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천우희 “모든 연기 잘하고 싶어 스트레스… 요즘엔 여유롭게 생각”

[쿠키인터뷰] 천우희 “모든 연기 잘하고 싶어 스트레스… 요즘엔 여유롭게 생각”

기사승인 2017-10-13 17:49:04


천우희처럼 필모그래피를 예쁘게 쌓아올리고 있는 배우도 드물다. 2011년 영화 ‘써니’의 상미 역할로 출연해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천우희는 2013년 ‘한공주’로 각종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쓸어담았다. 이후 ‘뷰티 인사이드’, ‘해어화’, ‘곡성’, ‘어느날’ 등에서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며 연기 폭을 넓혔다.

영화에만 출연했던 천우희가 드라마 출연을 결심했다. 지난달 26일 종영된 tvN ‘아르곤’은 그녀의 첫 주연 드라마였다. 최근 서울 학동로 한 카페에서 만난 천우희는 드라마 특유의 재미를 느꼈다고 털어놨다. 연기에 대한 시청자들의 평가도 괜찮아 가슴을 쓸어내렸단다.

“드라마라는 매체가 또 다른 다른 재미를 줬어요. 현장에서의 애드리브로 자유로운 행동이나 제스처와 대사 등 표현하는 방식이 아주 넓다는 게 정말 재밌게 느껴졌거든요. 또 이번에 이연화 역할을 하면서 현실에 있을 것 같은 인물을 힘 빼고 연기해봤잖아요. 이것도 제 옷에 잘 맞는 것 같아서 자신감이 붙었어요. 주변에서도 일주일에 두 번씩 제 모습을 보는 걸 정말 좋아하셨어요. 친구들이 ‘본방사수’하면서 실시간으로 얘기해주고 영화를 같이 했던 분들도 좋은 얘기를 해주셔서 힘이 됐어요. 그 힘으로 다음 촬영 때 지치지 않고 연기할 수 있어서 좋았죠.”


치열한 언론인들의 세계를 그린 ‘아르곤’은 우리 현실에 존재하는 소재를 적극적으로 썼다. 그 중 하나가 천우희가 연기한 용병 기자다. 언론사에 맞서 파업을 하다가 해직당한 기자를 대신해 계약직으로 채용된 기자들을 뜻한다. 실제로 MBC는 파업으로 해직 당하거나 퇴사한 이들의 빈자리를 공채가 아닌 계약직 사원으로 채우고 있다. 5년 만에 MBC 총파업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자칫 미화될 가능성이 있는 소재인 것이다. 천우희도 그래서 조심스럽게 접근했다고 말했다.

“많은 분들이 ‘아르곤’을 현실과 연결해서 보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인물의 표현 방식에 있어서 조심스러웠죠. 어느 쪽에 무게를 두는지에 따라서 오해가 생길 수도 있고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초반에는 신경이 쓰였지만 나중엔 다 제쳐두고 대본과 이연화가 처한 상황만 생각했어요. 연화가 ‘아르곤’에서 처한 상황을 납득시킬 수 있게 표현한다면 보시는 분들도 저럴 수도 있겠다는 정도로 생각하시지 않을까 싶었어요. ‘아르곤’이 현실을 완벽하게 100% 반영한 것도 아니고 그걸 꼭 보여주려고 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저로서는 이연화를 오해 없도록 잘 표현하는 수밖에 없겠다 생각했어요. 시청자들의 반응을 많이 봤는데, ‘아르곤’이 지금까지 기자 소재 드라마 중에서 그래도 가장 현실적이고 디테일이 있었다고 얘기해주셔서 마음을 조금 놓을 수 있었어요.”

천우희는 항상 연기력에 대해 높은 평가를 받는 배우다. 그렇다면 그녀는 자신의 연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천우희는 연기에 대한 부족함을 혼자 끌어안고 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고 그 자체를 받아들이게 됐다고 고백했다.


“전 연기를 정말 잘한다는 것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생각해요. 감탄이 나오게끔 기술적으로 잘하는 연기가 있고, 투박한 것 같지만 울림을 주는 연기가 있는 거죠. 저는 그 두 가지를 다 잘하고 싶어 한 것 같아요. 제 스스로에게 너무 엄격했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연기적으로 부족한 것을 아니까 왜 저렇게까지 못했지 하는 생각도 들고, 모든 연기를 잘하는 다른 배우들의 모습을 보고 부럽다는 생각도 들었죠. 그런데 주변에 선배님들이 ”기술적인 건 하면서 점점 늘지만, 네가 갖고 있는 진정성은 무뎌질 수 있으니까 그걸 잃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된다“는 얘기를 많이 해주셨어요. 그 얘기를 듣고 나서 자신감이 붙고 연기를 대하는 태도도 더 여유로워 진 것 같아요. 예전엔 고민을 얘기하지 않고 스스로 답을 찾으려고 했다면, 요즘은 그런 고민들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아요.”

마지막으로 천우희는 ‘아르곤’이라는 드라마의 의미를 되새겼다. 앞으로 한 단계씩 성장해나가겠다는 각오도 전했다.

“‘아르곤’의 마지막 회 대사가 정말 좋았어요. ‘뉴스는 믿는 게 아니라 판단하는 것’이라는 대사를 좋아해요. 시청자들에게도 ‘아르곤이’ 뉴스의 본질에 대한 내용으로 다가갔으면 해요. 올해는 열심히 일했어요. 영화도 두 편이나 했고 다음 작품으로 또 영화를 하게 됐죠. 많은 영양분을 얻는 해였던 것 같아요. 내년도 올해 같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아요. 아주 큰 걸 바라는 건 아니에요. 조금씩, 한 계단씩 성장해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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