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고마비’ 말(馬)과 가을 속 이야기…“과연 현대 말도 가을에 살이 찔까?”

‘천고마비’ 말(馬)과 가을 속 이야기…“과연 현대 말도 가을에 살이 찔까?”

기사승인 2017-10-25 16:49:02


‘천고마비’로 대변되는 풍요의 계절, 가을이다. 천고마비(天高馬肥)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가을 하늘이 높으니 말이 살찐다는 뜻으로, 가을은 기후가 매우 좋은 계절임을 형용하여 이르거나 활동하기 좋은 계절을 이르는 말’이라고 나온다.

현대의 말들도 과연 가을에 살이 찌는 게 사실일까?

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은 25일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의 말을 대상으로 분석한 재미있는 자료를 내놓았다.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경주마들은 평균 1달에 한 번꼴로 경주에 출전한다.

경주에 출전하는 모든 경주마는 ‘마체중 검사’라는 것을 하며 이때 체중기록을 근거로 경주마의 체중변화를 분석한 자료가 눈에 띈다.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경주마 1235두를 대상으로 한 지난 2016년 체중 조사 자료에 따르면 1년 평균 체중은 479.8kg이다.

1년 중 가장 체중이 많이 나간 달은 12월이다. 이달 경주마의 평균 체중은 483.52kg으로 연평균 체중보다 3.72kg 무겁다.

한편 경주마 평균 체중이 가장 가벼웠던 달은 한여름인 8월이다. 이달의 경주마 평균 체중은 476.82kg으로 연평균 체중 대비 2.98kg, 12월 대비 3.72kg 가벼웠다.

한여름 8월 최저점을 찍은 경주마의 평균 체중이 가을에 점차 회복세를 그려 12월에 최고치를 찍고 있다.

이 수치만 놓고 보면 ‘가을에 말이 살찐다’는 ‘천고마비’의 옛말이 전혀 근거 없는 말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한 한국마사회 경주마 전문가들 사이 의견은 분분하다.

한국마사회 한 관계자는 계절적 요인에 따라 경주마의 체중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계절에 따라 생체리듬이 달라져서는 아니지만, 같은 훈련을 해도 상대적으로 체력소모가 많은 여름을 지난 후 선선한 날씨가 오면 체력소모가 줄어들어 체중감소 추이가 적어질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반면 부경 동물병원 관계자는 “자연상태의 말들이라면 몰라도 항상 훈련해야 하는 경주마들의 경우 계절적 요인에 따른 체중변화가 거의 없는 편이다”고 말했다.

이어 “경주마는 경주에서 전력질주를 하고 나면 많은 에너지소모로 인해 10kg이상 체중이 감소하게 된다”며 “월별 미세한 체중변화는 계절적 요인 때문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견해를 밝혔다.

자연 상태의 말이라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겠지만 규칙적인 훈련으로 단련된 경주마들이 즐비한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서는 ‘천고마비’란 말은 100% 과학적으로 입증된 말은 아닐 것이다.

부산=김세영 기자 young@kukinews.com

김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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