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죄’ 알바생 고소하는 편의점 점주 논란…알바생 “억울하다”

‘횡령죄’ 알바생 고소하는 편의점 점주 논란…알바생 “억울하다”

기사승인 2017-08-23 16:46:33

[쿠키뉴스=심유철 기자] 주휴수당 지급을 요구하는 아르바이트생에게 횡령 혐의를 뒤집어씌우는 방법을 설명한 글이 온라인상에서 논란이다. 

22일 오후 온라인 커뮤니티에 ‘편의점주 모임 카페 근황’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게시글에는 해당 카페에 가입된 한 점주가 아르바이트생을 횡령으로 고소하는 방법을 소개한 글이 캡처 사진으로 첨부됐다. 

해당 점주는 “저는 주휴수당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장기간 또는 야간 근무자들에 대한 횡령자료를 만든다”며 “이동식 저장장치(USB)에 아르바이트생들이 (편의점 음식을 몰래 훔쳐먹는) 영상을 저장해 뒀다”고 말했다. 이어 “아르바이트생이 주휴수당 미지급으로 저를 경찰에 신고하면 저는 횡령 혐의로 아르바이트생을 맞고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아르바이트생들이 폐기 음식을 먹는 영상도 담아 놓으라”면서 “상습적인 폐기 횡령으로 고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점장은 아르바이트생들을 고소하는 데 필요한 ‘주의사항’도 함께 작성했다. 그는 “카카오톡이나 문자처럼 서면상으로 ‘폐기 음식을 먹어도 좋다’고 한 기록을 남기지 말라”며 “구두로 전달한 내용은 아르바이트생들이 입증할 수 없다”고 전했다. 

카페에 가입된 다른 편의점 점장들 역시 동조하는 분위기였다. 그들은 “저도 이 같은 자료들을 모아둔다” “아르바이트생들의 신상에 기록을 남겨줘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편의점 점주들이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으려고 꼼수를 부리는 이유는 따로 있다. 주휴수당은 엄연히 법적으로 보장된 아르바이트생의 권리다. 점주가 주휴수당을 미지급할 경우, 점주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그러나 주휴수당 미지급과 관련, 신고를 받은 근로감독관은 점주에게 ‘시정조치’ 지시를 내린다. 점주는 늦게라도 지시를 따른다면 별다른 법적 조치를 받지 않는다. 이에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고 있는 정모씨는 “억울하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들은 합당한 권리를 주장했을 뿐”이라며 “지위를 이용해 상대적 약자에게 피해를 주는 악덕 점주들은 처벌받아야 한다”고 토로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횡령은 타인의 물건을 보관하는 자가 주인의 동의 없이 처분했을 때 성립한다”며 “근로기준법은 물건을 보관하는 자의 범주를 넓게 보고 있다. 편의점의 물건 정리, 계산을 도맡아 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은 이 범주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점장의 주장대로 아르바이트생들이 편의점 물건을 몰래 먹었다면 횡령으로 고소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다만, 폐기될 음식을 먹은 것에 대해서는 처벌되기 힘들다”며 “폐기 음식은 재산적 가치가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커뮤니티에서는 편의점 점주들을 비판하는 댓글이 쇄도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점주가 법을 안 지켜서 고소당할 판국에 알바생이 먹은 도시락 몇 개로 복수하려 한다. 치졸하다” “장사하기 전에 사람이 먼저 되어라” “사회적 약자를 괴롭히는 악덕 업주들은 장사할 자격이 없다” 등 반응을 보였다.  

tladbcjf@kukinews.com

심유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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