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29일 삼성전자 LCD사업부 천안사업장에서 생산직으로 일한 이 모씨가 제기한 요양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에서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1심과 2심에서는 이씨가 패소했다.

이씨는 2002년 18세의 나이로 삼성전자에 입사해 LCD 패널 화질검사 업무를 맡아 하루 12시간 이상 눈으로 전자파와 화학물질에 노출, 2003년부터 아토피성 결막염과 자율신경 기능 장애를 얻고 가슴 통증 등도 앓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2007년 퇴사한 이씨는 이듬해 신경섬유가 서서히 파괴돼 근육과 장기가 마비되는 다발성 경화증 진단을 받았다. 다발성 경화증은 정확한 발병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불치병으로 자외선 노출 부족, 스트레스, 특정 화학물질, 흡연 등과 일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심과 2심은 이씨의 다발성 경화증과 업무 스트레스 등과의 관련성이 불분명하다는 점 등으로 이씨의 패소를 판결했다.

반면 대법원은 이씨의 발병·악화와 업무의 인과관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이씨는 입사 전 건강 이상이나 가족력 등이 없었는데도 평균 발병연령 38세보다 훨씬 이른 21세 무렵 다발성 경화증이 발병했다”며 “유기용제 노출, 주·야간 교대근무, 업무 스트레스 등 질환을 촉발하는 요인이 다수 중첩될 경우 발병 또는 악화에 복합적으로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대법원은 삼성 측이 유해화학물질 정보 공개를 영업비밀을 이유로 거부한 점도 이씨에게 유리한 간접사실로 인정했다.

한편 삼성전자 산재 피해자 측 단체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에 등록된 다발성 경화증 환자 4명 중 2명은 올해 산재 판결을 받았으며 1명은 근로복지공단에서 업무상 재해 여부를 심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