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메소드' 오승훈 "자극적인 취향? 인정하지만 녹아들지 않을 것"

[쿠키인터뷰] '메소드' 오승훈 "자극적인 취향? 인정하지만 녹아들지 않을 것"

'메소드' 오승훈 "자극적인 취향? 인정하지만 녹아들지 않을 것"

기사승인 2017-11-09 16:43:21

영화 ‘메소드’(감독 방은진)는 주인공인 재하(박성웅)와 영우(오승훈)의 메소드 연기를 다룬 영화다. 두 사람은 연기에 지나치게 빠진 나머지, 서로를 다른 눈으로 보게 된다. ‘메소드’가 퀴어 영화라고 관객들에게 불리는 이유다. 그러나 ‘메소드’ 개봉 직후 서울 사당동의 한 카페에서 마주앉은 오승훈은 “배우 입장에서 본 ‘메소드’는 퀴어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두 주연 배우의 키스 장면이 아니었다면 그렇게 보일 여지가 전혀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그 장면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계시죠. 무리도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영화를 찍은 입장에서는 단지 퀴어 영화로 단정지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언체인’이라는 연극을 매개로 세 사람의 관계가 바뀌고, 그 과정에서 변화하는 감정들을 관찰하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배우가 되기 전부터 방은진 감독의 ‘용의자 X’와 ‘집으로 가는 길’의 엄청난 팬이었기에 오승훈은 ‘메소드’ 오디션을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 신인 시절 숱한 오디션을 봤지만 독백 연기 부분은 꼭 ‘용의자 X’의 류승범의 대사로 해왔던 그다. 

“정말 열심히 준비했죠. 그런 만큼 합격했을 때 정말 기뻤어요. ‘메소드’에서 제 캐스팅이 가장 늦었어요. 크랭크인 3일 전에 전체 대본을 받았을 정도예요. 남들은 영화를 찍는데, 저만 드라마를 찍는 것처럼 타이트한 일정으로 매일 연습했어요. 전날 밤에 다음날 할 연기를 연습하고, 대본 외우고, 그 장면 다 찍고 나면 또 다음날 연기를 연습하는 식이죠. 키스 장면도 본래 제가 오디션 전에 받아본 시놉시스에는 없었기 때문에 대본에서 보고 깜짝 놀랐어요. 솔직히 못 할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전체 대본을 보니 반드시 필요한 장면이었죠. 낮에는 영우가 되고, 밤에는 영우의 감정을 고민하면서 영우로 살다 보니 못 할 것도 없겠더라고요. 하하.”


연기가 능숙해 노련한 배우로 생각되기 쉽지만, 오승훈은 사실 데뷔한지 약 2년이 되지 않은 신인 배우다. 스크린 도전은 ‘메소드’가 처음이다. 본래는 운동을 했단다. “어릴 때 ‘뉴하트’라는 드라마를 보고 감명받았어요. 의사가 하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엄마에게 ‘쓸데없는 생각 말고 하던 운동이나 잘 하라’라는 소리를 들었죠. 그 때 지성 선배님을 보면서 ‘배우들은 의사도 한 번쯤 해 볼 수 있어서 좋겠다’고 생각했죠. 막상 스물 한 살이 됐을 때 제가 다쳤어요. 수술을 네 번이나 했죠. 무릎과 발목, 인대 수술을 너무 많이 해서 운동을 더 이상 하기가 어렵다는 판정을 받았어요. 막막할 때, 연기가 생각났어요. 무작정 근처 연기학원을 찾아가 등록부터 했죠.”

그가 본격적으로 상업 활동을 하게 된 것은 연극 ‘렛 미 인’이다. 무려 600: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됐다. 선발 전에는 연극에 한 번도 흥미를 가져본 적이 없었지만, 오디션을 준비하며 영화 ‘렛 미 인’을 보고 오스카라는 인물에 푹 빠졌다. 열심히 한 덕분일까. 다양한 공연을 거치며 탄탄한 연기력을 가진 배우로 성장했다. 인기도 드높다. 그러나 오승훈 본인은 “솔직히 말씀드리면 인기는 감사하지만 거기 연연해하고 싶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요새 정말 일정이 많아요. 연기를 자유롭게 마음대로 할 수 있어서 행복하죠. 제가 정말 갈구하던 순간이에요. 그렇지만 지금 제가 누리는 인기는 언제 없어질 지 모르는 거예요. 연기가 아니라 인기에 욕심을 부리기 시작하면 저를 잃고 마음이 급해질 거라고 생각해요.”

영화 ‘메소드’는 개봉 첫 날 두 배우의 키스 장면이 유출되는 아픔을 겪었다. 그것만이 영화의 전부가 아니지만, 가장 극단적이고 말초적인 것만을 소비하고 싶어하는 이들은 분명 있다. 인기에 연연해하고 싶지 않다는 오승훈 또한 그런 요구에 부딪칠 일은 분명 있을 것이다. 

“인정하지만 이용하진 않을 거예요. 대중, 나아가 우리 모두가 자극적인 것만을 굳이 찾아서 보는 면이 분명 있어요. 저도 사람이기 때문에 이해합니다. 자극적인 것만 갖다붙여서 만든 작품이 인기있을 수 있죠. 그렇지만 저는 제가 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 작품이나 연기를 하고 싶어요. 그런 것을 좋아하는 이들의 취향은 인정하지만, 거기 녹아들어 장단을 맞추는 배우는 되지 않겠습니다.”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사진제공=나무엑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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