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 심리학] '며느리 학대 시어머니' 자식은 소유물이 아니다

[이슈 인 심리학] '며느리 학대 시어머니' 자식은 소유물이 아니다

기사승인 2017-09-18 13:16:45

지난달 20일 대구지법 형사1단독 황순현 부장판사는 며느리를 폭행해 상처를 입혀 상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50대·여)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판결했다. 

A씨는 2013년 9월6일 오후 8시쯤 며느리 B씨 집에 찾아가 현관문을 수차례 발로 찬 뒤 문이 열리자 B씨 뺨을 3차례 때린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A씨는 집 안에서 며느리 B씨의 머리채를 잡고 부엌 쪽으로 끌고 가 넘어뜨리고 발로 폭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B씨는 전치 3주의 상처를 입었다. A씨는 B씨의 집에 친정 식구가 자주 방문한다는 이유로 범행을 저질렀다. 

심리학에는 ‘소유 효과(endowment effect)’라는 용어가 있다. 어떠한 대상을 소유하고 난 뒤에 그 가치를 기존보다 더 높게 평가하는 경향을 말한다. 2001년 행동경제학자인 리처드 테일러 교수와 대니얼 카너먼이 대학생들에게 소유 효과를 실험했다.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눈 후, 한 그룹에는 코넬 대학교 로고가 새겨진 컵을 주었다. 그리고 다른 그룹에는 현금을 건넸다. 컵을 받은 학생들에게 ‘그 컵을 얼마에 팔고 싶은지’물었다. 또 현금을 받은 학생들에게 ‘그 컵을 얼마에 구매할 생각이 있는지’물었다. 결과는 두 배 가까이 차이 났다. 희망 판매가는 평균 5.25달러였다. 반대로 희망 구매가는 평균 2.75달러였다. 

이같은 차이는 ‘주관적인 애착형성’때문이다. 정성을 들여 마음을 다한 대상은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없다. 또 애착 대상을 타인에게 넘기는 것은 ‘손실’로 여긴다. 이러한 현상은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사람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위 사건 역시 그렇다. 시어머니는 결혼한 아들을 자신의 소유물로 여겼기 때문에, 며느리에게 ‘빼앗겼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런 내 아들이 사는 곳에 처가의 잦은 방문은 곧 ‘영역침범’이 되는 것이다. 부모가 자녀를 소유하거나, 소유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객관적인 사랑은 깨져버린다. ‘나의 것이고 나만 소유할 수 있다’는 주관적 사랑이 되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존재는 엄마로부터 태어나 자생하게 된다. 인간은 특히 엄마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때문에 유약한 아기를 바라보는 엄마의 시선은 때때로 ‘존재적 사랑’에서 ‘소유 사랑’으로 변질한다. ‘나 없으면 이 아이는 죽는다’라는 생각이 가슴 깊숙이 뿌리내려, 자녀가 성장하면서 맺어가는 타인들의 개입을 경계하고 감시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신체적 독립은 허락해도 정신적 독립은 인정하지 못한다. 결혼 후 가정을 꾸려도 마찬가지다. 아직도 나의 아들이고 나의 소유물인 것이다. 이로 인해 내 소유물을 공유하는 며느리를 좋게 볼 수 없다. 정신적 분리불안을 느끼게 된다. 

세상 살기 힘들다며 자녀를 살해한 부모가 하는 말은 이렇다. “내가 키우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같이 죽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이 또한 자녀를 소유물로 생각해서 일어나는 사건이다. 결혼이라는 것은 자녀만 독립하는 일이 아니다. 부모도 자녀에게 독립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재연(국제문화대학원대학교 상담사회교육전공 교수, 행복한 심리상담연구소 소장)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
민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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