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비수기로 꼽히는 12월 전국 분양시장에 신규 아파트 물량이 집중되고 있다. 건설사들이 새해부터 적용되는 각종 규제를 피해 분양을 서두르면서 '밀어내기' 분양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달 전국 분양시장에는 '분양 비수기'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12월 월간 기준 사상 최대 물량이 쏟아지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달 분양 가구 총 가구수는 6만7216가구다. 이는 전년 동월 5만3430가구 대비 25.80%(1만3786가구) 증가한 규모다.
일반 분양 가구는 지난 2015년 12월 이후 가장 많다. 올해 12월 일반 분양 가구 수는 4만25가구로 지난해 12월 3만9490가구 보다 535가구 늘어났다. 지난 7년간 가장 많은 일반 분양 물량인 4만7177가구를 기록했던 2015년 12월을 제외하고는 가장 많다.
특히 12월 3째주는 전국 15곳에서 1만7996가구가 공급되며 물량이 절정에 달할 예정이다. 전 주에 8269가구가 분양된 것에 비하면 2배가 넘는 물량이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에서는 1만125가구, 지방에선 7871가구가 분양을 준비하고 있다.
연말에 분양 물량이 몰린 이유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두달에 한번 꼴로 발표되는 정부 대책으로 건설사들이 분양 일정을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5월 출범 이후 6·19 부동산 대책을 시작으로 8·2 대책, 9·5 추가 대책에 이어 10·24 가계부채종합대책, 11·26 가계부채 후속 대책, 11·29 주거복지로드맵, 12·13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 등을 통해 부동산시장 돈줄 죄기에 나섰다. 여기에 은행권과의 집단대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 문제 등 악재가 겹쳤다.
또 내년 분양시장 상황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도 분양을 부추기는 이유다. 정부는 내년에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부동산 양도세,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 등을 실시한다. 분양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분양가 상한제도 곧 도입 지역을 선정한다. 금리 인상 가능성, 수도권 입주 물량 급증 등의 문제도 맞물려 있다. 여기에 내년부터 금리인상 가능성과 신(新)DTI(총부채상환비율) 시행, 입주물량 급증 등 부동산 시장에 여러 악재가 예고돼 있는 상황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내년 부동산 시장 침체가 본격화되기 전에 올해 안에 사업을 끝내려는 움직임이 많다"며 "일단 내년부터 시행되는 각종 부동산·금융 규제가 상당한 위험 부담이 될 수 밖에 없고, 12월 분양을 놓치면 비수기인 1, 2월을 피해 3월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부담감도 작용했다"고 말했다.
이연진 기자 lyj@kukinews.com