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윤세영 회장이 SBS 회장과 SBS 미디어홀딩스 의장직을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윤 회장은 11일 오후 담화문을 통해 “SBS 회장과 SBS 미디어홀딩스 의장직을 사임한다”며 “SBS의 제2의 도약을 염원하며 소유와 경영의 완전분리를 선언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완전분리를 위해 윤 회장의 아들인 윤석민 SBS 이사회 의장도 SBS 이사와 이사회 의장직, SBS 미디어 홀딩스 대표이사, SBS 콘텐츠허브와 SBS 플러스의 이사직, 이사회 의장직을 모두 사임한다.
또 윤세영 회장은 “언론사로서 SBS가 넘지 말아야할 선을 넘은 적은 없었다”며 “하지만 과거 이런 내 충정이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공정방송에 흠집을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점에 대해서는 분명히 사과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SBS 박정훈 사장은 “SBS 사규와 편성 규약에 따라 보도, 제작, 편성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방송의 최우선 가치로 받들 것이며 이를 철저히 준수하고 보장할 것”이라며 “이의 실천을 위해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철저히 독립할 것이고 광고주와 정치, 행정 권력, 불의에 대한 성역 없는 취재로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데 SBS가 앞장 설 것이다. 이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광고탄압이나 정치권의 부당한 외압도 단호히 배격할 것이며 오로지 정론의 사명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윤 회장의 사임에 대해 SBS 노조는 본질적으로 달라진 것이 없다며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다음은 SBS 윤세영 회장 담화문>
SBS 가족 여러분,
오늘 저의 각오를 사내외에 천명하고자 합니다.
최근의 방송환경은 정말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불과 지난 5년 사이에 많은 경쟁 채널과 인터넷, 모바일 등 뉴미디어가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고 탄탄대로를 달리며 미디어 시장을 장악해 왔습니다.
하지만 지상파는 각종 규제에 묶여 경쟁의 대열에서 점점 뒤처졌습니다. 지상파라는 무료 보편서비스의 위상이 뿌리 채 흔들리며 차별규제가 개선되지 않는 안타까운 현실을 저는 그저 바라볼 수만은 없었습니다.
우리가 안고 있는 이런 어려움을 개선하기 위한 과정에서 부득이 절대 권한을 갖고 있던 당시 정권의 눈치를 일부 봤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언론사로서 SBS가 넘지 말아야할 선을 넘은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과거 이런 저의 충정이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공정방송에 흠집을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점에 대해서는 분명히 사과드립니다.
SBS 가족 여러분,
저는 오늘, SBS의 제2의 도약을 염원하며, SBS 회장과 SBS 미디어 홀딩스 의장직을 사임하고 소유와 경영의 완전분리를 선언하고자 합니다.
윤석민 의장도 SBS 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을 사임하겠습니다. 또한 SBS 미디어 홀딩스 대표이사, SBS 콘텐츠 허브와 SBS 플러스의 이사직과 이사회 의장직도 모두 사임하고, 대주주로서 지주회사인 SBS 미디어 홀딩스 비상무 이사 직위만 유지하겠습니다.
이런 조치는 대주주가 향후 SBS 방송, 경영과 관련하여 일체의 관여를 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자 명실상부하게 소유와 경영을 완전히 분리하는 제도적인 완결입니다.
이로써 SBS 대주주는 상법에 따른 이사 임면권만 행사하고 경영은 SBS 이사회에 위임하여 독립적인 책임경영을 수행하도록 할 것입니다.
SBS 가족여러분,
“노병은 죽지 않고 다만 사라질 뿐이다”라는 맥아더 장군의 말이 생각납니다. 지난 27년은 저에겐 마치 전쟁 같았습니다. 매 고비마다 좀 더 잘했어야 했는데 하는 회한도 남지만, 든든한 후배들을 믿고 이 노병은 이제 홀가분한 마음으로 은퇴하겠습니다.
지난 시절을 돌아보면 참으로 가슴 뭉클한 기억들이 저에겐 많습니다. 창사 당시 스튜디오하나 없이 無에서 시작한 SBS가 오늘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지상파 방송사로 우뚝 서기까지, 여러분들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이겨낸 수많은 역경들이 저의 눈앞에 어른거립니다.
여러분과 같이 보낸 지난 시간들이 저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추억입니다. SBS의 앞날에 무한한 발전을 소망합니다. 그동안 정말 고마웠습니다.
2017. 9. 11
SBS 회장 윤세영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