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른 뇌 발달이 필요한 영아기(0~3세). 특히 중요한 게 감정 정서의 발달이다. 태어날 때 성인 뇌의 25% 수준인 350g에 불과하던 뇌는 생후 3년 만에 1,000g에 도달할 정도로 급성장한다. 뇌의 신경세포 수는 약 1,000억 개로, 3세 시절 시냅스 회로 수가 성인의 2배 정도로 크게 발달한다.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시냅스는 솎아 낸다. 두뇌 회전이 빠르고 늦고는 이 신경세포 회로의 치밀한 정도에 따라 갈리게 된다. 즉 시냅스가 얼마나 정교하게 많이 발달했는지가 관건이다.
신경세포 회로는 만 3세까지 가장 활발하게 발달한다. 또 고도의 정신활동을 담당하며 대뇌피질을 이루는 전두엽과 두정엽, 후두엽도 이 시기에 함께 성장한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다양한 영역의 정보를 왕성하게 전달받을 수 있도록 해 두뇌발달의 기초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어느 한 부분의 뇌가 발달하는 것이 아닌, 모든 뇌가 골고루 왕성하게 발달하기 때문에 어느 한쪽으로 편중된 학습은 좋지 않다. 예를 들어 독서만 많이 시킨다든지, 무리한 언어교육을 하거나 카드학습에 치중하는 등 일방적이고 편중된 학습법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감학습을 통해 두뇌를 전반적으로 자극할 때 뇌 발달이 효과적으로 이뤄진다. 잠깐 스치듯 지나가는 정보는 신경회로를 만들긴 하지만 곧 없어지고 만다. 꾸준하고 지속적으로 정보를 줘야 신경회로가 튼튼하고 치밀하게 자리를 잡는다. 더불어 이 시기에는 감정의 뇌가 일생 중 가장 빠르고 예민하게 발달한다. 애정, 사랑의 결핍 등은 훗날 정신 및 정서 장애로 연결되는 경향이 적지 않다.
유아기(만 3~6세)에는 전두엽이 보다 빠르게 발달한다. 전두엽은 인간의 종합적 사고와 창의력, 판단력, 감정의 뇌를 조절하는 가장 중요한 부위일 뿐만 아니라 인간성과 도덕성, 종교성 등의 기능을 담당한다. 전두엽 발달을 감안하면 초등학교에 들어가 배우게 될 내용들을 암기 위주로 미리 학습하도록 하는 상황은 좋지 않다.
새롭고 자유로운 창의적 지식, 한 가지 정답보다 다양한 가능성을 지닌 지식을 가르쳐 주는 것이 전두엽 발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또한 이 시기에 예절교육과 인성교육 등이 활발하게 이뤄져야 성장한 후에도 예의를 지키고 원만한 인간관계를 가진 인재가 될 수 있다. 진부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말을 상기해야 한다.
종합적 사고 기능이란 한 가지 사물을 여러 각도에서 보고 많이 느끼고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 경험이 다양하게 축적돼야 아이는 여러 가지 생각을 스스로 해볼 수가 있다. 다시 말해 유아기는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다양한 경험을 북돋아주면서 예절·도덕교육, 감정·충동 제어교육을 시작해야 할 때다.
◇ 서유헌 원장 약력
가천대학교 석좌교수
한국 뇌과학 올림피아드 위원장
서울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