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거 한번 보세요. 저 나무가 과연 메타세쿼이아라고 볼 수 있습니까? 젓가락이지.”
수령 30년 이상에 높이가 20여m에 달하는 ‘메타세쿼이아’는 가로수길의 상징으로, 경남 창원의 명물이자 자랑거리다.
그런데 최근 일부 메타세쿼이아가 찬밥 신세로 전락해 시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대체 왜 그럴까?
문제가 된 이 메타세쿼이아 17그루는 애초 창원시 의창구 용호동 한 도로에 식재돼 가로수로 그 웅장함을 뽐냈다.
하지만 바로 인접한 곳에서 포스코건설의 ‘용지 더샵 레이크파크’ 아파트 공사가 진행되면서 애물단지가 돼버렸다.
교통영향평가 결과 아파트 완공 후 교통량 증가가 예상돼 도로확장 공사가 진행되면서다.
왕복 4차로에 1차로가 더 늘어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메타세쿼이아를 원래 있던 위치에서 3m 도로 안쪽으로 옮겨야 했는데 아파트 상가와 맞닿을 우려에 절반가량 가지가 싹둑 잘려 나갔다.
위에서 아래쪽으로 내려오면서 넓게 퍼지는 가지가 매력인 이 나무가 처음 제 모습을 잃게 된 이유다.
그런데 정작 나무를 옮기는 것도 쉽지 않았다.
땅 밑에 설치된 오수‧우수관로에 뿌리가 활착돼 무리하게 옮길 경우 자칫 나무가 고사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또 옮긴 자리에 나무뿌리가 단단히 활착되지 않으면 강풍 등에 넘어갈 수 있는 안전 문제도 제기됐다.
결국 창원시와 포스코건설은 이 나무들을 아예 다른 곳으로 옮겨 심고 예정된 자리에는 작은 크기의 메타세쿼이아를 심기로 결정했다.
안타깝게도 이 나무들은 운반상 이유로 이식 과정에서 또다시 가지가 잘려나가는 수모를 겪었다.
이 때문에 지금은 나무의 종류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가 돼 버렸다.
19일 현재 이 나무들은 이 아파트 공사 현장 한편에 이식돼 있다.
나무들이 이식된 이 공간은 아파트 공사가 마무리되면 창원시에 기부채납돼 소공원으로 활용될 계획이다.
하지만 이미 제 모습을 잃은 메타세쿼이아가 명물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창원시 의창구청 관계자는 “마땅한 이식 장소가 없어 아파트 부지 내로 메타세쿼이아를 옮겨 심었다. 나무를 다시 다른 곳으로 이식하려면 또 가지를 잘라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며 “현재 나무가 이식된 장소를 아파트 완공 후 기부체납받아 소공원으로 쓸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 정모(35)씨는 “지금 저 나무들이 한때 지역의 명물이었던 메타세쿼이아였는지 의문이 들 정도”라며 “저 나무들이 고사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십수년이 지나야 원래 모습을 갖출 것 아니냐”며 아쉬워했다.
한편 경찰은 내사에 착수, 이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는지 관계자들을 상대로 확인할 계획이다.
창원=강승우 기자 kka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