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반드시 잡는다' 사회안전망에서 벗어난 삶들은 얼마나 녹록찮은가

[쿡리뷰] '반드시 잡는다' 사회안전망에서 벗어난 삶들은 얼마나 녹록찮은가

기사승인 2017-11-21 16:34:44

전라남도 아리동. 더 떨어질 집값도 없는 이곳에서 30년 넘게 살아온 터주대감이자 동네 지주인 심덕수(백윤식)가 있다. 동네 주민들 얼굴만 봐도 월세 독촉에 여념이 없고, 일부러 심술을 부리고 다니기로 유명하다. 벌써 몇 달째 월세가 밀린 202호 최씨에게 모진 소리를 하고 돌아선 다음날, 최씨가 목을 매어 죽은 모습으로 발견된다. 온 동네 전체에 월세 독촉해서 노인 죽인 사람이라는 소문이 돌지만, 심덕수는 죽기 전날 최씨가 했던 말을 떠올린다. 동네 노인들이 사고사와 자연사로 보이는 죽음을 계속해 맞고 있지만, 알고 보면 살인이라는 이야기다.

그 살인은 30년 전 아리동에서 일어난 살인사건과 공통점이 넘친다. 노인들이 죽은 다음에는 갈곳 없는 20대 젊은 여자들이 죽는 식이다. 심덕수는 문득 205호의 지은(김혜인)을 떠올린다. 제 앞가림도 못하지만 착해 빠진 지은도 최근 덕수와 크게 말다툼을 일으켰기 때문. “확인만 하는 거다, 확인만”이라고 중얼거리며 들어선 205호에서 덕수는 젊은 여자의 시체를 발견하고 뒤로 나자빠진다. 그 때, 죽은 최씨와 예전에 함께 형사로 일했다는 박평달(성동일)이 나타난다.

영화 ‘반드시 잡는다’(감독 김홍선)는 평범한 소시민이 장기미제사건을 해결한다는 얼개 안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룬다. 사회안전망 바깥에 밀려나있는 이들의 삶이 얼마나 녹록치 않은지, 고독사하는 노인들이 얼마나 일상적인지 등이다.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빌라 지하 셋방에서 자다 사망해 구더기가 들끓는 죽음을 ‘반드시 잡는다’는 여상하게 비춘다. 오갈데 없는 20대 청춘들은 술에 의지한 나머지 변기 위에서 잠드는 삶이 당연하다. 제 보잘것없는 삶이 다 윗세대가 만든 거라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노인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젊은 남자까지는 그럭저럭 설득력있다.

그러나 장기미제사건의 실마리를 잡기 시작하며 극은 작위적으로 흘러간다. 흔히 있는 작은 사건들과 적은 인물들을 극적으로 봉합하려다 보니 영화는 함정에 빠진다. 설득력 있는 전사는 주인공뿐만 아니라 악역에게도 필요하다. 신선함을 챙기려다 합리를 잃은 셈이다.

다만 백윤식과 성동일, 천호진 등 중년 배우들의 열연 덕분에 영화는 빛난다. 21일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반드시 잡는다’ 언론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김홍선 감독은 “선생님들과 이 영화를 했다는 것이 가치있다고 생각한다”며 히치콕의 예를 들었다. 스릴러 장르의 거장 히치콕은 할리우드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선점했음에도 불구하고 중년 배우들을 쓰지 못하게 제작사에서 제지당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노년의 남자 배우들만을 충분히 활용한 영화가 투자받기 얼마나 어려운지 암시한 셈이다.

‘반드시 잡는다’는 오는 29일 개봉한다.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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