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병원, "35년전 외상하고 퇴원한 병원비 이제 갚습니다"

예수병원, "35년전 외상하고 퇴원한 병원비 이제 갚습니다"

기사승인 2017-11-06 10:25:48


지난 3일 예수병원 개원 119주년 기념일에 김정만 목사가 100만원을 들고 예수병원을 찾았다.

현재 해외에서 선교사로 봉사하고 있는 김정만 목사(62세, 인천 구월동)는 첫째 아이의 예수병원 출생 병원비가 갑자기 떠오른 것이다.

김 목사는 지금으로부터 35년 전 1982년의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그는 당시 직장도 없이 결혼한 신혼이라 돈 벌이가 없어 너무 가난했다.

그해 7월에 예수병원에서 첫째 아이를 낳았지만 병원비를 낼 형편이 못 되었다. 더구나 그때는 우리나라 전국민의료보험 실시 이전이라 병원비를 환자가 모두 감당해야 했다.

당시 예수병원은 김정만씨의 딱한 사연을 듣고 산모와 아이의 퇴원비 150만원 중에서 50만원을 내고 나머지는 나중에 갚으라고 하고 퇴원시켰다.

김정만씨는 “예수병원 설대위 병원장의 은혜와 사랑을 받았다”고 말했다. 퇴원 후 엄마의 모유가 부족해 어쩔 수 없이 분유를 사서 먹여야 했지만 분유 살 돈 조차도 없어 애를 태우던 중에 어렵게 모 분유 회사에 입사해 다행스럽게 문제가 해결됐다고 전했다.

첫째 아들은 출생 후 건강하게 잘 자라주었고 지금은 듬직한 청년이 되어 서울 경찰청에서 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날 병원비를 갚은 김정만 목사는 외상 퇴원이 너무 부끄러워 망설이다가 어렵게 발걸음을 했다고 한다. 가난과 모진 풍파를 겪으면 산 35년의 세월은 길고 긴 세월이다.

모진 세월의 무게를 온몸으로 감당하느라 기억에서 사라졌던 은혜가 늦게라도 생각이 나서 최소한의 도리를 하게 되어 다행이라고 했다.

예수병원은 많은 세월이 지났지만 잊지 않고 찾아오신 김정만 목사의 귀한 마음에 깊은 감사를 전하고 이분이 건넨 병원비는 이미 오래 전에 모두 탕감이 된 것이어서 어려운 이웃을 위한 치료비로 소중하게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전주=유승호 기자 a2396b@kukinews.com

유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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