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82년생 김지영’을 쓴 소설가 조남주가 다시 한 번 한국 여성들을 위로하는 소설집 ‘현남 오빠에게’를 펴냈다.
이번엔 혼자가 아니다. 표제작 ‘현남 오빠에게’를 쓴 조남주를 비롯해 최은영, 김이설, 최정화, 구병모 등 최근 가장 주목받는 여성 소설가 7명이 함께했다. 이들은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 이후 촉발된 페미니즘 선언을 시작으로 2017년 대한민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페미니즘에 대한 다양한 논의와 쟁점을 소설로 풀어냈다. ‘페미니즘’을 테마로 한 소설집이 기획·출간된 건 국내 최초다.
13일 오전 서울 독막로 한 북카페에서 열린 ‘현남 오빠에게’ 기자간담회에는 조남주, 김이설, 최정화 작가가 참석해 이야기를 나눴다.
먼저 조남주 작가는 자신이 쓴 ‘현남 오빠에게’에 대해 “과거 시사교양 프로그램 작가로 취재할 때 가정폭력 피해자를 만난 적이 있다”며 “그 여성분은 어느 정도 사회적인 위치에도 올랐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움도 없었다. 그런데 결혼 초기부터 딸이 중학생이 될 때까지 가정폭력을 겪으셨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당시 23세였던 난 ‘왜 그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라는 의문이 들었고 그 의문이 오랫동안 떠나지 않았다”며 “자신이 입고 있는 피해를 잘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 알더라도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고 싶었다. 적어도 그들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소설을 썼다”고 털어놨다.
조남주 작가는 자신의 전작 ‘82년생 김지영’이 여전히 서점 베스트셀러에 올라있는 것에 대한 소감도 전했다. 조 작가는 “소설 자체가 많이 언급이 되고 중요하게 이야기되고 있다는 것 보다는 ‘나는 이런 경험을 했다’, ‘나에게도 비슷한 문제들 있었다’고 해주시는 독자들이 많았다”며 “소설이 우리가 속에 담고 있던 이야기가 겉으로 드러날 수 있는 기폭제 역할을 했던 것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작가들은 페미니즘을 다룬 소설집의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김이설 작가는 페미니즘과 관련된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해결하는 건 작가들의 몫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작가는 이야기를 통해 문제를 제기하고 고민을 제시하는 사람이다. 문제에 대한 정답은 이론가나 다수의 목소리에서 나와야 하는 것 아닐까”라고 말했다.
또 “‘페미니즘’이라는 이름으로 묶였다고 남자들과 싸우자는 의미가 되진 않았으면 좋겠다”며 “서로를 가만히 쓰다듬는 시간이었으면 한다. 이런 기획을 할 수밖에 없는 2017년 한국 사회, 흔쾌히 응한 작가님들의 마음을 통해서 소설의 기획의도가 독자들에게 잘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최정화 작가는 “개인적으로 소설을 쓰면서 사람들이 많이 읽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이번 소설집을 계기로 작품을 쓸 때 ‘이 사회에 필요한 얘기가 뭘까’,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뭘까’를 고민하면서 작품을 쓰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