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서] 피임에 대한 오해와 진실

[진료실에서] 피임에 대한 오해와 진실

기사승인 2017-09-25 05:00:00
글·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최두석 교수(대한피임·생식보건학회 회장)

[쿠키 건강칼럼] 최근 한 여자 아이돌의 경구피임약 광고가 온라인상에서 논란이 됐다. 건강한 이미지로 많은 사랑을 받아온 그녀는 피임약 광고 모델이 된 후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며 곤욕을 치른 바 있다.

과거에 비해 성(性)에 대한 인식이 개방적으로 변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피임을 비롯한 올바른 성교육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논란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 피임과 피임약에 대한 보수적인 인식이 팽배해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대한산부인과학회 학술지에 게재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성관계 경험이 있는 청소년의 첫 성관계 평균 연령은 12.8~13.2세까지 낮아진 것으로 보고되나, 이들의 피임 실천율은 48.7%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는 성인뿐만 아니라, 청소년을 대상으로 피임의 필요성과 적절한 피임방법의 사용에 대한 교육이 필요함을 느끼는 대목이다. 

피임방법은 크게 난관불임수술이나 정관불임수술과 같이 영구적으로 피임이 되는 ‘비가역적인 피임법’과 경구피임약, 자궁내 장치 그리고 콘돔 등과 같이 원하는 기간에 한시적으로 사용 가능한 ‘가역적인 피임법’으로 나뉠 수 있다. 이외에도 피임에 실패하거나 응급상황에 사용될 수 있는 응급 피임법이 있어 개개인의 상황에 맞는 적절한 피임방법이 선택될 수 있어야겠다.

그러나 성인들에서도 피임에 대한 부적절한 인식은 청소년과 별반 다르지 않다. 경구피임약을 예로 들면 성인들도 온라인을 통해 출처가 분명치 않은 정보를 분별없이 접함에 따라 ‘경구피임약을 복용하면 살이 찐다, 난임이 된다, 암에 걸린다’ 등과 같은 잘못된 정보를 무분별하게 받아들여 부정적인 선입견을 갖게 되고, 혈전증과 같은 부작용의 위험성도 실제보다 많이 과장된 상태로 받아들이는 것이 현실이다.

사실, 경구피임약은 잘 복용하게 되면 피임 실패율이 여성 100명당 0.1%에 불과할 정도로 뛰어난 피임 효과를 나타낸다. 그러나 경구피임약에 대한 잘못된 선입관으로 인해 국내 피임약 복용률은 2015년 기준 약 2.9%로 유럽 등 선진국의 피임약 복용률(20~30%)에 비해 매우 저조한 실정이다.

산부인과 의사는 상담과 진찰을 통해서 다양한 피임방법들에 대한 이득과 위험성을 면밀히 평가, 분석하여 개인에 맞는 피임방법을 추천하게 된다.

예를 들면 심한 월결통, 월경불순 그리고 월경전 증상들로 불편해하는 여성들이 피임을 원할 때는 경구피임약을 처방해서 피임과 더불어 이러한 증상들을 해결해주고 성접촉성 질환에 노출될 수 있는 여성에게는 콘돔 사용을 권장하여 감염 위험성을 감소시키는 것이다.

9월 26일은 10주년을 맞은 ‘세계 피임의 날(World Contraception Day)’이다. 자녀를 갖기 원하는 여성에게 임신은 하늘이 내린 축복이지만 반대로 준비되지 않고 원치 않는 여성에게 임신은 꼭 피하고 싶은 사건이다.

따라서 직장, 학업 등 다양한 이유로 임신을 바로 계획하고 있지 않은 여성이라면 정확한 피임 관련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할뿐만 아니라 전문가와 상의하여 본인에 맞는 피임방법을 선택하여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통해 원치 않는 임신을 예방할 수 있고 또한 원하는 시기에 임신을 할 수 있도록 여성의 생식건강을 지킬 수 있는 건전한 피임문화가 잘 정착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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