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카드] ‘이영호를 이겨라’ 딜레마 빠진 ASL

[옐로카드] ‘이영호를 이겨라’ 딜레마 빠진 ASL

[옐로카드] ‘이영호를 이겨라’ 딜레마 빠진 ASL

기사승인 2017-11-14 14:17:41

[옐로카드] [레드카드]는 최근 화제가 된 스포츠 이슈를 비판적인 시선으로 되짚어보는 쿠키뉴스 스포츠팀의 브랜드 코너입니다.

최근 ASL을 가장 잘 나타낸 표현은 ‘이영호를 이겨라’다. 말 그대로 이영호를 이기면 우승이고, 그렇지 못하면 탈락이다. 다만 지금까지 ‘최종병기’를 격파한 선수가 나오지 않았을 뿐이다.

이영호(테란)는 지난 12일 서울 성동 한양대학교 올림픽체육관에서 열린 kt 기가 인터넷 아프리카 TV 스타크래프트 리그(ASL) 시즌4 결승에서 조일장(저그)을 3대1로 꺾고 우승했다. 시즌2·시즌3에 이은 3번째 우승 트로피 확보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경기력이었다. 세트스코어로는 단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실력 차이가 현격했다. 때문에 이제는 정말로 ‘종족을 바꿔 출전해도 우승할 것 같다’던 우스갯소리가 실현될지도 모른다. 실제로 이영호는 우승 직후 인터뷰 자리에서 “차기 시즌에는 1경기 정도 종족 변경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역 시절부터 목표를 이뤘을 때 한 번쯤 해보고 싶었던 퍼포먼스였다고 설명했다.

이영호와 나머지 선수 간 격차는 점점 벌어진다. 시즌이 진행될수록 점점 증가하는 승률이 이를 대변한다. 시즌1 8강에서 김성현에게 0대3으로 패해 조기 탈락했지만, 시즌2에는 4패만을 기록했다. 그마저도 4강에서 이제동에게 2번, 결승에서 염보성에게 1번 졌다. 더 나아가 시즌3에는 4강에서 김민철에게 2번, 시즌4에는 4강에서 김택용에게 1번, 결승에서 조일장에게 1번 진 게 전부였다. 경쟁자들이 이영호를 쫓아오는 속도보다 이영호가 경쟁자로부터 달아나는 속도가 훨씬 빠른 셈이다.

이에 ‘대회를 향한 관심과 흥미가 떨어지기 시작했다’는 지적도 슬슬 나오기 시작했다. 스포츠의 가장 큰 매력은 각본 없는 드라마라는 점인데, ASL은 결론이 너무 뻔하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이영호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비록 더 이상 프로는 아닐지언정 게이머로서 게임 대회에 참가해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수준 높은 경기를 보여준 점은 오히려 박수받아 마땅하다. ‘스타크래프트 역사상 가장 완벽한 선수’로 평가 받는 그는 가장 열심히 연습하는 선수다. 아프리카TV 관계자에 따르면 이영호는 대회 기간에 모든 언론 인터뷰를 거절한다. 훈련에만 매진하겠다는 이유에서다. 개인 방송에서도 스타크래프트만을 플레이한다. 프로 딱지는 뗐지만 여전히 가장 프로다운 선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영호에게 무기력하게 패배한, ‘프로답지’ 못한 타 참가자들을 질책해야 할까? 이 또한 부당하다. 그들 역시 주어진 환경 속에서 본인이 투자할 수 있을 만큼만 준비하고, 도전했을 뿐이다. 온전히 연습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그들에게 전성기 수준 연봉을 지급할 게 아니라면 프로의 잣대를 들이대며 비난하긴 어렵다. 프로가 아닌 이들을 프로답지 못하다고 비난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근본적 원인은 프로 신이 존재하지 않는 데서 온다. 신인이 나올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참가 선수 풀이 한정돼있고, 따라서 변혁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따라오는 보상 또한 현역 시절에 비해 현저히 적다. 때문에 선의의 경쟁을 유발할 동기도 부여되지 않는다. 선수들로서는 ASL에 올인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처음엔 스타크래프트 브루드워에 대한 향수로부터 출발했던 ASL이지만, 대회가 지속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경기력이 보장돼야 한다. 하지만 이영호를 제외한 선수들에겐 그럴 이유도, 여유도 없다. 과연 아프리카 TV는 대회 시청자 이탈을 막을 수 있을까? 아쉽게도 현재로썬 이 상황을 타개할 만한 묘책이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윤민섭 기자 yoonminseop@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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