 보호하고 있지만, 무역에서 한 해에 400억 달러를 손해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한국과 재협상을 다시 해야만 한다”고 강조했죠.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 아예 틀린 것은 아닙니다. 미국은 한국과의 무역에서 자동차와 철강 분야의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자동차 분야는 미국의 대(對) 한국 무역적자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죠. 이에 따라 USTR은 우리 정부에 자동차·철강 산업에 대한 규제 수정을 요구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측의 주장만 들으면 꼭 미 당국이 손해만 보고 있는 것처럼 들립니다. 과연 그럴까요. 자동차와 철강 분야에서 시야를 넓혀 전체를 바라보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미국이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지식재산권, 법률, 금융 등 서비스 교역은 우리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적자를 보고 있는 셈인데요. 실제, 산업부에 따르면 한국에 대한 미국의 서비스 무역 흑자는 지난 2011년 69억 달러에서 한미 FTA가 발효된 이후 지난해 101억 달러로 급증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미 당국 스스로도 한미 FTA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USTR이 발표한 ‘2017년 무역장벽보고서’는 “지난 2011년 한미 FTA 발효 전과 비교했을 때 지난해 미국의 한국에 대한 서비스 수출은 23.1%, 제조업 수출은 3.8%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미 국제무역위원회가 지난해 6월 발표한 ‘FTA의 경제적 영향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기준 미국의 우리나라에 대한 무역적자는 283억 달러(32조6600억원)였는데요. 양국 간 FTA가 없었을 경우 추산되는 무역적자인 440억 달러(50조7800억원)에 보다 157억 달러(약 18조원)의 교역수지 개선 효과가 나온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미국이 걸고넘어지는 자동차와 철강이 실은 한미 FTA와 관련 없는 품목이라는 반박도 있습니다. 자동차의 경우 FTA 협정 5년 차인 지난해부터 무관세 적용이 시작됐습니다. 관세 없이 수출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뜻이죠. 따라서 지난 2011년 이후 5년간 우리나라가 자동차 수출로 흑자를 기록한 것은 한미 FTA와 연관성이 떨어집니다. 철강도 마찬가지입니다. 철강은 지난 1990년대부터 관세를 없애기로 선진국 간 합의를 했기 때문입니다. 현재 산업자원부의 통상교섭 민간자문위원회 위원인 이해영 한신대학교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이날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새아침’에 출연해 “따져보면 미국이 한미 FTA와 관계없는 품목으로 시비를 걸고 있다”면서 “미국이 자신들의 강점인 서비스 분야에서 우리 쪽의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노림수”라고 꼬집었습니다.

한미 FTA가 불평등한 무역규제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정태인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장은 같은 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이번 기회에 우리 정부도 무역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며 “지난해 우리나라의 지식재산권, 정보이용 서비스 등의 대미 적자는 143억 달러로 지난 2011년 대비 30% 악화됐다”고 짚었습니다. 이어 “독소조항으로 꼽히는 ‘투자자-국가소송제’(ISD) 역시 미국에 시정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한미FTA는 불공정 거래’라는 미 당국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미국의 요구대로 끌려가 한미 FTA를 전면 개정 혹은 폐기하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한국경제연구원은 5년간 최대 19조원의 수출 손실이 예상된다는 관측을 내놨습니다. 지금 우리 정부에게 필요한 것은 협상 상대의 불합리한 요구를 거절할 줄 아는 태도입니다. 아무리 상대방이 미국이라도 말이죠. 정부는 객관적 자료 제시를 토대로 미국의 잘못된 주장을 바로잡고, 실익도 모색하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합니다. 한미 FTA라는 난제를 만난 문재인 정부. 과연 '할 말은 하는' 정부의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줄 수 있을까요. 

tladbcjf@kukinews.com

심유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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